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한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며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올 해의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애인” 의 전문이다.
먼저 유수연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웃음이 터질수 밖에 없는것이 어쩌면 관계만
애인사이일뿐이지 꼭 우리집에서의 아들과 내가 주고 받는 말 같아서….
아들은 나만 보면 대통령 잘못 뽑았다고 욕하고
나는 그러는 아들에게 아직 판결도 안 났는데 너무 몰아가지
말라고 하고…..
선거때 마다 우리집은 자식들은 야당, 어미인 나는 여당이다.
나는 평화를 원하고 자식들은 자유를 원하고….
나는 시인의 이름만 보고 여성일줄 생각했는데 당선소감을 보니
남성, 그것도 현역군인이다. 젊은이들이 보는 세상도 내가 보는
세상과, 내가 느끼는 세태에 맞는다는게 신기하다.
주제넘게 무슨 평론같은걸 할려고 이 글을 쓰는건 아니다.
요즘 시들이 무슨 말인지 난해한데 이 시는 금방 마음에 와 닿았고
오늘을 사는 우리 누구나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일들이라
마음에 들어서 소개 해 보는것이다.
유수연 시인님
거듭 축하해요.
벤조
2017년 1월 2일 at 10:36 오전
나-자유와 너-평화 사이에 ‘사랑’이 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삼각관계가 되나요? ㅎㅎ
저희 어릴때는 자유, 평화, 사랑…이런 표어가 학교에 많이 붙었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데레사
2017년 1월 2일 at 7:11 오후
그래요.
사랑을 끼워 넣으면 달달해서 관계 해소가
될려나? ㅎ
참나무.
2017년 1월 2일 at 12:59 오후
요즘 종이신문 끊은 탓으로 신춘문예 시도 처음 이네요
당선 소감 읽기도 이젠 ‘예전 취미’가 되고 말았나봅니다
그래도 날 잡아 읽어봐야겠지요
*
벤조님도 새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요즘 위블만 해서
데레사님 댁에서만 뵙네요…;;
데레사
2017년 1월 2일 at 1:38 오후
신춘문예 부분만 따로 나와서 보관 해 두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시간되면 읽어 볼려고요.
나이들어 가니 모든게 좀 시들해져요. 나도. ㅎ
산고수장
2017년 1월 2일 at 2:06 오후
열정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낳아주지요.
지금도 식지않고 열심이신 것 경하드립니다.
좋은시이군요.
새해 행복한 해 되세요.
데레사
2017년 1월 2일 at 4:13 오후
네, 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아서요.
초아
2017년 1월 2일 at 10:58 오후
요즘 우리집 풍경 같아요.^^
데레사
2017년 1월 3일 at 12:12 오전
그래서 이 시가 마음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