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만 지나면 여든살이 된다.
새해가 지난지 한달이 훨씬 지났지만 음력인생이라 설을 지나야
해가 바뀌는것 같기 때문이다.
서러운 우리나라 나이, 외국처럼 태어난 날로 부터 따지면 아직도 2년
가까이 남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한 살을 먹고 태어나는 우리나라
나이셈법이 약간 억울하긴 하다.
그러나 아무튼 팔십, 상노인의 반열에 오르기 싫어도 올라야 된다.
어릴때는 노인이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줄 알았지.
내가 늙어서 노인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던 철부지 시절도
있었다. ㅎㅎ
지나온 세월, 돌이켜보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단기 4273년의 겨울에 나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우체국에
다니셨고 우리는 구세군교회를 다녔었다.
글을 모르는 어머니는 기도를 하면 그만 잠이 들어버려서 깨워야 되었고
찬송가를 부를때는 가사를 제대로 몰라 어물어물 하셨지만 열심이셨다.
나보다 일곱살 위의 언니는 교회성가대였고, 나는 주일학교에서 성경
외우기를 잘 해서 늘 상을 받았었다.
6,25 전쟁으로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인 경주로 왔다.
그때 부터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다. 언니는 청송의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취직이 되고.
경주에서 나는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와서 그 다음 공부를
마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서울로 왔다.
취직이 어렵던 시절, 나는 어쩌다가 보니 대한민국 경찰이 되었다.
내 인생의 황금기 40년을 나는 경찰로 살았다.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위대한
작가가 되리라 꿈꿨던 시절도 있었지만 먹고 사느라 바빠서 원고지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초등학교 동창중에 돈을 잘 버는 친구가 있다.
부산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하는데 이 친구가 칠순때 혼자서 돈을 다
부담해서 경주 힐튼호텔에서 잔치를 했는데 팔순잔치도 자기가 다 책임
진다고 연락이 왔다. 꽃 피는 봄에 경주에서 팔순잔치를 한다는데
칠순잔치 이후 한번도 못 본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늙었을까?
남은 세월, 버킷리스트 같은것 만들지도 않을거다.
살아지는대로, 주어지는대로, 그날 그날 즐겁게 살거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들이 책가방 들고 나가는 나를 보고
” 그 나이에 머리에 들어간다고 공부가느냐” 고 힐난을 해도 웃어
넘겨 버리는 마음의 여유도 세월이 준 지혜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단체운동을 할 때 힘들면 하는척만 하라고 말하는것이 서럽지 않은것도
세월이 준 지혜이고.
이제 몇시간밖에 남지않은 나의 칠십대여 잘가라.
=김연희
2019년 2월 4일 at 7:16 오후
안녕하세요?
데레사님!
어쩜 매사가 그리도 긍정적임에 공감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지혜란 그저 주어지지 않는게 정말 살아오면서 얻어지더군요.
항상 좋은글 주심에 열심 구독한답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어 좋은글과 사진들을 올려주세요.
늘 항상 고맙습니다.
데레사
2019년 2월 5일 at 6:34 오전
고맙습니다. 김연희님.
눈뜨고 보니 팔십, 상할매가 되어 있네요.
남은 세월, 건강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사고 행복하세요.
벤자민
2019년 2월 5일 at 6:24 오전
데레사님 구정 잘 보내고 계시겠죠
연세가 벌써 그렇게 되셨군요
과거 조불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그때도 좀 높았죠^^
조불과 함께 모두 자연히 늙어갔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다음 보수정권때는 다시 복원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해외동포 사회에서는 지금도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오히려 나이를 높혀 속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늙음속에서도 나이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걸까요^^
누군가는 묘지비석 보고 알았다나요 ㅎㅎ
경찰!! 그때는 여자 경찰도 드물었던 시절이죠
몇일 전 경찰출신 국회의원 표창원씨가 시드니를 다녀갔어요
동포들과의 무슨 나라사랑? 대담 모임도 하고..
일부 교민들이 그래요 그냥 경찰에 남아 도둑이나 잡지
진짜 도둑소굴 같은 국회정치판에는 왜 들어가 가지고는 해외원정 까증^^
데레사님의 항상 공부하시는 그 마음 존경스럽습니다
사진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데레사
2019년 2월 5일 at 7:00 오후
나이를 왜 높일까요?
제 나이도 서러운데요.
표창원, 경우회에는 고개도 안 내밀 정도로
그는 경찰을 이용만 한거죠.
조블 복원은 바랄수도 없지만 위블에서라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세요.
최 수니
2019년 2월 5일 at 9:56 오전
데레사 언니!
팔십세가 되셨군요.
감동입니다.
늘 쓰고 읽고 찍고 하는 그 생활이 귀감이 됩니다.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멋진 노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데레사
2019년 2월 5일 at 7:01 오후
고마워요.
이대로 유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無頂
2019년 2월 5일 at 5:41 오후
저 보다 11년 선배되시는 누님이시네요.
제도 80이 되어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100세 시대이니 이제부터 경로 되었다 생각하시고 20여년 넘게 지금처럼 활동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_()_
데레사
2019년 2월 5일 at 7:02 오후
고맙습니다.
그때는 지금의 저보다 더 건강하실겁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요.
말그미
2019년 2월 12일 at 12:55 오전
가슴이 서늘한 글입니다.
저도 노인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릴 땐.
그냥 두 살은 더 먹어야 하는 우리 나이…
왜 아직 안 고쳐질까요?
불만입니다, 저도.
올해 고쳐진다면 선배님은 아직은 칠십대…ㅎㅎㅎ
데레사
2019년 2월 12일 at 8:07 오전
나이를 고쳐도 몸은 그대로 겠지만 그래도 나이를 고쳤으면
합니다. 저는 태어나자 마자 두살이 되었거든요.
이제는 세월가는게 무서워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