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춘 중년 여성 로라는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며 부유한 남편, 그리고 자신의 첫 아이를 잃은 아픔을 상쇄시킨 의대생 아들 대니얼을 둔 여인이다.
영국 내에서 부촌이란 인식이 깃든 곳에서 살고 있는 그녀, 아들과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애정이 깃든 사이인 모자간의 생활은 어느 날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깨진다.
독립을 원하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집을 알아보기 위한 진행과정 중 만나게 된 부동산 중개인 회사의 직원인 체리란 여성을 만나면서부터 모자 간의 끈끈한 사이는 서서히 가랑비에 옷이 젖어 흠뻑 젖을 만큼 무거워진다.
첫 아이였던 딸을 잃은 아픔을 뒤로하고,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로라의 삶은 오로지 대니얼에 대해서 맹목적인 엄마로서의 모든 정성을 기울인다.
그런 자식이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서 자신과 모든 것을 했던 일들이 하나씩 거부당한다면?
가난한 지역의 오밀조밀 붙어사는 집, 일찍 아버지를 잃은 체리는 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엄마와 살다 자신의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인이다.
우연히 손님으로 만난 대니얼의 성장배경, 모든 것을 가진 자의 여유를 통해 자신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대니얼과의 만남을 지속하기 부단히 노력하는 그녀에게 로라의 말과 행동들은 사랑이 아닌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 모드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조여 오는 돌이킬 수 없는 한 사건의 분기점을 분수령으로 파국을 치닫는 과정은 심리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의 성장 배경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대니얼이 갖고 있는 여유와 친절, 타인을 배려한 섬세한 행동양식은 체리가 대니얼을 놓칠 수 없다는 하나의 보험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체리의 행동과 이후 서서히 로라를 몰락시키는 과정은 너무도 섬뜩하다.
그런다면 로라의 행동은 정당한가?
이 역시 대니얼의 삶을 두고 저지른 말과 행동들은 그것이 설사 아들을 위한 결단이었다 할지라도 비난을 면치 못할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는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 자식이란 의미, 품 안의 자식은 영원한 내 자식이란 모성의 감정이 어떻게 집착으로 변해가는지를 알아채지 못한 여인, 자신의 비참한 삶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체리의 계획적인 행동 실천은 그녀 또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하며 집착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모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최강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의 사랑의 감정이 집착으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서 오고 가는 두 여인의 팽팽한 날 선 말과 행동들은 주인공들의 ‘사랑’이란 이름 아래 선과 악, 이를 빌미로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심리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존함을 보인 작품이다.
인물들의 설득력 있는 내면의 생각과 고백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결핍, 욕망들이 마지막까지 결과가 궁금해지게 만든 책이다.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해.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나의 사랑은 정당하고 타인의 사랑은 집착처럼 보이는 비난의 기준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의 행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자 요 근래 읽은 책중 심리스릴러로써 손에 꼽는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