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 내리는 날이 좋아

친구 둘이 놀러와서 밀린 얘기하느라 정신없는데 갑자기 창밖을 보니

때 아닌 눈이 내린다.    이번 겨울에  우리 동네는 눈다운 눈이 내린적이

없어  환호성을 지르며  내다 본다.

한 친구는  “이런 함박눈은 고향 떠난 후 처음본다”   하고

또 한 친구는  “시집 온 후  처음 본다”  하고

나는  웃기는 말로 “울 엄마 돌아가신 후 처음 본다”  로   대답한다.

하하핳  호호홓….  이 할매들  웃긴다.

 

젖거나 말거나 우산 쓰지 말고  밖에 나가자고 셋이서 의기투합하여

엘리베이터로  아파트 마당에 내려왔는데   그 함박눈이 내리면서

녹고  있다.    아까워라.   좀 쌓여 있으면  좋을텐데…..

 

깜짝눈1

집 안에서 내려다 볼때는  이렇게  함박눈이  내려서  금방  눈천지로

변할것  같았는데…..

 

깜짝눈2

 

깜짝눈3

눈 내리는데 물안개 같은것도 곳곳에서 피어 오르고..  풍경이 완전 짱이다.

서로 재촉해서  우산도 안 쓴채  마당으로  내려 섰다.

 

깜짝눈4

그런데  내리면서 녹고  있다.    외출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내리면서 녹아

내리는 눈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깜짝눈5

여긴  아침수다겸  걷기운동 하는  우리들의  길인데,   여기도  녹고  있다.

 

깜짝눈6

 

깜짝눈7

 

깜짝눈8

아직도  마음은 장미꽃밭이다.

눈 내리면  좋고,  노을이 곱게 물들어도 좋고,  꽃이 피면 더 좋다.

함박눈 내린다고  우산도 없이 세 할매가  나섰는데

어느새  눈은 비로 변해 버린다.

 

흰 눈 내리는 날 //  이 해인

 

흰 눈 내리는 날

밤 새 깨어 있던

겨울 나무 한 그루

창문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가끔은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넓혀야지

 

이름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 나무  한 그루

 

12 Comments

  1. enjel02

    2016년 2월 28일 at 5:10 오후

    서울엔 눈이 온다 하면 금방 녹아버려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아파트 단지 정원수에도 눈꽃이 피고
    어린이 놀이터 지붕 위에도 눈이 쌓였어요
    눈 오는 날 강아지만 뛰는 게 아니라 눈 오는 모습에
    철없이 기분이 좋아 젔습니다

    •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6:33 오후

      맞아요.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리니 아주 좋던데요.
      그러나 금방 녹아버렸어요.

  2. 睿元예원

    2016년 2월 28일 at 6:40 오후

    정말 눈송이가 엄청 크더라고요.
    창 전체가 뽀얗게 눈송이로 점점이 장식했지요.
    소녀 같은 데레사님, 잠깐동안이나마 즐거우셨네요.^.^

    •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5 오후

      아주 잠깐이었어요.
      돌아다니는 중에 비로 변하면서 녹기 시작
      하더라구요. 아쉬워요.

  3. 최 수니

    2016년 2월 28일 at 9:38 오후

    올 겨울에 눈 다운 눈을 첨 본 것같아요.
    저도 함박눈 오는ㄴ 시간에 교회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기분이 무척 좋더라구요
    사진도 여러장 찍어두었어요.
    3월이 오고 있네요..

    •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6 오후

      네, 어느새 3월이 코앞에 와 있네요.
      세월 정말 빠릅니다.

      눈 사진 찍어 두어서 좋겠어요.
      아마 마지막 눈이 아닐까 싶어요.

  4. 나의 정원

    2016년 2월 28일 at 9:49 오후

    오늘 제대로 눈이 오더군요.
    아침부터 음산한 날씨 때문에 뭔가가 올 듯 싶었더니 바로 눈발이 크게 내릴줄은 몰랐거든요.
    간만에 보니 기분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도 했지만 놀러온 동생은 바로 집에 갈 생각에 교통이 막힐까봐 걱정하더군요.

    지붕에 쌓인 눈을 제외하곤 바로 녹아버린 아쉬움은 남네요.

    •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7 오후

      그곳에도 바로 녹아 버렸군요.
      우리동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도 뉴스에서 보니 길은 엄청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동생분 잘 가셨지요?

  5. 영지

    2016년 2월 29일 at 2:53 오전

    재미있게 지내시네요.

    • 데레사

      2016년 2월 29일 at 8:14 오전

      네, 그냥 이웃들과 어울려서 차도 한잔 하고
      그럽니다.
      고마워요.

  6. 초아

    2016년 2월 29일 at 6:59 오전

    저역시 아직도 눈내리면
    아이처럼 좋아라 합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좋아라만 하면 안되지만,
    그래도 좋은걸 어떻해요.
    그러나 속으로만 좋아합니다.
    행여 누가 뭐라할까봐서리 ㅎㅎ

    • 데레사

      2016년 2월 29일 at 8:15 오전

      눈 내린다고 눈 맞으며 사진찍으러 다니고…
      누가 보면 노망난 할매라고 하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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