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서 부터 친구들이 팔순을 맞기 시작했다.
우리 때는 같은 학년이라도 나이 제일 많은 친구와 제일 적은 친구는
다섯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호적도 제대로 안되었기도 했고
아무때나 학교에 들어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균이라는게
있어서 올 해 팔순을 맞이하는 친구가 제일 많다. 물론 나도 이 대열이다.
퇴직을 하고 처음 동창모임에 나왔던 60대의 초반, 그때의
화제는 사위자랑, 손주자랑들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중심화제가 확 바뀌어 버렸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고 재산을 물려줄수 있을까에서 부터
시작하여 요양원은 뭐며 요양병원은 뭐라는 얘기, 치매예방은 이렇게 한다드라
뭐는 많이 먹고 뭐는 먹지마라…… 는 얘기들이다.
며칠전 고교동창 여덟명이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내게 인삼사탕이 좀 있어서 세 봉지를 들고 나갔다.
밥 먹고, 사탕을 꺼내 놓으니 인숙이가 대뜸 “이거 사탕 아니고
젤리인데 맛있거든” 하면서 슬쩍 한 봉지를 자기 핸드백에 넣어버린다.
그리고 두 봉지를 돌리는데 각 자 몇개씩 집고는 다음 사람에게도
넘기고 있는데 경인이 차례가 오자 낼름 자기 핸드백으로 다 넣어
버리는게 아닌가, 그 다음 차례인 상매는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먹는걸 숨키기 시작하면 치매로 가는길이라는데 가슴이 덜컥했다.
그 사탕인지 젤리인지 한 봉지에 몇천원밖에 안하는데 욕심을
부리다니….
서울에 사는 친구들 대부분은 대학을 서울로 왔다가 서울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으며 생활도 어렵지 않고 매너도 훌륭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이렇게 볼품없는 할매가 되어 가고 있다.
살찐다고 맨날 걱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왜 사탕을 자기 핸드백으로 다 넣어
버리는지,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인데…..
친구들아 부디 치매는 걸리지 말자.
無頂
2019년 2월 12일 at 9:09 오전
맞습니다.
‘친구들 모습이 내 모습’
공감합니다.
치매는 따라 가지 마세요 ^^
데레사
2019년 2월 12일 at 9:36 오전
치매는 안 따라 갈려고 운동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하고
그럽니다만…
그것도 운이 좋아야지요.
초아
2019년 2월 12일 at 9:11 오후
나이들어가며 욕심을 부리게 될까봐서
안그래도 걱정인데… 언니말씀처럼
저 모습이 앞으로의 제 모습같기도해서..
웃습기도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욕심을 부리드라도 치매만은 절대 걸리지 마셔요.
화이팅입니다.
데레사
2019년 2월 13일 at 12:10 오전
그럼요.
저 모습이 단순한 욕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수남
2019년 2월 13일 at 5:23 오전
어머,언니! 정말 너무 뜻밖의 모습이어서 저도 언니 글 읽으며 당황이 되었습니다.제발 치매 시초는 아니시면 좋겠습니다.자기 것 가져오셔서 나눠 주시고 그러시는 언니처럼 다들 영육 건강하게 노년을 잘 지내시는 친구 분들 되시길 기도합니다.언니 벌써 8학년 되셨네요.글로뵈면 여전히 청춘이십니다.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더욱 기쁘고 복된 한 해 되시며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올해 혹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이번엔 꼭 데레사언니 초아언니 수니 언니는 뵙고 오고 싶습니다.이웃 어르신들도 혹시 짬되시면 같이요.친구들을 염려하시는 언니의 마음이 잔잔히 잘 전해옵니다.저희 모두 영육 강건하길 기도합니다.
데레사
2019년 2월 13일 at 5:49 오전
그래요.
한국 오시면 꼭 연락하셔요.
나도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