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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이밤과서쪽으로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아프리카에 대한 자연을 그린 글들 속에서 특히 여성이 저자로 나온 책들을 뽑으라고 한다면 생각나는 것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영화로 먼저 접해봤기에 아름다운 대자연이란 말이 이럴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겠다는 느낌을 받게 한 영화, 특히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은 영화사에서 뽑을 수 있는 멋진 장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실제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 장면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었단 실망감, 저자가 그린 자신의 삶 속에 포근히 감싸 안고 들어선 아프리카란 대자연이 실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우선 읽어보라고 권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연장선, 즉 여류작가로서 두 사람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대하는 작가지만 알고 보니 이미  1942년 출간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에세이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책이란다.

 

여성으로서는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비행한 최초의 인물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에세이로써 읽다 보면 실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영국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단 둘이 네 살 때 아프리카 케냐로 이주한 베릴 마크햄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은조 농장에서 아프리카 부족들과의 생활을 함께 하며 자란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듯한 순박하고 순진하며 동물과 각기 부족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함께 구사하며 그들과 함께 자라는 한 소녀의 모습이 연상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혹독한 가뭄으로 아버지의 농장이 문을 닫게 되고 그녀의 첫 번째 말인 페가수스에 안장 달랑 두 개만 싣고 홀로  몰로로 떠나게 된 17살의 그녀는 이후 생게를 위해 경주마 조련 일을 시작으로 자신이 조련한 말 우승을 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지만 않았던 그녀는 다시 인생의 삶에 대한 새로운 도전인 비행에 나서게 되고 실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여성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당장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지리상으로도 얼마든지 비행할 수 있는 원동 수단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요원한 희망에 속해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어떤 설렘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한 책이다.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들이 있는 가운데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아프리카의 석양에 물든 장관들의 표현은 이미 보았던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불러오게 만들고 특히 이 저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오면서 어떤 진취적인 생동감을 이루며 살아갔는지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당시의 시대상에 비친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을 과감하게 이기고 유명인사들과의 실제 연인이자 뮤즈, 위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와도 친분이 있는 가운데 남성들과의 염분을 뿌린 이력들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살아나가는 한 인간의 역동적인 삶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프리카에서의 생활, 어려움을 이기고 홀로 자신의 성취와 또 다른 세계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철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철학의 위안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
보에티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이 주는 느낌은 좀 무겁게 다가온다.

생각과 사고의 발전, 보다 심오한 세계를 접근하려는 고대의 철학의 사조만 봐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주는 울림은 기존에 생각해 왔던 어둡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조금은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는데서  가깝게도 느껴지게 한 책이다.

 

이 책은  로마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한  로마 제국의 정치가요, 철학자인 보에티우스가 쓴 글이다.

 

철학의 위안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쓴 그의 글이 배경이 된 시기는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신을 아꼈던 황제로부터 명을 받아 유배를 당한 감옥에서 처형당할 날을 기다리며 쓴 글이다.

 

그, 자신이 생각해온 정치적인 이념과 생각, 공무 집행자로서의 위치에 선 자로서의 행했던 일말의 어떤 사건이 미운털이 박혀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그가 감옥에서 쓴 이 글을 통해서 후세의 독자들은 또 하나의 주옥같은 의미를 읽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장에 들어서기 전 책의 전반에 흐르는 글의 내용과 그 당시에 이루어졌던 철학 사조의 기류, 더불어 그가 어떤 철학자들의 영향과 정치적 이념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점이 돋보인다.

 

특히 이색적인 책의 흐름은 시와 산문형식, 특히 첫 장에서 그를 위로하려는 시를 대표하는 시녀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철학을 대표하는 여신이 등장하면서 이후 보에티우스와 철학 여신 간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가 당한 억울함에서부터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느끼는 권력과 탐욕, 부와 행복, 최곳의 선, 종교적인 신의 섭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방면에 걸친 대화 형식은 기존에 어렵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요한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점이다.

 

당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스토아 철학에서부터 신플라톤주의,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배우고 익힌 사조의 흐름과 자신의 이념을 토대로 쓴 글답게 말 그대로 철학적 위안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철학1

 

종교와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순리와 도리를 설명하는 각 부분들 사이에 들어있는 그림들도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보다 더 진실된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할 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인상 깊은 책이다.

 

2018 서울 국제 도서전에 관심 있으신 분~~

작년에 좋은 반응으로 유종의 미를 맺은 2017 서울 국제 도서전이 끝났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들어 시작을 알리는 도서전 소식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그해는 도서전이 열리지 않았다가 작년에 초대국 터키가 주빈국으로 선정되면서 참여한 출판사들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죠.

이번에도 역시 주빈국으로 체코의 문학이 전시된다고 합니다.

체코하면 카프카 외에 요즘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작가가 있는데, 어떤 좋은 이미지로 행사를 열어줄지 기대됩니다.

 

작년에도 알려드린다는 것을 깜박 잊고 소식을 올리지 못했다가, 혹시 도서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사전예약을 하고 있으니 이 기회에 무료입장 하셔서 책과 소설가와의 만남, 각기 다른 행사를 보면 좋으실 것 같아 올려봅니다.

 

사전예약이란, 미리 행사기간 내에 방문할 것을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어른과 아이들의 입장료를 받게 되는데, 이 입장권으로 당 행사장 내에서 책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개념도 있으니 각 개인 사정에 따라 이용해보시면 될 듯 합니다.

국제도서전 사이트 입니다.

http://www.sibf.or.kr/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사전예약 등록하기 창이 보이니 창에 맞는 인원을 예약하시면 됩니다.

(데레사 님이 매년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는데, 올해는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올려보아요.^^)

제로(ZERO)

제로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갈수록 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과연 이런 과학 진보의 영향으로 인한 정보의 확대와 기기의 발전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요즘 이러한 정보의 변화에 따른 각기 다른 해석과 그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다.

 

공상 과학소설 속에서나 그려지던 장면들 중에는 이미 실현이 되고 있는 상태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몇몇 장면들 또한 그저 가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전작인 ‘블랙아웃’에서 그려진 내용도 참신했지만 이번에 나온 ‘제로’ 또한 현 세태의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느 날 골프를 치고 있던 미국 대통령을 향해 그토록 경호가 삼엄하다던 장소를 뚫고 드론이 공격해 온다.

 

이 모든 영상이 실황으로 생생히 방송과 인터넷에 전 세계에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제로’라고 밝힌다.

 

보통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실 생활에 사용되고 이용되는 모든 편리성의 대가가 실은 거대 인터넷 집단들이 내세우는 개인정보 수집과 이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권력추구라는 또 다른 파생의 결과를 감시하기 위해 결성된 ‘감시사회에 대항하는 시민 게릴라’ 단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사방에 뻗친 거대한 데이터를 파괴하겠다는 것-

 

한편 데일리의 기자 신시아는 그녀의 딸인 비올라의 친구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들의 모든 패턴들을 파악하고 있던 프로미 프로그램의 코치를 받고 있었단 사실을 알고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추적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한때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나오는 장면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생활을 하게 될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 이미 구글이나 페북, 각 인터넷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의 정보가 어느 한순간에 정보 유출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파급효과, 그에 더한 또 다른 이익을 노린 제 삼의 집단들이 악용할 시 벌어질 수 있는 사태들은 가히 그 수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리란 사실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이제 4차 혁명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현재는 더할 나위 없는  이러한 체감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멜로 날아온 쇼핑 권고의 전략엔 이러한 개인 정보와 성향을 토대로 유출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홍보를 한다는 사실, 어떻게 알고 내 이멜로 이런 정보가 오게 됐지? 하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나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이란 넓은 바다에 떠도는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섬뜩함은 등골이 서늘함을 넘어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과연 제로가 말하는 방식이 선의에 의한 방법일까? 아니면 제로 또한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에 의거한 또 다른 새로운 이익의 집단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목적에서 이런 행동을 개시한 것일까?

아니면 그 뒤의 또 다른 거대세력의 음모일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상상력을 토대로 그린 책답게 시종 현재에 사용되고 있는 각종 정보의 유출과 이기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 일례로 스마트 안경 하나로 인해 타인의 개인 정보를 알 수 있는 개념은 또 하나의 위험 경고를 느끼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편리함도 좋고 쉽게 모든 것이 빨리 이루어지는 문명의 혜택도 좋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을 미리 느껴 볼 수 있게 그린 저자의 스릴이 재미를 배가 시켜준 작품이다.

 

귀환

귀환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저자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 ‘남자들의 나라에서’였다.

 

제3 문화권, 지금은 영국에서 터를 이루고 살고 있는 작가지만 태생은 리비아 출신이란 점, 9살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고국,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던 역사 속의 일상생활들 속에 스며든 고통과 좌절, 여인들의 한을 그린 책이라 인상이 깊게 각인된 작품이었다.

 

책 속의 내용에서 다룬 것들이 지금 만나는 ‘귀환’의 다른 연속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의 작품이 허구 속에 스며든 아픔을 그려낸 소설이라면 이 책은 논픽션이다.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답게 책의 내용은 사실성에 입각한 작가의 시선과 주위의 시선을 오로지 역사 속을 관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2012년 3월 카이로 국제공항-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1979년에 리비아를 탈출한 후 리비아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장면이 첫 시작이다.

 

강력한 호기심, 타인의 개인적인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사람의 동선에 주시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불안의 근원인 고국,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순식간에 몰입을 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발라 마타르, 청년 장교였다가 카다피가 정권을 잡으면서 외교관으로서 재직했다가 카다피 정권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이집트 카이로로 가족을 데리고 탈출한다.

 

하지만 1990년 3월 12일, 아버지는 이집트 비밀요원에 의해 카다피에게 넘겨진 후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이후 저자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의 여정은 카이로, 나이로비, 영국을 오고 가며 성장을 하게 되고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의 생사확인을 정확하게 밝혀주진 못한다.

 

이 책은 그 이후의 여정, 즉 카다피 정권이 행했던 1996년 6월 29일,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시점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본 사람, 혹은 그 반대로 살아있었다는 것을 본 사람으로 나뉘면서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행방, 아니 적어도 죽었다면 언제, 어디서,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한 사실을 밝히고 알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을 그린다.

 

리비아가 이탈리아에 정복당한 후에 독립운동에 동참했던 과거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에 이르고 사촌들과 삼촌들, 모두가 리비아의 독재정권 아래 무참히 목숨을 부지하거나 안타깝게도 저버린 사연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형식으로 아버지를 그리는 사부곡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아랍권의 생황 양식과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만남을 위주로 이어진 이야기들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각 방면으로 펼쳐진다.

 

한 사람의 독재정권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린 역사들은 많다.

그 가운데 리비아란 나라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카다피의 독재는 작가의 아버지는 물론 그의 아들인 자신의 삶까지도 온통 무너져버리게 한 원동력이었고 그 가운데 살아가는 삶에 기로에 있어 어려웠던 고통의 기억, 그 가운데 감옥에 갇힌 친척들의 석방을 위해 서방 유력인사들의 도움까지 받은 노력들이 눈물겹도록 애절하게 다가온다.

 

 

제삼자의 눈에 비친 타국의 혁명, ‘아랍의 봄’으로까지 일컬어졌던 나라들의 독재정권 타도는 히샴 마타르라는 자신에게 있어   33년의 시간을 넘어서 리비아로 오게 만든 근원이 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생사를 모른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룬 귀환이란 의미는 저자는 물론이고 감옥에 갇혀 있었던 친척들의 삶에 대한 방식과 철학, 그리고 아직도 그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에 대한 희망과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양분된 갈림길에 선 상태에서의 모든 것을 한마디로 관통하고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아버지의 생사를 두고 긴장감을 이용한 카다피의 아들과 리비아란 나라를 두고 서방이 가지는 그들만의 국익 우선 때문에 벌어진 양국 간의 이해타산이 어떻게 개인적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귀환, 그것은 비록 어떤 뚜렷한 결과를 낳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타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보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이 깊이 울리는 책이다.

테이블 위 작은 정원

정원표지;

 

 

 

 

 

 

 

 

 

 

테이블 위 작은 정원 – 좁은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기 위한 35가지 아이디어
엠마 하디 지음, 정계준 옮김 / 다봄 / 2018년 5월

단독에서 살다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짐을 줄이느라 화분들을 아는 지인들이나 도저히 재사용할 수 없는 정도로 피폐해진 식물들은 버리고 왔다.

 

그러다 보니 단독이란 주택이 주는 이점으로  활용하던 넓은 공간이 다시 그리워지게 되고 기존에 키워왔던 화분들을 다시 앞 베란다에 놓을 심산으로 여기저기 가게를 기웃거리게 됐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어떤 종류의 화분을 키워야 좋을지 고민 아닌 고민이 생기게 됐다.

 

마침 이 책을 통해서 작은 공간과 적은 공간에서 충분히 키울 수 있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무척 반가워할 책을 만났다.

 

저자는  영국 왕립 원예 협회(RHS) 인증 2급 원예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 가드너이다.

 

이미 이러한 형태의 다양한 식물군과 재료를 이용해 보다 쾌적하고 상큼한 실내 가꾸기 겸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설명과 실천을 곁들인 책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바,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기초가 중요하듯 재료와 방법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기초적인 도구의 선택 방법과 토양, 영양분, 식물 종류와 재배의  분야도 충분히 선택의 결정을 고려해서인지 고루고루 보는 재미가 있다.

 

 

차례

 

실내에서의 식물 재배, 용기를 이용한 실외 재배, 식용식물 재배 그리고 테이블 위나 베란다에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고 쉽게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이 컬러 사진과 함께 곁들여져 있어 쉽게 응용해 보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식물활용1

 

 

꼭 책에서만 제시하는 형태의 식물 키우기가 아닌 이런 키우기의 연장선으로 나만의 식물 키우기로 여기에 무엇이 중요한 포인트인지, 같은 식물이라도 어떤 용기에 담느냐에 따라 느끼는 기분은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한 책이다.

 

활용3

 

계절이 계절인지라 화분 키우기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많을 터.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서 집안에 있는 작은 소품을 십분 활용해 장식화분 겸 실생활에서도 기분 전환으로 키울 수 있다면 나만의 작품 탄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활용2

 

특히 책 뒤 말미에 우리나라의 전국 유명 화훼 시장 안내가 곁들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밤의 동물원

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동물원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갖게 되는 동화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복병 아닌 복병, 그것도 살인을 마치 장난감 총 쏘듯 무자비하게 쏘아가며 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사냥하는 희대의 살인마들을 만나게 된다면?

 

벌써부터 등 뒤가 식은땀이 흘러내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여기 한 아이의 엄마로서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동물원이라는 곳이다.

 

어린 아들 링컨을 데리고 동물원에 온 조앤은 동물원 퇴장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기 위해 동물원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책은 말 그대로 묻지 마 살인 식의 총잡이, 희대의 정신 사이코패스들처럼 보이는 청년들이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사람들까지 연이어 죽이고 난 후에 또 다른 동물원에 있는 다른 미지의 인간들을 사냥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행동과 이들을 피해 최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자식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사투를 그린다.

 

깜깜한 밤이 다가오는 눈 앞의 바로 앞,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눈과 귀의 모든 감각마저 온통 극에 달하게 만드는 심리전과 서서히 조여 오는 미지의 발자국들…

 

그런 가운데 아들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모성애를 보인 조앤이란 인물은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유아를 보게 되면서 최대의 갈등을 보인다.

 

아들의 안전을 위해 모른 척 돌아서야 할지, 아니면 유아까지 데리고 도망을 쳐야 할 지에 대한 갈림길, 자신들 만이 아닌 뜻밖의 도움의 요청을 보인 손길들이 들려주는  시시콜콜 이야기 자체에도 민감함을 보인 캐릭터 설정 앞에서 독자들은 조앤처럼 선택을 할까? 아니면 그 이상의 행동을 보임으로써 또 다른 행동의 양심을 보이는 것이 나을까? 하는 생각을 던지게 한다.

 

여자라는 이미지는  신체 조건상 연약함이 남성보다 더 많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는  여자는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 책에서 보인 조앤이라는 인물을 통해 비친 엄마의 강인함과 용감성, 뜻밖에 마주친 범인과의 정면 대결에서 보인 위험천만의 결단력은 책을 읽은 독자로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장소인 동물원, 누구나 순진하고 여린 마음을 갖게 만드는 활력의 장소가 악몽의 장소로 변한 순간, 4;55분부터 8:05분까지를 차례대로 그리며 어떤 변화의 기복이 오게 될지조차 모르게 만드는 상황 설정이 긴박감의 손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끝까지 아들만은 무사하길 바라는 모성애와 그 모성애를 발판으로 범인과의 심리전을 벌이는 조앤 및 기타 다른 인물들의 등장은 책의 구성에 있어 맞춤옷처럼 딱 들어맞게 그려진 책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시간의 초점에 맞춰 그려진 스릴인 만큼 긴장감의 완성도는 훨씬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죽어야 하는 밤

내가 죽어야하는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기다리던 작가의 신작!

이미 독일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작품의 소재도 현재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유롭게 딱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만약 위의 제안을 받게 된다면 과연 나는 누구를 생각하게 될까?

 

그동안 나에게 서운하게 했던 사람들? 나의 약점을 이용해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그렇다면 역으로 상대방 누군가도 나처럼 이런 제안을 받게 된다면 과연 상대방은 나를 선택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한때 그룹사운드의 드러머로 일했던 벤은 자신의 교통사고로 인해 딸을 불구로 만든 죄책감에 쌓여 살아간다.

뚜렷한 직업도 없이 전전하는 그, 어느 날, 딸이 기숙사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시도했단 사실을 안 이후,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결코 자살할 이유나 상황이 아니란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혼 후 친구처럼 지내는 전처 제니퍼와 이 사건에 대해 의논할 즈음, 살인 라이브 게임에 휩쓸리게 된다.

자신을 사냥감으로 겨냥하고 지목한 그 누군가로부터 목숨을 걸로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된 벤-

 

온라인 상에 8N8 이란 프로그램에 따라 8월 8일. 8시 8분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약 12시간 동안 법이 눈을 감고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독일 정부의 허가 방침, 만일 사냥감을 죽여 성공한다면 무려 1,000만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타게 된다는 사실에 군중들은 사냥에 나선다.

자신 외에 섭식 장애에 걸린 여대생 아레추와 함께 도망쳐야 하는 그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미 온라인상이 댓글들로 인해 자살까지 이르는 결과들이 나올 때를 보면 비단 위의 책에서처럼 그려지는 가상의 소재가 결코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느 특정의 인물을 지목하고 온라인상에서 그걸 본 사람들이 저마다 군중심리로 인해 떼를 지어 몰려들어 죽이려는 심리, 그런 과정 가운데서 유유히 이를 이용해 동영상을 올려 돈을 벌어보려는 탐욕으로 벤을 협박하는 사람들, 진정 이를 주도한 사람은 누구이며 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조바심이 긴장감을 높인다.

 

나와 특별한 원한을 맺은 것도 아닌 제삼자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가진  집단 광기와 사회적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스릴이란 장르를 통해 다시 한번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를 함께 해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작품이 신선했다.

 

살인 복권이란 이름으로 붙여진 인간사냥과 죽어야만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남자의 아이러니, 사건의 진실로 다가갈수록 인간 내면의 밝혀지지 않는 정신세계의 이중성, 그 가운데 사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의 긴박한 게임의 사냥 러닝타임을 끝날 줄을 모르게 한다.

 

 

12시간 동안의 시간 흐름을 따라가는 독자들이 시선을 좀체 놓아주지 않는 범인의 정체성, 그 가운데 책에서 보이는 ‘8;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저자의 소설적 장치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시간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갖가지 이슈들,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재미로 그칠 수 있는 소재의 다양성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하우스보트인문학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채워줄 재치 있는 풍자의 향연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년 5월

인문학이라고 하면 우선 딱딱함이 연상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도 잠시, 선뜻 손에 잡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라면 얼마든지 인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나름대로 분쇄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미국의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유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평론가인 존 켄드릭 뱅스다.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유머를 빗댄 풍자성 있는 글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책의 배경은 저승과 이승의 사이에 있는 명계 하데스를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 강, 그 위에 떠있는 하우스보트라는 클럽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 이미 고인이지만 모두 유명인사들이다.

공자, 베이컨, 디오게네스, 셰익스피어, 사무엘 존슨…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의 베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종 흥미진진하다.

이미 이 책이 나온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앞선 시대이고 저자가 그린 인물들 또한 저자보다 훨씬 이전에 태어난 유명인들이기 때문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예를 들면 햄릿의 원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

새삼스럽게 무슨 이런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말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또한 역사 속의 인물인 헨리 8세가 자신의 결혼을 성공하기 위해 가톨릭을 배신한 것인지의 진위, 햄릿이 지금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인식된 힘든 운명이 모두가 생각하듯이 형성된 것은 원작 탓이 아닌 배우들의 탓이라는 푸념 아닌 푸념 섞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름과 동시에 재미와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누리게 한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풍자가 들어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당시 시대상에 흐르던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생각의 확장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이기에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재미와 흥미를 보장하면서 즐길 수 있게 한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단 생각이 든다.

 

번역자의 꼼꼼한 해석이 곁들여져 책 속의 내용을 훨씬 가깝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책,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요즘 방송이나 신문, 그리고 각종 매체를 들여다보면 어쩌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지….

하긴 지구 상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고, 그렇다 보니 이런 공감 에세이를 통해서 일말의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

 

처음 접한 저자, 알고 보니 이미 유명인 사다.

대충 저자가 쓴 글을 보아 30대에 해당하는 것 같고, 실제 저자가 자라온 환경에서 얼추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 속엔 그녀만이 겪은 일들이 아닌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같은 동병상련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런 위로의 말들이 따뜻함을 전해준다.

 

특별나게 어떤 주제를 정해서 쓴 글이 아닌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느낀 일들, 아르바이트, 학교에 다니면서, 때론 직장에 다니면서 느꼈던 자신의 단상적인 생각들을 적은 글이라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각 차트마다 소개된 내용들을 보면 일상의 작은 일 하나로 인해 위축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게도 되는 경험들이 실상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들은 아님을, 특히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내용은 가슴에 찌릿함을 전해준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에서 더 좋은 위치와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모든 일들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저자가 느꼈던 좌절과 고통은 실로 저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가 이 슬럼프를 극복하게 된 것도 엄마를 생각하며 이겨 나갔다고 하듯이 누구나 나에게 위안과 위로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소중한 것들이 존재함을 알게 해 주는 글들이 많았다.

 

특별할 것도 없고 어디 내세울 것도 없는 보통의 우리들, 그런 우리들이 스스로 시시한 사람임을 자처하며 내려놓기를 한다면 훨씬 삶을 바라보고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을 의식해서 할 수 없는 한계임에도 끝까지 해보려 하는 정신도 좋지만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내세움으로써 보다 나 자신에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유 있는 삶,  이 책을 통해서 공감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