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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이웃집아이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살면서 뜻하지 않게 당황한 일들을 겪어 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타의든 자의든 간에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란 나가 생각하는 바대로 흐르지 않기에 더욱이  책 제목처럼 일을 겪는 경우라면 우선시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제목 그대로 뜻하지 않게, 실수로 저지른 일이 커다란 사건으로 번져버렸다.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집을 나선 리즈, 전날 밤늦게 잔 탓에 아침에 시험을 치르기 위해 먹은 각성제는 옆집 네 살 아이 찰리를 차로 치는 사고로 발생하게 된다.

 

뜻밖의 사고, 경황이 없던 그녀에게 남편 오웬은 방수포에 아이를 함께 쌓고 유기해 버린다.

사건을 죽는 날까지 함구할 것을 맹세하게 된 부부-

 

반면 아이의 엄마 캐롤은 잠깐의 행동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실종된 것을 죄책감으로 여기며 실종신고를 하게 되면서 두 여인의 감정, 아니, 정확히는 두 부부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진행을 보인다.

 

가까운 이웃이었기에 더욱 마음의 죄를 지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리즈에게 오히려 남편이란 작자 오웬은 자신의 성공에 영향을 끼칠 이 사건에 대해 리즈를 협박하게 되고 캐롤의 남편은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신경을 씀으로써 캐롤로 하여금 서운한 마음을 들게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열 달 배 아파 낳은 생명인 자식이 내 눈 앞에서 잠깐 한눈 판 사이 없어졌다면, 그것도 자신의 잘못 때문이란 사실이라면, 엄마 된 입장으로서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다.

 

그 절절한 심정,  오죽할까 싶은 마음이 책의 구석구석 보이고 그런 감정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리즈 또한 자신이 저지를 죄, 그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마음의 짐을 진 것은 물론이고 아무도 몰랐다고 생각되던 그 사건이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 과정은 점차 약과 알코울에 의존하게 되는, 그러면서 부부 사이도 점차 벌어지는 과정이 심리 스릴러로써의   느낌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이점을 따지는 남편들, 읽다 보면 리즈보다 남편 오웬이 더 미운 것은 아마도 이 사건 자체가 불러온 파장의 근원지 확대 제공자란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리즈의 선택은 책의 말미에 드러나지만 인간인 이상 결코 완전무결함은 없기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를 만회할 기회가 생겼을 때의 처신은 인간이기에 행할 수 있는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가 그린 인간 심성의 내면을 통해 각각 개인들의 마음들을 마치 들여다본 듯한 글이 인상적이면서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아픔이 있게 한 책이었다.

골든아워 1

골든아워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외과 의사이자  중증외상센터 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17년 간 기록한 삶과 죽음의 보고서란 이름으로 출간된 책, 1.2권 중 우선 1권을 만나봤다.

 

병원의 응급실을 향해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신이나 가족들이 위급한 상황에 닥치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체감하게 된다.

119구급차가 오기까지 남들은 빠른 시간이라고들 말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가족들이나 본인은 피를 말리는 그 시간이 정말 한없이 흐른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위급 상황, 흔히들 골든타임이라고 말들 하는 것, 정확히는 골든아워라고 한다.

 

–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골든아워’다.-p 149

 

하지만 현실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 겨우 도착해서 시간 타임은 놓쳐 생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진국 기준으로 ‘예방 가능한 사망’이란 말이다.

 

1권은 2002~2013년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처음 의학과에 적을 두고 공부하며 의사로서 출발하는 과정에서 맡게 된 중증 외과 의사라는 직책은  여러 사연을 갖고 마주치는 다양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이야기, 공사장에서, 선박일을 하다가, 배로 고기를 잡다가, 아니면 조폭들끼리 칼부림,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실려온 부인, 어린 자녀들을 두고 생을 마감하는 가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사연들이 없다.

 

처음 중증외상이란 말을 듣게 된 것은 아마도 소말리아 해적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다루고 그 이후 북한 병사의 수술까지를 연일 기사로 접하면서 외과의사로서 그가 행한 의술은 신이란 존재를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책에서 보는 현실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 첫 느낌이다.

해외 연수를 가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한국에도 정말 필요한 의료정책임을 통감하지만 정작 실행에 있어서는 여러 난제들이 쌓여있고, 읽다 보면 의사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겠단 생각마저 들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얼마 전 끝난 병원 드라마 ‘라이프’가 생각난다.

병원도 사설 기업체이고 이윤을 창출해야 병원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 그런 기타 여러 압박감들이 의사들에게 전달되고 그런 가운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입장, 특히 시간을 다투는 중증외상 환자들을 수술하는 의사로서 느끼는 이러한 행정적인 문제점들은 사각의 지대를 연상하게 했다.

 

서양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립적인 중증외상센터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필요함을 통감하게 된다.

 

위급환자 발생에 따른 절차의 빠른 운송과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 확보, 무엇보다 중환자실이 그렇게 부족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국내의 현실 여건이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한다.

 

수술하면서 의사는 오로지 환자의 생명 살리기에만 신경 써도 모자랄 상황에 중환자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하고 없다면 응급실 한편에서라도 환자를 돌보아야만 하는 현실, 물론 병원 사측의 입장도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의 위급함을 다루는 의료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없다.

서양의 체계적인 것을 그대로 옮겨와 실행하다 보면 한국형 중증외상센터로써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있는데, 의사로서 곳곳에 좋지 않은 시선을 감내하며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실로 존경스럽다.

 

–  이제 나는 외과 의사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뼛속 깊이 느낀다. 그 무게는 환자를 살리고 회복시켰을 때 느끼는 만족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터진 장기를 꿰매어 다시 붙여놓아도 내가 생사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거기까지다. 수술 후에 파열 부위가 아물어가는 것은 수술적 영역을 벗어난 이야기이고, 나는 환자의 몸이 스스로 작동해 치유되는 과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 지난한 기다림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종 인공생명유지장치들을 총동원해 환자에게 쏟아붓는 것뿐이고, 그것은 치료를 ‘돕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환자를 온전히 살려낸다거나 살려냈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외과의사로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외과 의사로서 나의 한계가 명백히 다가왔다. -p 34-35

 

요즘은 외과를 전공하려는 지원자가 적다고 한다.

갈수록 인기가 없는 ‘과’이고 노동에 가까운 수술의 현장이라는 말도 있던데, 인간의 생명을 작은 메스에 의지해 살린다는 직업, 그 소명을 끝까지 놓지않고 있는 분들이 있기에 그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인간이기에 힘든 과정이 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 미처 몰랐던 긴박한 생명을 다루는 그 시간들을 알려주고 왜 중증외상센터가 존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교수님께 힘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강도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1.2편을 통해 노익장을 과시한 그들이 다시 떴다.!

 

메르타 안데르손 할머니를 비롯해 다른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합심하여 은행을 털려는 계획은 이제 전편에 이어서 손쉽게 행동에 옮길 수가 있는 지경에 이른다.

 

그들이 은행을 털려는 목적은 노인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들려는 것인데, 정부와 사회가 행하고 있는 실행들과 노인들에게 대하는 자세들이  그들의 눈에 못마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마련, 그래서 은행을 털려는 것이고, 2편에서 그랜트 호텔에 감춰 두었던 돈 5백만 크로나를 회수하기로 한다.

그러나 프로 도둑은 아니었기에 cctv에 메르타 할머니가 노출되고 은행 강도를 쫓는 곳마다 메르타를 목격한 경찰은 의심하기 시작, 추적은 시작된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의 계획을 성사시킬 수 있을까?

1.2편에서도 통쾌하고 유쾌하면서도 생각할 부분들을 던진 책답게 이 3편에서도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메르타 할머니를 만나볼 수 있다.

 

5억 크로나에 달하는 요트를 훔치는 일을 실행하는 과정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자신들이 묵고 있는 펜션의 이웃이 바로 조세 포탈범이자 사기꾼인 비엘케가 란 사실을 알고 지중해의 생트로페에 있는 그의 요트를 훔치는 계획은 이 요트를 두고 또 다른 헐값에 뺏으려는 올레크아 보리스와의 한판 대결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복지국가 중 한 나라인 스웨덴에서 출간된 이 책은 아무리 잘된 복지국가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의 삶은 모두가 행복한 것만을 아님을 꼬집는다.

 

비단 이 나라뿐만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 ‘노인’이란 칭호에 맞는 세대를 이루게 마련인 것을 자신들은 언제까지나 청춘인 것처럼 노인들을 대하는 자세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여전히 건장함을 드러낸다.

 

– 우리 같은 노부인들이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질 않아.
그냥 무너지고 말 거야.
문화도 예술도 사라지고 남는 것은 오직 축구와 게임뿐이겠지 – p 517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식과 지혜는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된다.

복지국가의 실현을 이루기 위한 정책 안에서 그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절차들은 짧은 장마다 벌어지는 좌충우돌 행동 속에 생각을 던지게 되고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메르타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서도 여전히 심쿵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로 드러낸다.

 

밀당의 사랑도 나이에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젊은 청춘들의 밀당과는 또다른 생생한 ‘러브’를 보는 듯한 느낌 속에 이들의 강도행각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글 구성을 다룬 저자의 글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팔팔하고 긍정 마인드의 메르타 할머니와 그 외의 친구들, 그들이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우리가 추락한 이유

우리가추락한이유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5월의 어느 화요일, 레이철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첫 프롤로그에서 드러난 문장에서 강한 임팩트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문구다.

 

여 주인공인 레이철은 왜 사랑하는 남편을 죽였을까?를 궁금하게 하는 첫 도입부 이후 책은 레이철이란 여성의 시점으로 그려낸 그녀의 전반부 인생, 그리고 브라이언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흐름을 진행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학 교수인 엄마 밑에서 자란 레이철은 아버지를 모른다.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은 아버지의 이름이 제임스란 것만 알려줄 뿐  정작 그녀가 아버지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엄마는 교통사고 사망, 남은 유산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찾기 시작한다.

 

사설탐정 브라이언으로부터 미련을 갖지 않는 게 좋겠단 충고를 받아들인 레이철, 이후 가까스로 제임스를 찾게 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님을, 엄마의 외유로 생긴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친부에 대한 포기를 하면서 메이저 방송 진출을 하려 노력한다.

 

마침 아이티에서 벌어진 지진은 그녀를 그곳에 특파원으로 파견하게 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실상, 강간, 폭력, 약탈을 목격하면서 어린 소녀를 강간과 살인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했단 죄책감에 휩싸이면서 방송 도중 공황발작을 생방송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모든 매체에서 레이철이란 이름은 유명인사가 되고 그녀는 방송을 떠나게 된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지만 공황발작으로 인한 세상 밖으로의 발을 내딛기를 거부한 채 칩거하는 레이철, 우연히 다시 만난 브라이언의 따뜻한 심성과 그녀를 이해하는 마음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사랑으로 다가온다.

 

책은 전반부가 레이철이란 여성의 성장과정, 왜 그녀가 공황발작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한 진행을 보임으로써 그녀 안에 잠재되어 있는 위축과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마주칠 용기를 가지게 되지 못한 과정을 보였다면 후반부는 브라이언을 만나고 부부가 되면서 그녀가 점차 공황발작을 이기고 조금씩 바깥세상으로 나가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을 부부의 사랑으로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어느 날 거리에 나선 그녀의 눈에 외국에 출장 간다고 나선 브라이언이 건너편에 있다면?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한 레이철은 이후 정작 3년간 부부로서 살아오면서 자신이 브라이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책의 진행은 전반부가 통속적인 한 여인의 심리 위축을 그린 과정이었다면 후반부는 이로 인해 결혼이란 안전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 준 한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한 결실이 뜻하지 않게  남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과정 속에 그려지는 사기, 사랑, 음모, 배신,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인다.

 

전작인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있게 읽은 갱스터 소설 커글린 가문 3부작 [운명의 날], [리브 바이 나이트], 이후 후속 작품들이 남성 위주의  다양한 스릴의 장르를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레이철의 공황발작을 충분한 개연성 있는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가 브라이언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수긍하게 한 점, 그 이후 브라이언의 실체를 통해 또 다른 인생으로 빠져들게 되는 과정들이 저자의 특허인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스릴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을 후반부에 비로소 드러내는 과정들이 충분한 흡입력을 느끼게 해 준다.

 

왜 그들은 추락을 해야만 했을까?

평범한 삶을 원했던 레이철과는 다르게 자라온 환경에서 느낀 불합리에 대한 불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다져온 브라이언이란 상반된 두 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과연 브라이언은 레이철을 사랑하기는 할 것일까? 그저 연기에 능숙한 그만의 표정으로 그녀를 끝까지 속인 것은 아닐까?

적어도 고백이란 부분에서만은 두 사람 모두 진실을 말했다는 것만 느끼게 될 뿐 모든 것이 거짓으로만 볼 수밖에 없게 만든 브라이언이란 인물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조여 오는 범죄 무리들과의 대결은 촘촘히 다가오는 심리 압박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며 영화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연상 시키는 듯한 배경들이 인상적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인 만큼  전반부의 느림을 이해하고 읽는다면 후반부는 저자만의 탁월한 추리 스릴을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스릴이란 장르 속에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려낸 듯한 작품, 하지만 결국 이 책은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던진 한 여인의 아픈 이야기란 생각도 들게 한다.

 

                                                                                                                                

네 명의 의인

네명의인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영국 추리작가협회 ‘100대 추리소설’ 선정작이며 TV 시리즈로도 제작 방송된 화제의 소설이라고 한 이 작품은 영화 킹콩을 쓴 원작자의 작품이다.

 

배경이 되는 것은 영국, 첫 시작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구실로  정치난민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외무부 장관 필립 레이면 경 앞으로 협박편지가 오면서 시작이 된다.

 

강제 소환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만일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외무부 장관을 암살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이들의 의사를  필립 레이면 경은  무시하고 법안 제출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의인들은 본보기로 국회의사당에 폭탄 설치를 했다는 것을 알리고 경찰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대대적인 수사를 하면서 필립 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현상금 1천 파운드를 걸어 범인을 쫓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다른 국외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지 않은 인물들을 처단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과연 네 명의 의인들은 누구일까?

 

책 속의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정의에 반하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일을 한다.

일명 자경단이란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데, 법에 의해서 올바른 처단을 받지 않은 자, 억울한 사정을 법이란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자 하나 그렇지 못한 억울한 심정을 지닌 사람들을 대변해주듯 실행에 옮기는 이들의 행동을 보면 시원함 감정이 들게 되면서 정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자신들의 배경이 결코 가난하지도 않은,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는 자들이기에 이렇듯 일을 행한다는 사실이 또한 다른 점으로 느낄 수가 있는데, 과연 의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법안을 폐기하고 자신의 목숨을 보전할 것인지, 약속은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실행에 옮길 것인지에 대한 결과의 진행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

 

과연 의인들은 그들이 내세운 정의의 실현, 그들을 잡기 위해 몰려든 경찰의 눈을 피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음지에서 그들이 행한 일들은 현대에 있어서도 안하무인의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는 이들, 권력과 부패에 취해 정작 돌보아야 할 사람들은 뒷전인 채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연작시리즈로 나온 책인 만큼 시대를 앞서 간 구상이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오히려 액션이 가미된 유명 영화 주인공의 본보기로 참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사양

사양앞

[도서]사양다자이 오사무 저/유숙자 역
민음사 | 2018년 09월

 

‘인간실격’으로 잘 알려진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이번에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다.

 

문학이란 것이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음으로써 그 시대를 작가의 필치로 그려낸 장르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를 근접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작가들이 있지만 이 작가의 생을 다시 더듬어 보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느끼는 과정들은 시대의 변혁 속에 과연  지금까지 갖고 있던 기성의 무게를 훌훌 던져버릴 용기가 있을까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일본의 폐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출신의 한 집안을 소재로 다룬 이 책은 천생 귀족인 엄마와 그녀의 자식인 이혼녀이자 책의 화자인 가즈코, 그리고 전쟁에 나가 있는 남동생 나오지가 주인공들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외삼촌에 의지해 자신들이 살던 집을 팔고 한적한 별장으로 이사 오게 된 모녀, 점점 병약해가는 엄마를 두고 집안의 가장이자 이혼녀인 가즈코는 밭일을 하면서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엄마의 귀족다운 품위 속에 아편에 중독되어 전장에 나간 동생 나오지의 귀환은 또 다른 집안의 걱정거리로 남지만 정작 그녀 자신도 ‘사랑’이라고 믿는 유부남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책은 전장의 패잔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의 귀족이란 신분 때문에, 사회의 변혁에 동참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분적인 한계로 인한 고뇌,  삶에 대한 애착과 불행, 당시 퇴폐적인 성향의 유행으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오지, 그런 나오지 와 가까운 소설가 우에하라가 시대를 겪어가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방식들이 그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 시대를 투영한다.

 

 

가장으로서 집안을 살리겠다는 의지조차 없었던 나오지의 행동과 말은 저자와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이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자살을 택하게 된 유서의 내용들은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고통을 대표한다는 느낌,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쓰면서도  도저히 시대에 부합되는 창작을 할 수없다는 한계를 느끼는 우에하라, 그런 우에하라를 사랑하는 가즈코의 연관관계들은 우울한 시대를 겪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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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이렇듯 시대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약함을 보인다면 가즈코는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귀족이란 신분을 벗어던질 각오를 한다는 점에서 강함을 보인다.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마음, 결국 우에하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혁명이자 새로운 삶을 위해 꿋꿋이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 내용들은 새로운 시대에 적극 수긍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단 점에서 희망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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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로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 ‘사양족’이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란 점에서 이 작품은 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천황 살해 사건

천왕살해천황살해사건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10월

<관상> <궁합>, <명당>을 쓴 저자의 작품이다.

 

일본의 역사, 특히 일본 왕실에 얽힌 뿌리는 백제의 뿌리, 가야와도 연관이 깊다는 사실은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들이 아무리 쉬쉬 입을 다물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어나 풍습, 왕실에 대한 속살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조차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있다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연관된 사실을 부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가진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작가의 오랜 사료 수집과 팩트에 근접한 사실을 기본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연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수밖에 없는 15조의 이유 중에서 한 가지인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 천황을 죽인 죄를 들었다는 데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메이지유신 하면 일본의 근대화를 가속시킨 시대, 근 서구적인 문물과 아울러 우리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를 동반하게 하는 시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책은 1868년 9월 12일 일본 천황이 감쪽같이 뒤바뀌었다는 사실로, 이토 히로부미가 고메이 천황과 그의 적자 무쓰히토 황태자를 죽이고 시골에서 살고 있던 17세 소년을 메이지 천황으로 등극시킨 것을 시작으로 서막을 알린다.

 

여기엔 조선에서 끌려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천대와 박해,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후손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흐른다.

 

일본에서 핍박받고 살아가는 조선인 중에 한 명이 일본 천황 교체설에 대한 진실을 담은 기록 문서를 남기게 되고 이를 추적하는 일본의 궁내 사람들, 이 금관의 금서를 쓴 후손인인 고토코란 여인의 한 많은 복수를 통해 서로 연관을 지으면서 그려지는 내용들은 실로 허구가 섞였다고는 하지만 충격적이다.

 

스스로 신이라고 일컬어지길 원한 천황이란 존재, 조선과의 연관을 끊기 위해서 조선을 침략하고 자신의 뿌리인 조선에 대해 저지른 온갖 만행은 지금도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로 기록되어 남았다.

 

책은 저자가 그동안 보였던 역술, 종교, 풍수, 음의 조화까지 온갖 모든 것을 포함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려진 시대인 만큼 역동적이면서 다양한 재미를 알아가게 한다.

 

역사의 엄청난 비밀이 감춰진 금서는 과연 밝혀질 것인지, 서로 다른 목적 하에 이 금서를 둘러싼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은 일본이란 나라의 역사를 다시 관심 있게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금탄시실지법으로 알려진 음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방법까지, 시종 재미와 사실적인 역사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차별대우는 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그 오랜 뿌리는 위의 책에서처럼 깊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음을, 자신의 뿌리 존재를 부연함으로써 일본인으로 새로 태어나려 한 역사 속의 인물들을 보자니 부모를 부정한 자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기존의 저자가 쓴 글을 통해 영화를 본 독자라면 새롭게 근접한 이 책을 통해 한. 일 관계의 뿌리를 관심 있게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나는매일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제목만 봐서는 윗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부하 직원의 말처럼 들린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싫어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노’라고 말하는 대찬 성격을 지닌 신입사원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자기주장이 확실한 친구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 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상사의 지시는 쉽게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영업부에서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23살의 미치코는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에 풀이 죽어있다.

그런 그녀에게 키 173센티미터의 장신의 앗코짱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여상사가 어느 날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미치코가 싸온 도시락을 먹은 후,

 

 

“다음 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물론 사례는 할 거야. 내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아침에 너는 내 책상 서랍에 도시락을 넣는 거야. 나는 점심값과 가게 지도와 주문 메뉴를 쓴 종이를 너한테 줄 테니까. 다른 사원에게는 말하기 없기야.”

 

 

하필 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말은 엄마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느낌의 미치코 도시락이 맛있다는데, 그런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미치코는 그 후 일주일 동안 앗코짱이 건네 준 메모에 따라 점심을 먹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관한 레시피를 보는듯 했다.

요일마다 다른 환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부분들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는 앗코짱이란 인물 설정은 이런 상사가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시락1

면전에서 드러내 놓고 부하직원의 의기소침한 상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의 경험과 직장인으로서 느꼈던 경험을 미치코에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에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다가가게 한 계기를 마련해 준 점들이 인상 깊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속마음은 부하직원의 능력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의견 발표를 통해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게 하는 격려의 속마음 깊은 행동들, 두 사람의 관계를 넘어 번외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잠깐 등장하는 앗코짱의 이미지는 읽는 내내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일하는 목적 중에 하나가 삶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원초적인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들어간다면 바로 위의 말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말이 아닐까?

 

정직원도 아닌 파견사원이란 한계, 스스로 싸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 모습의 미치코에서 이제는 앗코짱이란 상사가 스스로 보여준 행동과 말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기하는 의지를 보인 미치코의 모습들이 점심이란 음식의 레시피를 통해 잘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시리즈인 만큼 독특하고도 별난 캐릭터의 앗코짱이란 인물이 실존하다면 상사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시트콤

 

시트콤시트콤 새 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 편 소설상이다.

 

경장 편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이 경과 장편의 중간적인 특징을 아주 절묘하게 그리고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시트콤이란 말은 드라마를 통해서 주로 봤기 때문에 책에서는 제목과 어떻게 연결될까를 궁금했는데 역시나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느껴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진행이 신인작가의 독특한 발상의 글로 인해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책의 내용은 주로 전교 1등을 하고 있는 이연아라는 학생과 그 엄마와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부모의 바람이란 대부분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오직 서울대를 가야만이 성공한 케이스처럼 생각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자신의 존재감의 부재와 학업에 지쳐가는 연아의  심정이 부딪치는 장면이 살벌하게 그려진다.

 

엄마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 인식이 들 정도의 모녀간의 대립은  극에 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행태를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엉뚱하게도 얽히고 설키는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시트콤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학교 상담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연애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기이한 탁자 밑의 동거, 정말 기막힌 설정이면서도 뜻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친 인간들의 그 순간을 모면하려 애를 쓰는 장면이 첫 장부터 웃음이 빵 터지게 만든다.

 

책의 내용은 과장된 부분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책의 표지그림처럼 원으로 돌고 도는 관계들이 연결고리들을 이루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사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 충돌, 학생 매춘의 현장, 바바리 맨과 더불어 발랄하면서도 책을 통해 오래간만에 빵빵 터지는 장면을 연출한 구성이 재미를 주었다.

 

작가의 글 구성의 형태가 원을 그리듯 돌고 돌아 처음과 끝이 맞아떨어지는 흡입력, 거기에 시트콤의 특성인 장면 장면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특징인 형태인 만큼 책 속에서도 장면에 충실한 웃음을 넣어줌으로써 새로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가볍게 넘겨볼 수 없는 현실성 있는 글들이 시트콤이란 장치를 이용해 독자들로 하여금 흡입력과 가독력을 높인 점이 기억에 남는 책이다.

                                                                                                                                

비바, 제인

비바제인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루페 / 2018년 9월

책 소개를 통해서 기시감이 들었던 책,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소설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미국의 전 대통령의 사건을 연상케 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개의 성(性)으로 나뉘어 있지만 정작 정말 두 이성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세계는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책은 5명의 여성의 시점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레이첼-

64세의 그녀는 심장의 남편과 이혼한 후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통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전직 학교 교장 출신이다.

그런 그녀에겐 딸, 아비바 그로스먼이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치에 뜻을 품은 아비바, 그녀는 플로리다의 선거 특성에 따른 정치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어릴 적 이웃에 살고 있던 하원의원 에런 레빈의 인턴이 되어 선거를 도운다.

 

그런데 딸이 20년 연상의 에런과 불륜이 났다.

딸의 말은 사랑이라는 확신 하에 그를 만난다고 했으나 이미 엄마로서의 입장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인 시선이 어떻게 딸에 돌아올지에  대한 걱정으로 딸을 지키려 한다.

 

두 번째 제인-

제인 영이 정확한 이름이다.

고향인 플로리다를 떠나 메인 주의 앨리슨 스프링스에서 행사 기획자이자 웨딩 플래너로서 일하는 싱글맘이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조숙한 딸 루비가 있고,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건 부인으로 인해 시장 선거에 출마를 한다.

 

세 번째 루비-

아빠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학생,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는 있지만 당차고 자신만의 생각이 철저한 아이다.

그런 루비가 어느 날 엄마의 선거 출마로 인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후 자신의 아빠를 찾으러 플로리다로 가게 된다.

친구이자 엄마로서 믿었던 사람의 과거를 통해 엄마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선거에서만큼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출마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 번째 엠베스-

레빈 의원의 아내이자 변호사다.

아비바 게이트로 인해 한때  정치적 생명에 위험으로 빠질 뻔했던 남편을 용서하고 그의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한편 그런 남편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지만 정작 자신은 유방암으로 인해 생에 대한  마감을 다투고 있다.

 

다섯 번째 아비바-

책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생각했던 ‘사랑’이란 책임에 대해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망쳤으며 결코 다시는 아비바란 이름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여대생,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선택’이란 단어를 통해 다루어진다.

 

자신은 사랑했다는 마음으로 행동을 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불륜녀, 유망한 정치인의 앞날을 망친 여자로 매도한다.

어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의 행동, 이런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교묘히 채웠던 에런 레빈의 관계는 상하 복종,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불장난에 불과함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온통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책망하고 그녀가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그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이후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해도 구글로 검색만 해도 나타나는 자신의 존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력서는 무용지물,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로 새로운 제인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룬다.

 

 

 

책은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같은 책임 하에 벌인 일을 두고도 세상의 잣대는 오로지 여성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고 그녀의 행동을 매도함으로써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는 듯한 풍토가 여전함을 유머를 적절히 섞음으로써 완급조절을 통해 보인다.

 

 

총 5명의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모이게 연결된다.

사건의 결말에 따른 그들의 인생 또한 변한 자와 변하지 않은 자, 그렇지만 결국 변하지 않은 자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인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그의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내 엠베스, 그녀 또한 같은 여성이지만 아비바를 보는 견해는 세상의 잣대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녀 또한 아비바 못지않게 불행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제인 영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개척해 살아가는 아비바는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이 그녀에게 보인 싸늘한 시선에 맞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간 여성이 아닐까 싶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과는 달리 한국의 책 제목인 비바, 제인은 그렇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낸 제목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역할이 점차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같은 일을 두고도 판단을 내리는 대중의 심리와 사회 전반적인 시선들은 아직도 바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아비바란 여대생의 사건을 통해 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남성이 행한 행동에  대한 너그러운(?) 자비심을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풀이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루면서 결코 이에 무너지지 않은 아비바, 또 다른 여성인 제인 영에 대한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