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제사였는데 아들이 LED전등을 사와서 남편과 함께 전등을 뜯고 작업을 했다.거실에는 의자와 사다리가 놓여 정신이 없다.자주 등을 떼었다붙였다 하는데 그 때마다 내가 조수를 한다.
그 날은 아들과 함께하니 일이 빠르다. 둘이서 작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전등을 사오고 달아주는 아들이 고맙다. 그렇다면 내 남편이 내게 해준 일들은 얼마나 많은데..
키다리 아저씨를 생각했다. 나 혼자 사는데 누군가 와서 전등을 교체해 준다면 얼마나 고마워 할건가? 그동안 남편이 내게 해준 일들을 생각하면 키다리 아저씨가 따로 없었다.
아들들이 죽을랑살랑 할 때 같이 걱정해 주었고, 아들들 공부 시킬 때 생활비 걱정 없도록 해주었으며,집 걱정 안해보았고,내 고민을 같이 의논해 준 사람이고.때로는 원수같이 소리를 질러 내 자존심을 뭉개곤 했지만 고마운 것도 열거해보면 수도없이 많았다.
단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남편도 내가 해준 일들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남편에게 서운한 것만 기억하고 있듯,남편도 내게 서운한 것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먼저 죽고나면 서운한 기억이 사라지고, 고마운 기억만 남아 눈물 찔끔 흘릴 것이다. 내 친구가 그렇듯, 내 언니들이 그렇듯… 반쪽을 잃은 후에 알게 되는 그 많은 것들을 지금 살아 있을 때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안되는 것인가보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
72살에
차분하게 남편을 평가해 본다.
1)나에게 가장 상처를 많이 준,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사람이며,
2)나에게 가장 고마웠던,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키다리 아저씨이다.
1)과 2)를 합치면 0)가 될까?
그래도 2)가 훨씬 클 것 같다.
고마움은 잊혀지고
서운함은 잊혀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많이 힘들었다.
**가끔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합니다. 힘들 때 자신을 다독이는 소리입니다.**
데레사
2016-02-15 at 08:24
사람은 다 그래요.
고마움은 쉬 잊고 섭섭한건 영원히 간직하고….
이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게 아니죠.
이렇게 글 올리니 좋아요.
초아
2016-02-15 at 15:56
저도 함께할 때 잘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참 힘들어요.
약간만 서운해도 금방 그 마음이 사라지니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많은 상처를 준다지만,
그래도 그 상처를 주는 사람이 없다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