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닌 상매는 몇년전 위암수술을 받았다.
경주에 살고 있으면서 수술을 했던 병원에 정기검진으로 어제
올라왔는데 자기 걱정도 태산이면서 내게 밥 한그릇을 사주겠다고
평촌까지 기어히 찾아 왔다.
괜찮다고, 너나 검사 잘 받고 가라고,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고
입원했을때 못 와봤다고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야
“나 왔데이” 하고 전화가 왔었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코스모스 꽃밭에 요새는 국화도
한창이다.
점심먹으러 나가는 길에 꽃밭엘 들렸다.
꽃구경을 하면서 그간의 안부를 주고 받는다.
“지진 때문에 어떻게 사니?” 했드니
처음 지진때는 자기도 모르게 식탁밑에 숨었는데 남편은
밖으로 나갈려고 뛰쳐나가다 현관문이 안 열려서 못 나갔는데
나중에 보니 화분들이 떨어져서 문을 가로 막아 버렸드라고
나더러도 지진 나거든 현관 문 부터 열어 놓아래이 한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500회에 가까운 지진을 겪는 동안 단련도
되고 연습도 되어서 이제는 흔들리거나 말거나 일본사람들도
사는데 뭐… 하는 그런 기분이 든다나.
그렇다고 사는곳을 떠날수도 없고 이 시점에 집이 팔릴리도 없고
그냥 경주서 살다가 지진으로 파묻혀 죽으면 할수 없지 뭐, 라고도
한다.
학교 다닐때 유난히도 목이 길고 키가 커서 언제나 뒷줄에 앉았던
상매는 경주여고 까지 나와서 좋은 남편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난데없이 위암이 찾아와서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교장으로 퇴직한 남편과 함께 집도 새로 짓고 마당 넓은 집에서
갖가지 채소도 심고 과일도 심어서 경주에 가면 친정집 처럼
푸근히 잘 대해 주었는데 위암에 덜컥 걸려서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정기검진 받으러 온 처지에, 자기 걱정도 태산일텐데
내게 밥 사주겠다고 오다니…..
암환자가 검진을 앞두면 혹시 의사가 나쁘게 말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한데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따뜻한 밥 한그릇 사주겠다고
찾아주다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이제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친구들에게 모처럼 전화 해보면
모두 아프다는 소리들만 한다. 혹 괜찮은 친구들은 남편이
아파서 고생하는 중이고.
내가 16년전 퇴직을 하고 처음으로 동창모임에 나갔을 때만 해도
손주자랑, 사위자랑에 정신이 없드니 어느새 병자랑으로 바뀌어
버린 내 친구들.
일식집에서 간단하게 점심특선으로 음식을 시켜놓고 마주 앉아서
상매와 나는 아픈 얘기는 서로 안 했다.
주로 경주의 지진얘기, 내년쯤 일본으로 온천이나 한번 갈까
하다가 아니 온천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우리나라 적당한곳에
가서 쉬고 오자는 얘기며 요즘 반찬은 뭐 해먹느냐에서 누가
만드느냐에 까지 이르렀다.
상매는 지가 아픈 후로는 집안일을 남편이 도맡다시피 한다고
하고 나도 아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하면서 깔깔깔깔 ~~
상매다. 아무리 노인이라도 초상권 운운할까봐 몰래 올려본다.
꽃속에 서 있어서 그런지 젊어 보이고 건강 해 보인다.
정기검진 많이 좋아졌어요로 결과가 나오기를 ~~
역시 친구는 어릴적 친구가 좋다.
서로의 부모, 형제를 알고 남편과 자식들 까지 다 알고 있으니
통하는 이야기가 끝도 없다. 더우기 학교를 9년을 같이 다녔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내가 좋아지면 아무래도 경주로 상매 밥 사주러 한번 가야
빚을 갚을것 같은데 내년 봄쯤에는 그렇게 되겠지 하고
희망을 가져 본다.
김 수남
2016년 10월 20일 at 4:39 오전
어머,상매언니도 여전히 고으십니다.위암이시라니 너무 마음 아프네요.잘 치료 받으시면 또 건강하게 오래 사실거에요.저희 시아버님도 위암 수술 하시고도 20년도 더 살으셨습니다.올 초에 86세로 갑자기 병원 가신지 하루 만에 소천하셔서 너무 슬프지만요.
속히 평상의 좋은 건강 잘 회복하셔서 경주 가셔서 친구 분 밥도 사 드리고 고향 길도 함께 걸으시고 즐거운 시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코스모스 꽃밭 정말 아름답습니다,국화까지요.언니는 예쁜 화원을 집 앞에 한아름 안고 사시니 매일 더 건강해 지실거에요.
상매언니가 더욱 건강하신 소식 또 전해 드게되길 기대합니다.여전히 목이 사슴처럼 길고 품위가 있어 보이세요.
데레사
2016년 10월 20일 at 7:48 오전
할매도 꽃밭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드니 예쁘게
나왔어요. 그래서 둘이서 들여다 보고 낄낄 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몇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제 3년 정도
지났으니 괜찮을듯 싶어요.
오늘 검사 날이거든요.
검사결과가 좋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초아
2016년 10월 20일 at 6:07 오전
역시 친구는 어릴적 친구가 좋다. 공감합니다.
어릴적 친구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푸근해지거든요.
이제 아플때도 되었지요.
하도 여기저기 아프다해서..
의사가 그러드래요.
“안 아픈대부터 먼저 얘기하셔요.”…
언니도 친구분도 좋은 소식 기다립니다.
데레사
2016년 10월 20일 at 7:49 오전
ㅎㅎ
안 아픈데 부터 얘기하라구요?
정말 그래야 빠를것 같아요.
無頂
2016년 10월 20일 at 7:17 오전
아픈 허리 완쾌하여 경주에가셔서
점심 꼭 사주셔요 ^&^
데레사
2016년 10월 20일 at 7:49 오전
그래야지요.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합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정원
2016년 10월 20일 at 3:40 오후
좋은 친구분을 두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
경주에 가셔서 오붓하게 얘기하실 날이 기다려지시겠습니다.
지금처럼만 하신다면 거뜬하게 움직이실거라 믿고 친구분도 좋은 소식이 있으실겁니다.
데레사
2016년 10월 21일 at 12:47 오전
고맙습니다.
그날을 위해 아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