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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매드

매드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책 띠지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언니가 가진 건 모두 빼앗을 거야!

 

왜?

 

처음부터 드는 의구심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이 들어 있지만 막장, 막장하면서도 드라마를 보듯이 이 책 또한 이런 막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난 엘리자베스와 동생 앨비나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언니와 차별된 생활을 했던 동생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언니, 엄마의 차등을 둔 교육방식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들의 삶을 상반되게 대비시킨다.

 

잘생기고 모든 것을 갖춘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 시칠리아에서 아들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사는 언니에 비해 앨비나는 셰어하우스에서 마약을 일삼고 사는 커플들과 함께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을 갖고 술과 함께 생활해나간다.

 

자신의 첫 남자를 남편으로 빼앗긴 언니에 대한 울분의 감정을 지닌 그녀, 그런데 어느 날 언니로부터 초대를 받게 되고 직장 해고를 당한 시점에 언니가 있는 시칠리아로 가게 된다.

 

생각했던 대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 그 언니가 다름 아닌 자신에게 이상한 부탁을 한다.

 

하루만 자신과 바꿔서 생활해 달라는 말, 의문 속에 간절히 바라는 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들어주게 되고 , 이후의 앨비나의 삶은 전혀  예측불허의 사건 속으로 빠저 드는데…..

 

 

같은 엄마로부터 나온 일란성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자매의 생활방식과 언니의 배신으로 이뤄진 그 이후의 모든 일탈들을 겪게 되는 앨비나란 인물은 그야말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닌 여성으로 보인다.

 

어릴 적 차별 어린 성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긴 하지만 시칠리아에서 겪는 사건 속의 살인, 그 사인을 통해 자신의 희열을 느껴가는 과정이 때론 살인마의 감정을 감추고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섹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이 책의 중간중간 터닝포인트처럼 등장한다.

 

 

언니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의 섹스는 또 다른 언니에 대한 복수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녀 자신의 방탕했던 삶을 비추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한 편의 책이 아닌 연작으로 나올 예정인지라 그녀가 당한 배신의 결말을 어떻게 다룰지, 그  막다른 질주의 끝은 무엇일까도 궁금하게 만든다.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동생이란 히든의 카드를 꺼내 든  언니의 배신, 종교와 마피아 간의 결탁으로 이뤄진 모종의 은밀한 사업관계, 서로가 죽고 죽일 수밖에 없는 총성의 소리들은 이미 이 책의 판권이 영화로 만들 예정이란 것을 수긍하게 만든다.

 

과연 여주인공으로서는 누가 이 강하고 섹시한 역할을 소화해낼지, 차후 다음 편의 이야기가 막장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진다.

                                                                                                                                

 

별이 총총

별이총총

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모처럼 연작소설을 접한다.

총 9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각기 단편으로 읽게 되지만 책 전체를 다 읽게 되면 한 이야기로 모아지는 형태의 연작소설이다.

 

세 여인의 삶을 다룬 이야기, 독특하게도 화자의 주인공은 책 속의 주인공이 아닌 그녀를 지켜보거나 관련을 맺거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 그린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 주인공의 엄마의 이야기부터 주인공인 지하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읽으면서 참으로 답답하기도 한, 이런 여인이 있지? 하는 안타까움 내지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키코의 딸 , 주인공인 지하루의 인생 자체는 자신의 시점이 아닌 때론 조연으로 때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 뿐인 형식을 취한다.

 

엄마가 자신을 버린 후 할머니의 손에 키워진 지하루,  이웃인 이쿠코의 시점으로 그려진 내용에선 임신중절을 하게 되고 댄서로 취직하는 지하루는 20살, 이런 식으로 그녀의 나이는 자신의 처지와 함께 바뀌면서 44살의 모습까지 각각의 이야기 속에 주인공이되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비친다.

 

처음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별이 총총은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했다.

내용상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속에 저자는 무슨 의미를 담고 싶었을까?

 

읽는 내내 자신의 의지를 바꿔서 전혀 다른 삶, 충분히 사랑받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수도 있을 지하루의 인생이 답답하기만 했지만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저자의 글솜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삼대에 걸친 세 모녀의 인생 이야기, 엄마 사키코, 딸 지하루, 지하루가 낳은 딸 야야코가 그려가는 인생의 이야기는 훗카이도라는 공간 속에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가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다.

 

 

 

캄캄한 밤하늘에 별이 떠오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도심만 벗어나도 청량한 하늘 아래 무수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하나둘씩 존재감을 나타내는 별들, 그 많은 별들을 통해 저자가 만든 세 여인의 삶 또한 별 속에 총총히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며 오늘도 총총히 살아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 책이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변화 속에 심리의 변화를 포착해 그린 저자의 섬세한 글은 독자들마저도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니게 한다.

 

그녀들 뿐만이 아닌 우리들 자신조차도 인지못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하늘에는 나만 드러낼 수 있는 별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간결하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전개도 좋았고 작가가 바라보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같이 동조하며 느껴 볼 수있는  책이다.

xx… 남자 없는 출생

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제목 자체에서 오는 의미 심장한 단어, 바로 xx다.

 

이 단어를 보면서 새삼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인간의 성 염색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옛적 여인들의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던 대를 이을 자식을 낳지 못하면 여인의 인생에 많은 굴곡이 있었다는 사실, 만일 그 시대에 남성과 여성의 출생을 결정 지을 부분이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조상들은 과연 이런 부분에 있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문득 떠오르게 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과학의 발전은 무시 못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탄생에 관한 부분에서 만큼은 아직 진보적인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사회문제들, 여러 시각과 변주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고정틀을 얼마나 깨기가 어려운지도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었기에 더욱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 어떤 외화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여인들만 사는 왕국에 한 남성이 길을 헤매다 들어오게 된다.

여인천하의 왕국에 오롯이 홀로 남성이란 존재로 끌려오게 된 남성은 여왕과 동침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된 순간 왕국 자체에서 쫓겨나는, 아마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바로 이 왕국에서도 남아가 출생되면 버리는 과정이 있는, 그야말로 오로지 여성이란 존재만 있기 위해서 남성의 정자가 필요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순수한 필수용품으로 사용한다는 철칙이 존재했던 나라로 묘사돼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오로지 자녀만을 갖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연의 법칙을 떠나 남성을 배제한 채 임신이 가능한 세상이 온다면?

 

바로 이 책의 내용이기도 하는, 파고들면 들수록 여러 다양한 의견 분출이 솟아 나올법한 주제가 담긴 이야기다.

 

기자인 줄스와 서점 직원인 로지는 동성커플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줄스는 자녀에 대한 생각이 없으나 로지는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고, 마침 포츠머스 대학 난임연구소에서 발표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연구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서 임상실험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책에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신체검사부터 부모의 병력 문제가 있는지, 만일 뽑힌다면 두 사람 중 누가 임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방면의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게 된다.

여러 커플 중 두 쌍의 커플이 뽑히고 그중에서 이들이 뽑히는 행운을 갖게 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오로지 줄스의 아버지, 로지의 부모, 그리고 로지의 오랜 친구밖에 모르는 사실은 무사히 임신 착상 성공에 이어 행복도 잠시, 비밀은 그 누군가의 입에 의해 세상 밖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책의 내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 그 자체로 진행이 된다.

기자 출신인 만큼 세상 사람들이 이목이 집중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대강 짐작하기에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줄스의 심정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의 잘못된 것은 바로 아니라고 밝혀야 한다는 로지의 생각은 부딪치게 된다.

 

이에는 두 사람의 자라온 배경과 세상 사람들의 비난들, 어린아이까지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조차 비난의 일색임을, 특히 직장 내에서 줄스가 느끼는 압박들은 만일 이런 일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진 이슈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진행이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우리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피부색이 나와 달라서, 아니면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 하나로, 적어도 사회보편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하기 때문이란 별별의 이유를 달고 어떤 대상을 집중 공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이야 누구나 갖게 되는 보통의 상식들이 예전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될 때의 우리들은 왜? 하고 말도 안 된다는 식의 웃음을 던지게 되지만 모든 사람들의 상식적인 반응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동성커플이란 것 하나만으로, 아니 이 책에서 보인 각계의 걱정 어린 생각과 비난, 종교계의 비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계의 행동들은 더욱 거센 반발로 나타난다.

 

남성을 배제한 채 두 여성 간의 난자로만 채취된 결과로 여아가 탄생이 된다면 인구 비율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란 생각, 그렇다면 남성에 대한 존재에 대해 의문이 들것이란 생각 외에 신이 내린 원초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과학이란 이름 아래 성(性)에 대한 기본마저 배재한 동성들에 대한 비난은 종교계를 위시해 사회 각 전반적인 걸쳐 혹독한 비난의 눈길을 받는 과정이 사실적이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자신들의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정자 기증이나 입양이 아닌 진정한  자신들만의 유전으로 이루어진 아이를 갖고 싶었던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결실은 이처럼 두 사람 간에도 깊은 갈등을 보이며 폭발하게 된다.

 

사랑이란 존재 하나만으론 세상의 시선이 아직까지는 보편화되지 못했기에 이 두 사람이 겪는 시련이랄까, 아이의 출산에 대한 과정을 겪는 일을 통해 저자는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를 전재했다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보듯 미래의 장치가 지금은 우리들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위 커플들처럼 언젠가 아이 출생에 대한 세상의 시선 또한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작품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책, 세상이 생각하는 시선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잘못된 것으로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 적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권리가 우리들에게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중력

중력

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인간의 무궁무진한 도전과 꿈은 우주를 향해 가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도 한몫을 한 것도 있지만 지구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우주라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계에 대한 도전은 여전히 매력을 지닌다.

 

여러 나라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시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런 대열에 참여한 적이 있는, 우주비행사 선발대회를 통해 뽑힌 사람이 실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은 미래의 꿈나무들에겐 희망을 심어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을 봤을 때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 우주비행사 선발과정과 뽑힌 여성이 우주을 여행하고 돌아왔단 사실이  겹쳐졌다.

 

막연히 꿈은 꾸지만 현실적인 일 앞에서 과감하게 모든 것을 던지고 실행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생태보호 연구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진우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인 선발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는데 그는 이미 퇴직한 아내와 딸 둘을 둔 가장이다.

 

안전한 직장을 마다하고 도전장을 내민 그는 대학 시절부터 우주인이 되는 것을 꿈꿔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에 도전을 내밀게 된 것이고 책 속에는 진우와 함께 도전을 하는 각기 다른 일에 몰두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미국으로 건너가 항공공학을 전공한 김태우, 문과 출신이자 벤처 회사에 근무하는  정우성, 여성 유일의 마이크로로봇 연구원 김유진이 그들이다.

 

책 속에 나오는 우주인 선발과정은 아주 세세하다.

저자가 기자 출신으로서 당시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써서 그런가, ‘별의 도시’라고 불리는 즈뵤즈드니 고로도크까지 동행하여 그린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전한 그들의 입장이라든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선발이 되기까지 험난한 테스트를 겪는지를 독자들은 기사로만 접했던 부분들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가슴 뭉클한 이야기의 상황이 그 누구를 보다 응원하는 면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주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면서 성장하고 그 밑거름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의 벽 앞에서 접어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이 책을 통해서 본 중력의 이미지는 아마도 모든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응원의 힘을 주는 희망이 아닌가 싶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갈 수 있다는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과정을 통해 그려본 이 책 속에 담긴 의미는 보통의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브라보! 의 응원을 보내게 된다.

 

 

–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작가가 이 책을 탈고하기까지 무려 13년 동안 취지와 35번의 개고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적인 묘사와 그 안에서 어우러져 도전한 모든 주인공들에게 독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생각 이상으로 재미와 함께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와 도전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신브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 열혈사제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1> 리커버 특별판 sbs-tv 주말 드라마 [열혈사제]의 모티브작 돈 까밀로 신부 이야기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예전에 시리즈로 읽었던 기억이 있는 책이다.

처음엔 별 뜻 없이 집어 들었다가 의외의 책을 발견한 기쁨이 있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기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심코 읽기 시작한 책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시리즈를 연속해서 읽게 만들었던, 유머와 코믹 그 속에 담긴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그린 책-

 

이번에 방송에서 이 책에 나오는 신부님을 모티브로 해서 방영하고 있다는데, 책 속의 이미지 시부님과는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주인공이라 일단은 패스~

 

책 속에 담긴 배경은  전후 이탈리아 중북부의 시골 마을인 바싸라는 곳이다.

이곳에 신부님인 돈 까밀로와 공산당 읍장인 빼뽀네, 그리고 예수님이 살고 계시는데 예수님은 다름 아닌 십자가상의 예수를 지칭하는 말이자 저자의 마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념의 대립과 좌충우돌 분위기 속에 험난하다가도 어느새 빵 터지는 유머, 그 안에서 이념이 있기 전에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란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에피소드들은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모두 보인다.

 

종교인으로서 때론 평범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신부님의 활약은 앙숙이되 때로는 순진한 인간의 본성을 보인 빼뽀네의 앙상블로 인해 예수님의 등장과 함께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이탈리아식 유머하고 해도 좋을 구성과 대화가 인상적인 책이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개정판으로 나온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책, 돈 까밀로 신부에 빠져보는 것도 권해본다.

합리적 의심

합리적의심

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사람, 판사다.

 

법정 안에서 변호사, 검사, 그리고 이들의 주장을 듣고 삼인의 판사들이 합의를 통해 판결을 내리는 법정 선고는 사건에 맞게 판결을 내렸다고 동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가볍게 선고가 되었다고 느끼는 입장에 선 사람들이라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에 오르내리는 큰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판결을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판결의 선고 내용은 이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데, 바로 이런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직업을 경험했던, 현직 변호사이자 이제는 추리 스릴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창작의 활동을 하고 있는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다.

 

흔히들 말하는 보통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의 생각을 통해 아마도 이번 사건은 ~게 선고가 내릴 것이다 라고 하는 일반적인 공통의 의견에 반하는 판결을 듣게 된다면 이 판결을 내린 판사의 입장은 어떤 근거로 이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렸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실제 판사로서는 책을 출간할 수도 없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을 소설이란 장치를 통해 법이란 것에 대해, 그리고 책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낸 글의 구성이 그때의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 보게 만든다.

 

실제적으로 주인공이나 사건의 소재는 바뀌어 구성됐으나 워낙에 유명한 사건이라 다시 읽어도 선고의 형량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보다 가깝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25 살의 남자와 연상의 연인인 여자가 모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들어가면서 소주와 기타 안주를 같이 들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 여인의 애인인 남자가 혼수상태인 채로 의식을 잃게 되고 바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얼마 후 죽게 된다.

사인은 젤리를 먹다가 죽었다는데, 부검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화장을 했고 이후 남자가 들었던 보험은 가족이 아닌 애인인 여인에게 수령이 돌아간다.

 

그런데 이 정황이 석연찮게 돌아간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은 여인을 고소하게 되고 이후 사건은 현직 부장 판사인 주인공 ‘나’ 현민우가 일명 ‘젤리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을  맡음으로써 사건의 전개를 그린다.

 

우리나라는 증거를 원칙으로 사건을 수사한다.

어느 모로 보나 바로 이 사람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틀림없다고 느끼지만 정작 정확한 증거가 없다면 바로 합리적 의심으로 인해 범인으로 형량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판사 자체도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분명 여인이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이미 부검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은 사람을 두고 그 어떤 분명한 증거가 없음을, 정황만 가득 있을 뿐 그 정황 속에 모래알만 한 증거조차 밝혀낼 수 없었을 때의 판사란 직업은 바로 이 딜레마를 겪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공감하게 만든다.

 

여기엔 바로 증거 원칙주의가 성립됨으로써 피고인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본다는 것에는 억울한 누명을 받을 수있다는 미연의 방지 장치적인 면에서는 이해를 할 수 있으나 정말 범인이라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유유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딜레마를 보임으로써 판사도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 주인공인 현 판사 외에 민 판사가 이런 케이스로 등장하는 것만 봐도 이 책에서 보인 많은 생각들은 토론을 통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  판사에게 요구되는  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솔로몬의 지혜로 내리는 획기적이고 기발한 판결이 아니다. ‘법과  절차를 빈틈없이 준수해서 ‘어떤 결정’ 을 내리는 일뿐이다.그 결정이 옳은 것까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그것에 도달하려 무리하는 순간, 그는 ‘갓(god) 콤플렉스’에 사로잡히고 오히려 오류에의 내리막을 내달리게 되니까. 판사라는 ‘인간’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판사라는 ‘시스템’에 의한 재판.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법보다 내 판단을 우선 하겠어’라고 한다면 인간으로서는 매력이 있을지 모르나, 판사로서는 실격이다.-p 145~146

 

그동안 검사나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들이나 영화, 드라마들은 많았으나 이렇게 판사란 직업을 통해 법을 다룬 책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매력적인 면이 검사나 변호사보다는 덜하단 말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가장 깊은 고민을 하는 당사자는 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선고라는 것을 통해 결정짓는다는 사실, 아무리 평범한 일반인의 눈으로 모든 공통된 입장에 섰더라도 판사란 직업 앞에서는 법이 주는 무게감, 자신의 눈이  일반인이 아닌 법 앞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게 해 준 소재는 기타 다른 책들을 읽었을 때보다 훨씬 체감 있게 다가오는 느낌이 강하다.

 

한 사건을  재구성해 출간한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들, 그 상황을 통해 예전엔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그들의 고뇌와 양심 앞에서 딜레마를 겪는 모습들은 인간이기에 모두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 그렇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 그들도  법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사실은 다시금 법이란 체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동안 출간된 다른 책들도 좋았지만 이번 책은 다른 시선으로 근접해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었기에 남다르게 다가 온 책이었다.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집밥역사앞

배고플 때 읽으면 위험한 집밥의 역사 – 맛깔나는 동서양 음식문화의 대향연
신재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월

 1인의 생활권이 대세다 보니 어쩌면 방송 자체에서 하는 요리들도 이들의 니즈에 맞추어 필요한 것들만 갖추어 방송하는 경우도 많고 마트에만 가도 이제는 혼자서 한 끼 해결을 하는데에 전혀 부담감을 느낄 수가 없는 시대다.

 

신조어인 ‘집밥’이란 용어는 언제부터인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엄마표 밥을 먹고 싶다는 향수에 젖은 단어가 되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보인 집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긴밀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이제는 친숙한 의미의 채소나 생선,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당시 시대적인 흐름과 기계의 발전, 그리고 인류의 발자취가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른 별미의 음식으로 탄생되기도 하고 영양면에서  슈퍼푸드로써 당연히 자리 잡고 있는 아보카도 같은 경우는 타국에서 생산과 재배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소울푸드라고 하는 개념의 음식으로 저자는 감자탕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들은 남는 음식을 어떻게 다시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혀를 유혹하는 단계까지에 대한  예시를 다루고 있어 흥미와 재미를 준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역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인간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 흑인들의 노예 착취에 따른 대륙의 인간 이동 경로와 이런 희생의 결과물로 프랑스 음식들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는 어두운 면들은 새삼 인류와 음식의 연관성에 대한 역사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와 음식과 다른 나라의 유명한 음식에 얽힌 이야기의 다양성, 그리고 천대받던 음식들이 어떻게 오늘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는지에 대한 글은 미처 몰랐던 조리과정과 그에 따른 영양학적인 내용들, 음식을 보관하고 발전하는 단계에 따른 그릇과 냉동기계의 혁신적인 발달사는 집밥의 역사를 통해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몽진

몽진
이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2월

 

 

 

*****  몽진 – 머리에 먼지를 쓴다는 뜻으로,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책 제목에서 나오듯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시대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킨 이 전쟁은 그 속에서 어떻게 백성들은 살아갔고 살아내야 했는지, 그에 더불어 주요한 소재인 실록과 어진의 이안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 책이다.

 

조선왕조 오백 년 역사 속에서 기록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춘추관과 충주사고, 성주사고가 병화로 소실된 후 유일한 보관장소였던 전주사고의 실록과 조선 태조 어진의 이안 과정, 그리고 보존 과정을 급박했던 당시 배경을 토대로   저자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임금마저 궁을 버리고 몽진을 감행해야 했을 정도의 당시 상황들 속에 실록 보존과 어진의 이안을 감행한 이들은 벼슬아치들이 아닌 평범한 선비 안의와 손홍록 그밖에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안하는 과정에서 만난 도적들, 스님, 수복, 무사였다.

 

모두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라의 백성으로서 반드시 이것만은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그 당위성 안에 하나뿐인 목숨마저 걸고서 이행하는 과정은 고위관직을 담당했던 관리들, 임금마저 부끄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 책에서 보인 진행 과정과 침략 속에서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행동들을 통해 가상의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읽는 내내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게 만들었다.

 

 

 

왜구를 물리쳐 이름을 날린 유명한 위인들도 있지만 이렇듯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그들, 나라가 무엇인가를 해주길 바라기 전에 나 자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행동을 보인 이들이야말로 조선을 살려낸 백성들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산 역사가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 새삼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느낌과 감동의 울림이 여운을 남긴다.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에밀리에겐 아무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지금은 다문화 가정이란 용어가 익숙하고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인식이 많이 보편화돼서 혼혈2 세들에 대한 인상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이런 아픈 차별 어린 시선을 느끼며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잘못이 아님을 인식하는 시대가 된 만큼 이 책을 통해 본 또 다른  한국인 혼혈  2세들에 대한 얘기를 읽어보게 됐다.

 

방송에서도 시사 프로그램이나 세계 각지의 사건들을 취재하는 방송 중엔 이런 부분들을 다룬 내용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코피노’다.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인 이 말은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하는데 한국 남성들, 특히 유학생 신분이나 회사의 일 때문에 현지에서 생활하던 한국 남자들이 필리핀 여성과 사귀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생긴 2세들을 지칭한다.

 

2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본국으로 돌아갈 때 엉터리 주소를 알려주는 등의 행동으로 오로지 2세들을 키우는 몫은 현지 여성들이 져야 한다는 현실이 착잡하게 다가온다.

 

책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소설이자 현실적인 방안들을 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지금도 방송에서 한인들이 현지에서 실종이나 피살 사건을 통해 죽음을 다룬 내용들을 접할 때면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들도 생각해 볼 시점이란 생각에서 더욱 이 소설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같이 등장한다.

 

사업차 필리핀으로 떠난 형의 실종을 밝히기 위해 사건을 밝히는 과정 중 드러난 코피노에 대한 만남, 특히 가해자 신분이 현직 국회의원이란 설정 부분도 들어있어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적절한 배합을 통해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한국 혼혈 2세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이 소설뿐만이 아닌 시사 보도자료를 통해 알고 있는 만큼 한국 아버지와 현지 어머니들 사이에 태어난 2세들에 대한 지원 정책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2세들의 막막한 현실과 시선들은 누구의 책임인가?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차별을 느낀 시절이 있었던 만큼 조금 형편이 나아졌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보지 말아야 함을 경고한 책, 주인공 에일리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제목 그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다시 한번 크게 다가온 책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싱딸

[세트] 세상의 모든 딸들 1~2 세트 – 전2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홍익출판사 / 2019년 1월

이 책에 대한 기억은 3권에 이른 방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특히 당시 읽었던 부분부분들에 대한 묘사들은 익숙지 않았던 시대배경이었던 만큼 저자의 묘사를 다룬 부분들은 타 책들보다 긴 호흡을 느끼며 읽었다는 것이다.

 

올해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며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본 이 책은 2권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과거로의 흥분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인류의 정착시기 중 구석기 시대를 통해 그 속에서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에도 여성의 삶에 대한 연장선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 준다.

 

주인공 야난을 통해 바라본 그녀의 성장과 일생은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고자 하는 면에선 일찍부터 두드러진 성격을 가진 면을 보인 아이다.

 

가족이 모두 죽고 달란 동생과 같이 남겨진 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일에 대해 야무진 삶을 바라보고 전진하는 자세는 남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환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수도 있었지만 당시 구석기 시대란 점을 인식하며 읽는 과정은 야난이 아버지 무기로 사냥을 하고 헤어진 부족과 자신의 약혼자를 찾아가는 여정은 본능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같이 보인다.

 

살기위해 늑대와 공동 연합을 하고 늑대가 떠난 뒤 다시 일족을 만나면서 남편 티무와의 결혼생활을 통해 새로운 여인의 삶을 시작하지만 야난은 이미 부족의 남자들이 매머드 사냥꾼들과의 사귐을 통해 난폭하고 여성과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이에 굴하지 않는 강함을 보인 여성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알아야할 임신의 징조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여건, 남편 티무와의 이혼을 선언함으로써 일족을 떠나버리지만 그녀의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길로 들어서는 안타까운 여정을 보인다.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가했건만 엄마의 말처럼 어느새 자신이 여성이 걸어가는 일반적인 인생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보인 이 소설은 구석기 시대의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하는 행동들, 그 안에서  인간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남성이 여성에게 행했던 일방적인 행동들을 보임으로써 여성들은 어떤 저항과 행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지를 보인 책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남편을 따르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는 법이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결국엔 이 세상의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원시인들의 원초적이고도 생생한 묘사와  주인공 야난의 인생을 통해  먹먹한 감동을 전해 주는 책,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며 그 위대함 속에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강인함은 거룩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