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던 날, 할매들 다섯명이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만남의 장소는 안국역 6번출구 앞, 그곳에서 만나야 인사동길이 쉽기 때문이다.
언제나 성격이 급한 내가 약속장소에는 제일 먼저 도착한다.
1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0시 반쯤 도착을 하니 역시 아무도 와
있는 사람이 없었다. 6번 출구쪽 벽에 붙어 있는 그림과 글들을
새삼스레 하나 하나씩 읽어보며 무료함을 달랜다.
이것 저것 고개가 아프도록 읽으며 사진도 찍다가 11시가
다 되어 갈 무렵 할매들에게 단체카톡을 날렸드니
경자가 "다 왔다. 우리 만나서 같이 간다" 하고 답이 왔다.
그런데 다 왔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혹시 그 사이에 도착하면 낭패해 할까봐
참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들….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다 왔다는 대답 후 억겁같은 시간이 지난 후 배시시 웃으며 나타난
할매들. 도대체 어디서 다왔다는 답을 했느냐니까 약수역에서
다 왔다고 했단다.
세상에 일곱 정거장인지 여덟 정거장인지 남은곳에서 다 왔다고
하면 어쩌니? 어느 역이라고 말 해 주었으면 내가 시간 맞춰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할텐데 다왔다고 하니, 나는 안국역에서
내린줄고만 알고 여지껒 서 있었잖아?
그랬드니 대답이 기가막혀…
" 내가 우리끼리는 약수역이라고 말했는데 카톡에는 그냥 다왔다"
고 찍었어" 한다. 왜? 왜?
더 말하면 길거리에서 쌈날거고…..
좁은 골목안 옥정에서 12,000 원 하는 한정식 먹고…
비 그칠 때 까지 차나 마시고 수다나 떨자고 귀천으로 향했다.
사모님 돌아가셨어도 모과차맛은 여전하고 분위기도 그대로다.
귀천에 앉아서 내다본 골목, 이미래 감독이 한다는 음식점이
바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집 스로건이라 할까 지침이라 할까 바깥에 태극기와
함께 걸어 놓은 글이 재미가 나서 줌으로 땡겨서 찍어봤다.
종교, 정치, 군대 얘기하지 말고 여자얘기만 하란다.
밥 먹은 곳에서 커피도 마셨기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섯명인데
모과차 세잔만 시켜도 되느냐니까 쾌히 그러라고 하면서 다섯잔에
나누어서 준다. 고마운 친절에 감읍.
비가 그치길래 오랜간만에 인사동을 거닐어 보자고 의기 투합해서
귀천을 나온건 좋은데, 갑자기 경자가 자기는 여기까지 왔으니
조계사를 안 갈수 없다고 하면서 조계사를 향하여 달려 가 버린다.
그리고 넷이서 기웃기웃 하는데 묘희가 옷 가게에 들어가드니
늘어붙어 버린다. 옷은 혼자 다닐때 사지 같이 나와서 걷기로
해놓고는 옷을 사면 안되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참아줬다.
여자들은 옷 한가지 사는데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걸리거든.
업어보고, 벗어보고 하느라고.
그런데 첫 가게에서 망토같은걸 사고는 두번째 옷 가게에서
또 늘어붙어 버린다. 추석에 수금한 돈 많다 하면서….
이제는 더 참아 줄수 없어서 셋이서 인사동 산책에 나섰다.
묘희 오나 안오나 힐끔힐끔 돌아보면서…
전통주갤러리도 들리고 통인가게도 들렸다.
그런데 여기 상보라고 해야할지 상덮개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밥상에 음식 차려놓고 덮어놓는 이 예쁜것 앞에서 영자가 또 늘어
붙는다. 대충 하나 사면 될걸 이것 뒤집어 보고 저것 펴 보고
난리가 났다.
결국 남은건 영순이와 나, 둘 뿐이다. 둘이서 인사동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쇼핑 끝낸 둘과 합류해서 다시 걷는다.
그런데 전시회를 보자고 해도 싫다, 공방엘 들어가 보자고 해도
싫다, 집에만 빨리 가잔다.
운현궁에나 가볼래? 해도 싫다. 모처럼 파고다공원에 한번 가볼래?
해도 싫단다.
진짜못말리는 할매들이다. 인사동 한번 데려가 달라고 소원 해놓고는
막상 인사동에 오자 한 명은 조계사로 내 빼버리고 둘은 쇼핑에만
정신없고…..
내 다시는 니들 하고 안 놀거다 하고 종로 3가역에서 빠이빠이 했지만
며칠 지나면 또 같이 놀겠지 뭐.
바위
2015년 10월 9일 at 12:23 오전
할매들의 재미 있는 인사동나들이입니다.
나이 들면 친구들의 비위맞추기도 힘들지요.
저도 친구 셋이 식사 한 번하자고 말한 지가 두 달이 넘었지만
서로들 일정을 맞추다 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티격태격해도 옛 친구들이 제일 낫지요.ㅎㅎ
오래 건강하게들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睿元예원
2015년 10월 9일 at 12:30 오전
큭~
웃음이 나옵니다.
저도 친구 챙기려 한눈 팔다 미끄러졌으니요.
어쩜 다 그리 다른지요.
한국인
2015년 10월 9일 at 1:26 오전
종교 얘기 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계사로 내뺀 할매가 계시군요.
파고다 공원에 가면 할배들 무지 많아요.
ㅎㅎㅎ
해 연
2015년 10월 9일 at 1:55 오전
파고다 공원에는 가지마세요. 숨막혀요.ㅎㅎ
언제 길을 잘못들어서 그 옆을 지나갔었거든요.
나이들면 다 똑 같아 지나봐요.
우리 친구들도 중간에 한번은 ‘무슨 정거장이랬지?’ ㅎㅎ
그래도 데레사님 같은 친구있어서 그 분들 편하겠어요.
김현수
2015년 10월 9일 at 2:11 오전
친구분들과의 인사동 나들이가 재미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군대용어로 하면 각개약진이 심하시네요.ㅎㅎ,
제가 총각때 종로3가에서 직장생활을 했어도 인사동은
몰랐거든요? 그 부근인가 봅니다?
노당큰형부
2015년 10월 9일 at 2:34 오전
햐 ~~ ^^
오늘은 누님덕에 한양천리
유명하게 인사 잘하는(?)인사동 거리를 누벼 봅니다.
노당 언젠간 기필코 인사동에 가서
인사 한번 할랍니다.
ㅎㅎㅎ
enjel02
2015년 10월 9일 at 2:38 오전
지난번 우리 친구 넷이서 만남과 그날의 모습이 그대로 답방 됩니다
우리 또래들은 다 그런가 봐요
공감하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았어요
나이 탓이겠지요? 그도 작은 단체인데
무시하고 자기 생각을 고수하는 그 뱃장이 ㅎㅎㅎ
임영란
2015년 10월 9일 at 5:04 오전
우하핫, 진짜 못 말리는 할매들이시네욥!
‘추석에 수금한 돈’을 인사동서 쇼핑하느라 쓰시는 건 잘 하시는 일(?)
글찮아요. 돈이란 써야지만 돌고 도는 것이라,
그런데 할매나 준 할매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친구들 몇 명 모이면 제각기, ㅎㅎ
나의정원
2015년 10월 9일 at 6:32 오전
ㅎㅎㅎ….
투정아닌 투정하시는 데레사 님의 글이 웃음짓게 합니다.
인사동도 많이 변했죠?
예전의 한적했던 모습들은 많이 없어졌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 만큼 그 명성에 걸맞는 모습들이 이어졌음 합니다.
가보의집
2015년 10월 9일 at 7:22 오전
데레사님
글이 재미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 역시나 하게 마련이지요
낮익은 인사동길 어릴때 많이 다녀보았지요
지금과는 전혀 달라요 그당시에는
잘 보았어요 주말 즐겁게 지나세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09 오전
바위님
나이 들어가니 모두 자기위주로 변하네요.
남의 말은 절대로 안들을려고 하고요.
그래도 오랜 오랜 우정들이라 끊을수는 없죠. ㅎ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09 오전
예원님
우습지요?
이게 칠십대 할매들의 현주소 입니다.
고집세고 지 멋대로고.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0 오전
한국인님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날 가도 될텐데 조계사로 내빼 버렸어요,.
그날 파고다공원은 비가 내려서인지 할배들이 안보여서
들어가 보자고 한거에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1 오전
해연님
파고다 공원도 비가 내리니 할배들이 안 보였어요.
그래서 이 때다 하고 한번 들어가 볼려고 했었거든요.
나이 드니까 정말 우습게들 변해가요.
나도 마찬가지겠죠.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2 오전
김현수님
아, 인사동을 모르시군요.
종로3가와 가까워요.
낙원시장도 가깝거든요.
그런데 각개약진이 너무 두드러지죠? ㅎㅎ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3 오전
노당님
인사동과 북촌은 꼭 한번 가보세요.
멀지도 않는데.
우리 옛 모습이 그래도 남아 있는 곳이거든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4 오전
엔젤님
다 그렇게 변하나 봐요.
그래서 멀리 여행갈 때는 미리 협박을 합니다.
말 안들으면 혼자 떨궈놓고 온다고요. ㅎ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5 오전
임영란님
추석 수금한 돈이라도 자기 혼자 다닐때 옷 사야지.
에고, 모처럼 인사동 가서 옷전에 엎어졌다 가는 친구, 그래도
무척 행복해 했어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5 오전
나의정원님
인사동이 많이 깨끗해지긴 했어요.
가게들도 옹기종기 예쁘게 꾸며 놓았고요.
그날은 중국인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8:16 오전
가보님
네, 늙어서 모두 주책이 되나 봐요.
고집스런 주책요. ㅎ
mutter
2015년 10월 9일 at 9:51 오전
아~
몇년만 더 지나면 제 친구들도 그렇게 제각각이겠지요?
아직은 단체로 행동하거든요.
너무 허물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구요.
어떻든 오래만 살아주는게 바램이지요.
선화
2015년 10월 9일 at 12:59 오후
ㅎㅎㅎ
젊으나 늙으나 여자는 여자지요
옷, 이나 예쁜것들에 관심이 가는게 당연하구요
저는 첨엔 무터& 해연님과의 만남 이야기?? 했거든요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언제나~^^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2:47 오후
무터님
너무 허물없어서…. 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변해버린 거에요.
젊었을때는 안 그랬거든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2:48 오후
선화님
옷에 관심 갖는게 나쁜건 아니지만 인사동 거닐자고 해놓고
혼자서만 옷 가게에 엎어져 버리니까 엉망이 되어 버린거지요.
ㅎㅎ
연담
2015년 10월 9일 at 4:22 오후
데레사언니네 모임 모습이 우리랑 똑같애요.
옷 좋아하는 우리 친구는 커피 마시는 동안 갔다 오겠다고 뛰어나가더니
모임 끝날때 겨우 나타나더라구요.
그런데 사지도 못하고 다시 가보겠대요,,ㅎㅎ
그래도 혼자 다니는것 보다 친구랑 가는게 재미있어요.
dotorie
2015년 10월 9일 at 7:30 오후
급한 성격,
못말리는 집안 내력?입니다. ㅎㅎㅎ
아버지와 공항에 가면 젤 일찍 가 가방 부쳐
도착해 찾을때는 맨 꽁지로 나오지요 ㅋ
인사동 갔던게 10년전인듯 한데
볼게 많아 하루종일 구경할 것 같았습니다.
오병규
2015년 10월 9일 at 9:26 오후
아지매! ㅎㅎㅎ..
집안 내력? ㅎㅎ…
사실 인사동 골목은 어릴 때 제 나와바리 였습니다.
종로경찰서 뒷골목부터 쩌~거 아래 동일가구 골목까지.
그런데 어른 된 후 안 가 본지가 반세기가 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할마시 누님 동지 분들 덕분에 어릴 때를 추억해 뵈ㅏㅆ습니다.
아지아
2015년 10월 9일 at 10:58 오후
조불 안주 하는교?
간둔다고 해서 난 끊은지가 오래되는데…
그라고 그동안 들어 있든 것 다른데로 옮긴다고 힌쓰고 있는데요
백압 하라케서 해 보니 그 것도 나의 생각과는 다르고…
고민이 많습니다
새 둥지도 틀었고요..
그라믄 조불이 우찌 대는교?
몇 달을 들어 오기도 싫어 곡기를 끊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야후에 들었다가 날라 갔고…
언쟈는 조불도 날라간다니…
문제는 기록인데….
아쉬어 죽겠네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11:05 오후
연담님
아, 그런 친구가 있군요.
나는 급할때는 못 못 사는데 이 친구는 친구들 세워놓고
옷을 사더라구요. 그것도 두번씩이나요. ㅎ
나이들면 다 그런가 봐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11:06 오후
종씨님
인사동이 나와바리였어요?
종로경찰서 담을 끼고 들어가면 고만고만한 한식집들이 많아요.
옛 기와집들이죠.
늘 그곳에서 밥 먹어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11:07 오후
아지아님
난 아직 백업 안해봤어요.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지 뭐라고들
하네요.
저도 다음에도 방 하나 만들어놓고 만일을 위해서 아까운것 위주로
옮기고 있는데 힘이 아주 들어요. 사진 때문에요.
조블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도 문닫는
날 까지는 여기서 놀려고요.
데레사
2015년 10월 9일 at 11:09 오후
도토리님
그래요? 오씨 집안 내력?
저도 언제나 먼저 가요. 우리 아이들은 나 안 닮아서 언제나 천천히
해서 나랑 부딪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제나 남보다 먼저 가야 속이 편하니….
좋은날
2015년 10월 10일 at 12:54 오전
인사동은 맑은 날보다도
비가 추적거리며 보도를 적혀주는 날이 더욱 운치를 더해줍니다유.
인사동은 관광객들마냥 후다닥 마음이 쫒기듯 하면 가나마나 한 곳입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뒷짐지고선에
옛선비된 마음으로 거니는 곳이여야만 인사동입니다.
인사동 나들이 겸해 고궁 나들이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함 해야것습니다.
강건하세요.
無頂
2015년 10월 10일 at 2:35 오전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
말그미
2015년 10월 10일 at 5:04 오전
말그미 한바탕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들이 잘 하셨습니다.
그래도 곧 또 같이 어딘가 가고 싶으실 걸요? ㅎㅎㅎ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8:21 오전
좋은날님
가을 고궁, 특히 비원이 좋지요.
아직은 많이 이르지만.
저도 늦가을 비원을 거니는걸 좋아하거든요.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8:21 오전
무정님
그렇습니다.
티격태격 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 흔하지는 않죠.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8:22 오전
말그미님
맞습니다.
그래도 월요일에 길상사 같이 가기로 했어요. ㅎ
벤자민
2015년 10월 10일 at 9:39 오전
저도 과거에는 인사동을 자주 나갓읍니다
그때도 많이 변했다고 느꼇는데
요즘은 더 많이 변햇겠지요
조불이 답변을 한다더만 답변을 하지 않는군요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10:40 오전
벤자민님
저는 오늘 백업 다운로드를 했습니다.
잘 되던데요.
제 컴에 고스란히 보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백업문제는 안심이에요.
다시 한번 시도 해 보세요. 그간 고쳤나 봐요.
조블이 어떻게 운명지어질지는 모르지만 우선 백업부터 해놓고
기다려 볼려고요.
벤자민
2015년 10월 10일 at 7:54 오후
데레사님
전 백업은 안 합니다
그거 할라면은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ㅎㅎ
제가 답변이 없다고 말씀드린건
2차 면담후 답변을 주기로 한거 아니겟어요
그거나 듣고 움직여도 늦지않잖아요
필코더
2015년 10월 10일 at 11:32 오후
‘다 왔다’의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항상 다툼의 원인이 되지요 ㅎㅎ.. . 중국집에 전화하면 언제나 ‘지금 출발 했습니다’라고 하듯.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11:53 오후
벤자민님
아, 그러세요?
언제나 늦네요.
데레사
2015년 10월 10일 at 11:53 오후
필코더님
맞습니다. 중국집의 그 언제나 지금 출발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