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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야식…나를 위한 나만의 만찬

야식표지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워낙에 먹방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다.

하물며 혼자 살면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혼족들의 생활에서는 이런 레시피가 당연히 필요한 요소에 속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이나 간단한 대접을 위해서라면 좀 더 시간 절약과 함께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론 야식을 즐겨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야식에 대한 유혹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데, 아주 드물게 방송에서 나오는 맛난 음식을 대할 때면 군침이 돌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면서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 면 종류의 유혹은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끊여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야식에 대한 생각은 먹는다는 행위의 근본적인 공복의 해결 외에도 세상에는 맛난 음식들이 정말 많기도 하지만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유혹의 시각이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하게 만드는 마력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낮에는  아르바이트, 야간에는 그림을 그리며  여동생과 동거를 하고 있는 일러스트다.

주인공의 유일한 낙이란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출출함을 느낄 때면 만들어 먹는 야식!

 

그렇기에 이 책은 야식 애호가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냉장고의 재료를 훑어보면서 알맞고 맛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통한 잔치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우리네와 정서에 맞지 않는 생소한 음식 종류도 있지만 대개는 익숙한 음식들을 통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도전정신을 부추긴다.

특히 따끈한 밥에 팽이버섯 조림과 김을 얹고, 날계란을 톡 깨뜨린 다음 간장을 조금 넣는 것만으로도 한 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여기엔 팽이버섯 조림과 김만 제외하면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갓 지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 밥에 날계란을 깨뜨린 다음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비벼서 먹던 집의 음식과 같음을 느끼게 한다.

 

야식1

인스턴트를 이용한 야식은 그야말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또 다른 음식의 일색이다.

슈퍼에서 산 평범한 고로케를  마요네즈와 우스터소스를 첨가해  크림 고로케 샌드위치로 먹을 수 있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매실장아찌를 이용한 초간단 요리는 즉석 밥 개념이란 생각을 저버리게 한다.

 

야식2

 

피자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개념이 아닌 가지를 이용한 가지피자란 음식 소개는 인상적이었다.

가지와 피자 소스, 치즈를 가지고 얼마든지 피자의 맛을 느낄 수 있기에 굳이 배달을 통해 피자를 시켜 먹을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야식3

 

책은 한 끼 식사, 간단한 반찬, 달달한 음식, 여러 가지 야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만큼 컬러의 화려한 음식의 색깔을 통해 맛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으며 흑을 이용한 그림에선 어린 시절 즐겨먹던 음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나름대로 향수를 젖게 만든다.

 

아버지가 해주시던 음식, 차를 몰고 다니면서 팔던 라멘에 대한 향수, 그저 우리들이 눈만 돌리면 계절에 맞는 야식의 세계가 이렇게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놀라움과 귀찮다고 주문해서 먹을 것이 아닌 집에 있는 먹다 남은 음식을 이용해 얼마든지 야식이란 이름을 붙여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단 도전 정신을 가지게 만든다.

 

야식4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사회에 있는 만큼 이  야식에 대한 시간은 오로지 오늘 무던히도 애를 쓰며 수고한 나 자신에게 내가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줄 야식으로 상을 준다면 어떨까?

 

구색 맞춰  와인을 곁들이고 온갖 맛난  음식을  곁들여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 자신이 주는 음식이라면 그 어떤 허술한 음식일지라도 정성이 깃들인 야식만큼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맛난 음식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멀리해야 할 경각심(?^^)을 느끼게 할 책이요, 정말 배고픔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간단하게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주 재밌으면서도 유용하게 응용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함께 있을 수 있다면[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2권을 합해서 이뤄지는 두 남녀의 그림들, 특히 안나 가발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표지서부터 장식한다.

 

새롭게 다시 만나는 이 책은 2009년도에 읽은 적이 있던 터라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첫 글을 읽었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난다.

 

소설에는 크게 4명이 등장한다.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요리사와 청소부,  집에서 놀고 있는 세 명의 젊은이와 할머니가 등장한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따뜻함을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과 이웃이지만 진정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고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저자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배경이 프랑스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서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다른 소설과는 다른 주로 대화체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결코 세세한 묘사를 하지 않더라도 기욤 뮈소처럼 쉽게, 아주 쉽게 책을 넘기게 만들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간단한 대사체 하나 만으로도 상황을 이끌고 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세세한 행동을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지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밷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고 그것이 어긋나면서 오해와 불신이 쌓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들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결코 순탄할 수만은 없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 화가인 카미유와 요리사 프랑크 간의 인간의 대한 관심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대화가 필요했던 사람들인 만큼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소외계층이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과 자연의 움직임인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려내던 카미유의 솜씨가 어우러져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걸 알게 해 준다.

 

프랑크의 고백이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진 않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카미유에게 알려준 대목은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사의 관계에서 진심이 배어 있는 말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옴을 일깨워준다.

 

책을 고를 땐 우선 책 내용도 중요하고 작가도 중요하지만, 내 경우엔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독서의 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번역작가로 알고 있었던 “이 세욱” 번역가에 대해선 신뢰가 가고 있던 터에  이번에 다시 개정판을 통해 접해 본 역자의 이 책을 보게 됨으로써 하나하나 글 문장이나 번역가로서 충실하고자 한 점이 더욱 맘에 든다.

 

책 만으로도 번역할 수 있는 것을 현지 프랑스에 가서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서 보고 왔다면 그 책 내용은 안 봐도 알지 않을까…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날씨세계사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하루의 시작은 아마도 시계도 있겠지만 날씨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통해서 내일의 날씨는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서 옷은 어떻게 입고 출근할 것이며, 나들이에 좋은 날씨가 되길, 특히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이면 기도를 하고 잠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날씨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임은 틀림이 없다.

 

역사는 ‘만약’이란 것이 없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대 사건에 날씨가 영향을 끼쳤다면? 이란 주제로 이 책은 역사 들여다보기에 대한 새로운 근접 방법을 제시한다.

 

 

어릴 적 기억으로 동화의 한 장면 중에 인디언 족을 속이기 위해 날씨의 영향을 이용한 일식 날을 잡아 크게 신처럼 모셔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이처럼 날씨는 은연중 우리 인간들, 특히 지금의 유럽 대륙과 미주, 그리고 세계대전 사에서 굵직한 전쟁들 뒤엔 항상 이러한 날씨의 중요성이 대두가 되었다는 저자의 글에서는 ‘아마도’의 허상을 넘어선 긍정의 생각을 유도한다.

 

일례로 로마의 번영과 쇠퇴기에 얽힌 날씨의 영향, 유럽의 암흑기와 중세 온난 기를 거쳐 다시 페스트와 기근의 영향을 미친 소빙하기, 그리고 몽골의 일본 침략을 저지한 카미카제의 역할은 다시 뒤의 역사에서는 역전의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마야 문명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날씨와 벌목의 폐해 현상, 나폴레옹과 히틀러, 미국의 태동,,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이미 알고 배운 역사 속에서는 날씨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해 준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역사에서 날씨의 영향을 다루는 한편 지금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걱정을 쏟아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과 가을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계절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서서히 수량이 줄어든 반면, 아열대 작물의 수확이 가능해지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가 체감은 하고 있으면서도 설마 하니~ 하는 안일한 범주에 머물러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간의 생활에 미묘한 차이로 영향을 끼치는 날씨, 더군다나 하나의 커다란 획을 그었던 사건들을 읽고 나니, 지금의 지구 상태로는 얼마 못가 공룡의 멸종처럼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멸해가는 것은 아닌지, 적어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 또한 모색하는 방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날씨가 온화하고 모든 자연의 조건이 최적기였을 때의 공통점이란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와 건축, 신앙…. 전반적인 거의 모든 것이 최대의 행복함과 인구증가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들이 실천해 옮겨야 할 정책이나 행동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자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가 있으며,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관심 있는 역사 분야부터 읽어도 무방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고발

고발               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케이블에서 ‘모란봉 클럽’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북한을 탈출해 정착해 살고 있는 여러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의 실감 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저 이야기가 정말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가? 에 대한 놀라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보는 것이 내내 가슴이 아프게 다가오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제목에서부터, 더군다나 북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다는 반체제 작가란 것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떻게 북한을 넘어 이 글이 세상에, 남한에까지 출판이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반,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무척 컸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내 가슴이 답답한, 교과서와 학교, 방송에서 다루던 그 내용보다도 더 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 책이다.

 

저자의 필명은 반디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필명으로 북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을 써왔다는데, 이 책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우리들보다 먼저 그 폭이 큼을 느낄 수가 있게 한다.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콘퍼런스 개최

 

이렇듯 글은 무력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글에 녹여낸 총 7편의 단편은 어떤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부류들이 아닌 실제 우리들의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초들과 울분, 그리고 북한의 권력체제의 그릇된 행위를 폭로하는 글이다.

 

까마귀와 백로로 별명 지어지는 성분 차이에서 오는 결혼의 세태로 인해 아내가 피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한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성분 계급에 따른 불이익과 그에 따른 차후 자신의 자식들까지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지척 만 리’ 란 제목의 내용은 더욱 아프다.

여행 통행증이 발급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부모라도, 더군다나 병세의 악화로 시각을 다투는 입장에 놓인 노모를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차에 오르는 아들의 기막힌 사연, 아이의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에 대한 겁먹음이 오히려 자식을 제대로 강하게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에 좌천당하고야 마는 한 가정의 몰락, 여기에 나머지 이야기들 모두는 현실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의 어둡고 침침하며, 숨 막히며 살아가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가끔 방송에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유행어가 있었고, 그런 부류의 세상의 요지경 같은 내용들을 볼 때면 웃어넘기자니 그렇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란 말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범주와는 확연히 다른 철저히 삶의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당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북한이라는 공간이 주는 암울함을 고발하고 있다.

 

“믿으려야 믿을 수 없고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울었네”-p 46

 

위의 문구가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구 소련 체제의 솔제니친과 비교하는 반디의 이 작품은 저자 자신이 스스로 겪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란 전체주의의 체제 안에서 자신의 미약하나마 필력이란 것을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울분과 고통을 내포한 글이 아닌가 싶다.

 

책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말이 아직도 잊지지 않는 책,

 

북녘당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 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 반디 –

‘작가의 말’

 

우리말의 생소한 단어가 새삼 분단이 가져온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는 책, 다시 한번 천천히 일독을 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는 한때 천사였다.

천사

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저자의 국내 출간작을 모두 읽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소재의 범위가 생소하게 다가온다.

기존에 다루었던 개인적인 원한이나 그것을 넘어선 억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정황들이 워낙 글로써 대할 때마다 자세한 묘사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류작가가 이렇게 섬뜩하게 글을 지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읽은 기억이 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접하며 읽었을 때는 다분히 영화적인 스토리처럼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에서 다뤘던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들의 등장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 폭넓게 거시적인 면으로 볼 때 인류가 직면한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지적은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다루면서 보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한 점이 눈에 띈다.

 

누구나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지만 실제 항상 죽음이 내 옆에 동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은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산다.

그런데 만일 프랑수아처럼 어느 날, 날벼락처럼 떨어진 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 이후의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처음 출발부터 다룬다.

 

촉망받고 자수성가로 오늘날의 위치에 오른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인 프랑수아는 뇌종양이란 진단을 받게 되고 항암 치료를 해봤자 길어야 1~2년밖에 살 수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모든 것을 버린 채로 홀로 자동차에 오르면서 집과 직장,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마저 연락을 남기지 않고 길을 떠나게 되는데, 우연히 ‘폴’이란 청년의 히치하이킹을 보면서 그를 태우게 된다.

 

흡사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이는 연령의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

한쪽은 뇌종양으로 인한 시한부 삶에서 죽음이란 곳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하루하루 조여 오는 고통과 구토를 지니고 사는 남자, 한쪽은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속이고 무언가에 쫓기듯 죽음이란 것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남자의 조합은 흡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느 사이에 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주고받는다.

 

루마니아 태생의 폴, 마약밀매 조직에 몸담고 살인 병기로서 살아가던 그는 이제는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과정에 코카인을 훔쳐 달아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목숨을 쫓는 조직단에 의해 시시각각 프랑수아를 본의 아니게 사건에 참여하게 만든다.

 

살고 싶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남자와 한창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젊은 남자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 이 소설은 범죄를 저지른 양상에 의도한 대로 하는 범법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는 상황의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폴’의 죄를 단칼에 결정지을 수가 있을까를 물어보게 된다.

 

책에는 성경에 나오는 타락한 천사 사탄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나온다.

신뢰를 받은 천사였지만 끝내는 타락의 길로 들어선 사탄은 나중에 다시 제대로 자신의 길을 들어서게 된다는 이야기는 이 두 남자의 인생을 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같이 녹여내면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국제적인 폐기물 문제에 대한 거론을 한다.

 

실제 아프리카 모가디슈에서 국제적인 폐기물을 아프리카에 버리고 그 폐기물로 인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물론 아프리카 전체에 어두운 병폐의 현상을 고발하려 한 이탈리아 여기자와 카메라 맨의 의문의 죽음 사건을 이 책에서는 폴과 그 마약 밀매단의 행동으로 보임으로써 저자는 두 남자의 인생 안에 죽음과 함께 또 다른 이런 문제를 책 후반부에 드러내면서 기존에 그녀가 다루었던 인간의 정신적인 피폐를 통해 고통을 다룬 글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전 작에 비해 글에서 오는 강도는 훨씬 부드러워졌으나 여전히 사회 주제 의식을 내포한 글을 내놓는 그녀의 작품들은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혀 남남처럼 보이던 두 남자의 판이하게 다른 인생의 삶을 통해 인간이 만든 법과 이기적인 행태 속에 또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고 살아간다는 의식을 다시 한번 주지 시켜준 책, 자자의 색다른 내용을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악녀에 대하여…..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악녀

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읽으면서 이렇게 혼란스럽게 읽히는 책은  오래간만에 접해본다.

출간 연도가 1970년도라고 했고, 뒤이어서 드라마가 두 번씩이나 다시 새롭게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소재면에서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우리 실제 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염두를 두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식이 상당히 앞서 나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본다면 르포 취재 형식의 인터뷰를 취하고 있는, 한 여성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를 궁금하게 여기는 진행 방식이 눈길을 끈다.

 

화창한 어느 날, 도쿄 빌딩가 뒷골목에 유명인사로 회자되고 있는 한 여류사업가가  새빨간 꽃 한 송이가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추락하여 죽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사업의 여왕’ 도미노코지 기미코 라 불리는 여성이며, 왜 그녀가 이렇게 죽었는지에 대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죽음을 다루기 위해 주간지에 글을 쓰는 소설가가 그녀를 알고 있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27명을 방문하여 취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의 이름을 과감히 고쳐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여인, 실제 40대 중반이지만 나이마저 속이고 그 속인 나이를 믿을 만큼의 아름다움과 창백함을 지닌 여인,,,,,

 

그녀를 대했던 사람들의 내용을 독자들은 인터뷰를 통해서 생생하다는 표현으로 느낄 수가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목소리, 사람을 믿고 보는 그녀만의 사업방식 스타일, 아들 둘을 둔 채 홀로 일어서기까지의 온갖 역경을 딛고 지금은 번듯한 사업체 여러 개를 갖고 있는 여성 사업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면에 진짜 보석을 가로채고 가짜 보석으로 대체해 팔아먹는 수법, 부기와 세금 관계를 공부해 부동산의 매입과 매도를 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 한편에선 전혀 그런 얘기는 있을 수도 없다는 듯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인 천생 여자이고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자제 같다는 인상을 풍기는 식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결코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식의 내용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그녀의 정체는 진실로 악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정밀한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면서도 끝내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 지조 차도 헷갈리게 하는 가운데 정작 독자들은 읽으면서 여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과연 어떤 타인에 대해 말할 때 그 말하는 기준점이란 것이 공정하고 확고한 판단 기준점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조차도 혼동을 일으킨다.

 

같은 경우를 당한 경우라도 두 아들의 경우,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각자가 처해 있는 위치와 당시의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에 엄마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조차도 다른데, 하물며 가족이 아닌 타인들은 더 말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물어보게 된다.

 

악녀의 기준점?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인 2차 대전이 끝난 후의 일본의 5~70년대 모습은 우리나라의 양반이란 신분제도가 몰락하면서 신분의 변화를 겪게 되었듯이 일본 또한 이 시대의 격동기는 신분제가 폐지되어 귀족들이 몰락해 가는 모습, 졸부의 탄생, 그 가운데 여주인공처럼 자신의 일생을 개척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보이는 시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과연 여주인공처럼 자신의 인생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행해 온 일련의 일들이 악녀로만 비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타인들에게 자신의 출생을 속이고(이마저도 정말 진실을 무엇인지도 헷갈리게 만든다.) 결혼 사실도 속이면서 사업을 일군 도미노코지 기미코-

 

과연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악녀일까?, 아니면 적어도 험난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룬 일들을 통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마저도 확실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타인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그 어떤 인물에 대해 우리들은 얼마나 진실되게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치밀한 정교한 구성이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맞불리는 부분들이 재미와 허를 찌르는 발상의 전개, 뭣보다 그녀의 죄라면, 단 하나…

 

-나는 죄가 없어요. 그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했을 뿐이랍니다.

 

이 말을 한 것 밖에는…………..

                                                 

동급생

동급생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인류사에 전쟁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언제 읽거나, 보거나 들어도 참혹함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이상적인 야망과 권력을 쥐기 위해 무고한 국민들을 전선으로 몰아내고 그 최후의 마지막 보루까지 놓지 않으려는 구심점에 서 있던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은, 지금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하물며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념이나 논쟁, 그리고 자신에게 닥칠 무언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를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들이라면 이런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만 했을까?

 

제목이 주는 ‘동급생’이란 느낌이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친구’나 ‘동무’란 단어 이상의 그 무언가를 넘어선 느낌마저 드는 이 책은 저자의 인생관과 닮은 듯도 하지만 자신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유대인 출신의 그 나름대로의 고충을 겪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초로 부모로부터 떨어져 같은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시기는 유치원 시절부터의 ‘친구’란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 그 ‘친구’란 개념은 점차 나이가 들게 됨에 따라서 자신과 같은 취향, 생각들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이가 깊어지고 ‘우정’이란 것으로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배경이 되는 곳에 의사인 동시에 랍비 집안 출신인 아버지를 둔 한스 슈바르츠는 유대인이다.

반에서 외톨이고 자신의 생각을 같이 공유할 친구가 없는 그저 그런 생활을 하던 중, 새로 전학 온 독일 귀족 소년 콘라딘 폰 호엔펠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허튼 동작 보이지 않고 절도 있고 품위 있는 향기를 풍기는 콘라딘에게 한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보여줌으로써 우정을 이어가게 되고, 그러면서 둘은 종교, 예술, 철학, 문학, 또래 여자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게 된 한스는 아버지가 콘라딘을 보고 취한,  생각지도 못한 행동과 말 때문에 콘라딘에 대해 부담감 내지는 불편함,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거리를 두게 된다.

 

학교 생활을 하는 가운데 전운의 기운은 이미 이 지방까지 퍼지고 유대인에 대한 본격적인 차별이 시작될 즈음 한스는 부모의 명에 의해 미국으로 유학, 그곳에서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이어나간다.

 

책의 두께는 얇다.

단편이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으나 장편이 주는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것, 더군다나 마지막 반전을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이 책에 대해 찬사를 했던 유명 인사들 중 한 명이 왜 눈물을 흘렸는지에 대해 적어도 전쟁이 주는 참혹함이란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그 아픔만은 느낄 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타인이 알아준다는 것, 내가 알고 그가 알고, 서로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공유를 한다는 것에는 이미 많은 것을 넘어서는 무한의 우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간략하고 단순한 문장들로 인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있으며, 독일 지역의 각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들의 표현이나, 학생으로서 공부하는 동안 서서히 전조의 기운이 도사리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독자들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게 한다.

 

실제 저자 자신도 유대인으로서 여러 나라를 거쳐 영국에 안주하고 살다 갔지만, 이 책에서는 유대인이라도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버지와 한스 자신이 느꼈던 ‘고국’이란 존재에 대한 감정이 다분히 충동적인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독일 국민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 사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가 시작도 끝도 없는 내 나라, 내 집이며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붉은 머리가 아니라 검은 머리로 태어났다는 사실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첫째로 우리는 슈바벤 사람이었고 그다음은 독일인이었고 그다음이 유대인이었다. 내가 그 외에 달리 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p 81

 

그럼에도 너무나도 우월한(?) 존재인 아리아인 민족에 대한 긍지가 넘치다 못해 세계사를 뒤흔들 히틀러란 존재로 인해 두 청소년의 아름다운 우정과 헤어짐, 그 자신은 미국에서 남들이 성공적인 삶을 이루었다고 인정하고는 있으나 정작 자신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용기 없는 부족함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념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의 진로가 바뀌어 살아가게 되는 아픔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문장은 책의 마지막 반전을 읽고서야 다시 들춰보게 만들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이 든 한스의 회상이 다시 머리 속에 그려보게 되면서 그들의 인생의 흐름과 우정을 다시금 아프게 그려보게 만든 저자의 글이 가슴속 깊이 칼에 한순간 베인듯한 날카로운 아픔을 전달해 준다.

 

첫 출간 연도가 1971년도임을 감안하더라도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정에 대해서, 그것이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이념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경우라면 두 사람이 살아오는 동안의 말 못 할 아픔들은 얼마나 컸을까를 상상도 해 보게 되고, 이후 1977년 재 출간되어 인기를 끌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도 하는 만큼 다시 한번 펼쳐보게 된다는 말이 그저 선전 문구의 내용만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단편을 장편보다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처럼 장편 이상의 깊은 감동을 주는 책을 접한 것 하나만으로 오래간만에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는 책의 목록 한 권으로 올려본다.

                                                                                                                          
                                            

무한도전 컬러링 북

무도표지2무한도전 컬러링북
무한도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이제는 전 국민의 예능 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

누군가 그랬듯이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위대하였다 라는 비슷한 말이 생각날 정도로 이제 매주 방송되는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방송이 되었다.

 

무려 11년, 미국에서 실행하는 시즌 시리즈라는 방송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즌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10년 이상을 사랑받아왔단 사실은 사실 어찌 보면 프리랜서로서 방송에 임하는 멤버들에게 생계유지형 차원(?)에서도 소중한 프로그램이자 국민들에겐 그들 하나하나의 특성을 담아낸 행동과 말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면서 시청해왔다고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무한도전이, 더군다나 7주나 이어지는 휴식기를 선언하고 다음의 힘찬 출발을 위해 도움을 도약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들어온 자리는 그 느낌을 알 수 없어도 난 자리는 확연히 느낄 수가 있다고 방송에서 꼬박 출석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는 갈증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 차에 이런 컬러링을 통해 다시 만나보는 기쁨을 누려보다니~~~

사실 컬러링 북은 이미 유명세를 타고도 남은 시간이 있었고 종류도  이전의 동물이나 꽃, 나무, 각 나라의 유명 건물과 우리나라의 색채 있는 건물들을 그린 여러 가지 컬러풀한 방법을 동원한 책들이 많이 나왔고 직접 체험해 봤지만 이 책처럼 프로그램을 그린 책은 처음이라 무한 도전의 인기가 얼마나 있는지를 다시 실감하게 된다.

 

그림준비

그동안 고정 멤버들 외에도 개인 사정이 있어 하차한 멤버들을 제외하고 지금의 멤버로 다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의 멤버들의 활약과 함께 그림 하나하나마다 그 당시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회귀 본능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기시작

그림완성1

그림 그리기에 익숙지 못한 초보자들도 부담감 없이 마음껏 자신의 색깔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만큼 ‘아트 테라피’의 일종이라고 불릴 만큼의 이 컬러링이란 소재에 대해 잠시나마 정신 몰두를 통한 휴식을 가질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 됐다.

조카들 색연필도 빌려오고 집에 있던 색연필, 사인펜을 동원해 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시간, 비록 무한도전이 실제 내가 멤버들과 같이 겪은 프로그램은 아닐지라도 잠시나마 그림의 색채를 통해 나만의 무한도전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 외에도 스티커도 별도로 들어있어 다른 곳에 붙여 볼 수도 있고 뒤편에는 총체적인 그림 도안들이 수록되어 있어 무한도전의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는 책!

 

무뒤표

이 기회에 심신이 지친 당신이라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힐링 차원의 그림 색칠하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TODAY WE LIVE

투데이위리브

투데이 위 리브
엠마뉘엘 피로트 지음, 박명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전쟁이 주는 상처, 폭격과 아군과 적군들까지 돌아가며 마을을 점령하면서 그들이 자신들에게 얼만큼의 해를 입힐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들은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만큼 전쟁에 대안 트라우마는 깊이 각인이 되어 있기도 하지만 도저히 결합될 수 없는 사람들, 개인들이 겪는  상처는 아니지만 이념과 인간의 만행, 욕심 때문에 저질러진 전재이라는 환경에서도 과연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느낄 수가 있을까? 를 생각해보는 책을 접했다.

 

책의 소재가 우선 적국과 아군에 속하는 사람들, 살인 병기처럼 훈련된 독일 병사와 어린 유대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1944년 12월,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 지대 아르덴 지방에서, 전쟁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독일군의 패배가 여실히 드러난 시기에 그라이프란 작전명으로 불린 계획에 참여한 사람의 독일 병사가 미군으로 위장하면서 침투해 아군의 진로를 교묘히 따돌리는 작전을 수행하던 때, 그 병사 중 한 사람이 마티아스다.

 

한때는 엄마의 고향인 캐나다, 오지에서 동물을 사냥해 모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삶 자체에 대한 미련이나 사랑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인생이란 말, 그 안에 포함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히틀러가 자행하는 독일까지 건너가 자진해서 입대하고 특수 훈련병의 신분으로 작전에 임한다는 사실은 별로 놀라운 사실도 아니건만, 뜻하지 않게 마을 성당의 신부 부탁으로 미군으로 위장한 자신과 동료를 보고 유대인 소녀를 구해달라며 맡긴 순간부터 그의 일생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 유대인 소녀, 르네,,,

다시 태어난 사람이란 뜻을 가진 소녀는 자신을 죽이려는 병사의 눈을 피하지 않는 대담성, 나이에 비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는 고요한 눈동자와 그녀의 태도는 마티아스를 돌연 동료를 죽이게까지 하게 한다.

 

마티아스 자신조차 왜 그 어린 소녀에게 이끌렸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오두막을 거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어느 동네에 들어가 같이 숨어 살게 되는지를 그는 알지 못한다.

 

다만 죽음보다는 더 훨씬 살아있는 현재의 상태가 귀중함을, 목숨에 대한 가치를 소녀를 통해, 그리고 쥘 부부를 거쳐 동네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지하의 생활을 통해 점차 앞으로 어떻게 이곳을 탈출해야 할 지에 대한 갈등을 보여준다.

 

흔히 전쟁의 단골 소재로도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전쟁이 주는 냉혹함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직접 유대인들을 죽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중간 과정에서 일조를 했다는 자신의 괴로운 심정의 이면에 또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 자체가 자신의 소명임을 깨달아 실행하는 자신의 분열된 모습들을 통해 저자는 전쟁이 주는 영향, 특히 인간들이 겪는 전쟁이 주는 참혹함 속에서 피어나는 적국 병사와 그 병사의 손가락 한 두 마디에 의해 언제 자신의 운명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자신의 병사라 되뇌며 기다리고 또 다른 탈출의 꿈을 꾸는 르네란 소녀의 감정 교류가 전쟁을 매개로 하여  인간 본성 안에 숨어있는 연민과 갈등을 보인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전쟁이 주는  처절함 끝에 패자가 결정지어진 막바지의 끝에 다다른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어떤 고통과 인내를 하고 살아가는지, 자신들 곁에 있는 유대인 소녀에 대한 시선들이 다양하게 비치고, 시시각각 조여 오는 독일군과 미군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처한 박한 상황에 적응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누구를 위해서 전쟁을 벌이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든다.

 

원래는 영화 시나리오를 염두고 쓴 만큼 책을 읽는 동안에 쉽게 장소나 배경들, 사람들의 대화들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하고 실제 저자 자신의 가족들이 겪었던 전쟁의 이야기를 이 책에 녹여낸 만큼 영화로도 상영이 된다면 전쟁 속에 살아남은 자들의 모습이나 유대인 소녀와 독일군 병사의 감정처리 등이 새롭게 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5년 프랑스의 한 독립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세계 유명 상을 휩쓴 만큼 그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소중한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단 하나의 사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죠, 오늘 살아 있으면 된 것 아닌가요? – p 273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같이 들어보실래요?

푸디토리움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책 표지가 정말 인상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책의 제목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뭐랄까? 책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음악을 보고 듣고 느끼는 묘한 옛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게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나 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mp3에 음악을 담고 듣고 다녔다.

다운로드하여서 듣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을 구입한 cd음반에 담겨 있는 음악을 넣고 듣다 보니 그 나름대로 예전의 음악처럼은 아닌, 완벽한 진공 상태의 사운드로 인한 음악의 느낌을 듣고 지낸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음악의 변천이 참 빠르게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있던 전축과 턴 테이블이 기본인 시대였던 어린 시절에는 친척 집에 가서 은근슬쩍 반 협박처럼 음반을 빼앗아 오기도 했고(그 당시에 무슨 음악인지도 모른 채, 듣고 좋으면 그냥 빼앗아 오다시피 했었다.), 김건모, 신승훈도 그 당시엔 음반으로 내놓은 것으로 볼 때는 여전히 친척 집에 있던 음반들이 새삼 떠올리게 된다.

 

이후 이사를 하면서 위의 모든 것을 처분하게 됐지만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라도 짐을 줄여보겠다는 생각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다 보니 정작 어릴 때의 향수는 그저 내 머리 속에 간직이 되어버린 상태고, 검은색의 큰 음반이 칙칙 거리며 돌아가는 불협 화음마저도 요새는 듣기 어려운 시절이 되어 버렸으니 더욱 그렇다.

 

이후, 용돈을 모아서 간간히 음반 가게에 들러 CD시대에 적응을 했고, 그 이후엔 동네 음반가게가 서서히 줄더니 이제는 mp3에 담긴 음악마저도 스마트 폰에 담아 듣는 시대가 됐다.

빠른 문명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저자가 소개한 음악들을 접하고 보니 음악이란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다시 느낀다.

 

저자는 뮤지션 김정범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팝 재즈밴드 ‘푸딩’의 멤버이자 “하정우” 감독의 영화의 영화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음악에 관한 한 다양한 세계를 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푸디저자

현재 부산에 살고 있으며 이 책은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고 하는데, 그가 보이는 여러 나라의 음악에 관한 자신의 추억과 어떤 음악을 듣게 됨으로써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펼친다.

 

책 파트의 제목도 음악이 나에게,  내가 음악에게, 음악으로 당신에게 란 소개로 다루어져 있는 만큼 아는 음악도 있고 생소한 음악도 알 수 있는 책이며 음악의 범위를 점차 주위 사람들과 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많이 듣던 음악에게 친근감을 떠올릴 수밖에 없고, 각 주제별 안에 소 주제로 다룬 음악 소개는 뒤편에 실린 음악 찾기란 코너를 떠올릴 수 있게 적어 놓은 목록을 통해 찾아가면서 듣게 되는 매력을 지닌다.

 

클래식서부터 영화음악, 탱고, 재즈, 한국 가요, 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음악은 물론이고 예전에는 제 3세계 음악이란 코너로 라디오에서도 한 시간씩  음악을 들려주던 코너가 있다는 기억과 함께 이 용어도 실제  평등적인 색취가 없다 하여 ‘월드뮤직’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현재까지 유명하거나 소개하고픈 음악이야기들을 함께 보임으로써 더욱 책의 가치는 책 속에 음반가게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음악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겐 자신의 성장과 맞닿아 있고 지금의 현 상태에서 느끼는 음악의 변천도 느껴감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만큼 당시의 유명가수의 노래가 담긴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들었던 시절의 음악들도 반가움을 주고, 고인이 된 아티스트의 음반을 생각해보는 시간, 그러면서도 음악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게 한 책이라 재밌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나라 가수의 노래 소개 코너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많은 장르를 접하면서 책 속에 담다 보니 약간의 분량 조절면에서 뺄 것은 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게 되었지만, 만약 차후에 다른 책을 통해 또다시 음반가게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좀 더 보완을 하면 더 좋은 음악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완벽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악도 좋지만 왠지 저자가 몸 담고 있는 음악만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 날 것 같은 상상을 해보는 시간을 주는 책!

 

혹 저자가 독자들에게 손짓하는 것은 아닐까?

 

음악,  같이 들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