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한그릇에 묻어나는 엄마얼굴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먹어 본 음식을 먹고싶어 한다.

곰발바닥 요리나 거위간 요리가  아무리  비싼 음식이라고 해도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모르니  절대로  먹고싶은  생각이 안난다.

 

오늘도  몇몇  이웃과  어울려서  고기리에  있는   털레기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함께 간  세 사람  모두  시골출신이라  질리도록

수제비와  보리밥을  먹고  자랐는데,  그게  먹고 싶어서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이나  달려   용인  수지의  고기리로  갔던  것이다.

 

털레기1

셋이서,  묵무침과  보리밥 한그릇,  털레기수제비 2인분을  시켰다.

 

털레기2

이 집  묵이  맛있는게  야채가  많이 들고,  물론  묵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덜 짜고  덜 맵다.

 

털레기3

이 집의  자랑인  털레기 수제비다.

언젠가  왜  털레기냐고 물었드니  털털 털어서 끓인다고

털레기라고  한다고 했다.   수제비에  유난히  새우와  멸치가

많이 들어가고   감자와  호박,  배추시레기까지   들었다.

간은  된장으로  한듯,  된장맛이   난다.

 

털레기4

그릇에  덜어낸것이다.   연한 배추가 많이  들었다.

어릴적  매일  끓여주는  수제비가  먹기  싫어서  어느날  엄마몰래

마루틈새로   하나씩  하나씩  버려 버린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후  엄마가  마루밑을  빗자루질  하다가  말라버린  수제비를

쓸어내놓고는  “먹기 싫으면  나를 주지,  왜 버렸니?”   “엄마는  먹고싶어도

너 주느라고  안 먹었는데”   하면서  회초리로  때려놓고는   목놓아  우시던

모습이    수제비 그릇에  어른거린다.

난,  정말  나쁜 딸이었구나…..  만약에  엄마가  살아 오신다면   내가  돈을주고

수제비를  사먹으러  다닌다고 하면   회초리 아닌  몽둥이로 때리실것  같다.

 

털레기5

처음 털레기 수제비를 파는  주막보리밥집이  대야미의  갈치저수지옆에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분점이  생겨서  안양  비산동에도  있고

여기  고기리에도  있다.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털레기6

 

털레기7

음식점  마당  배롱나무에 매달린 시(詩)

버선발로 반기던  어머니란  구절에  마음이  꽂힌다.

나이들면,  아니  할머니가 되면   엄마생각이  안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털레기8

음식점  건너쪽에  있는  카페다.   털레기집  영수증을  보여주면

반값이라 해서  들어갔다.

 

털레기10

도자기도  팔고  있는데  도자기에는  눈길도  안 주고  커피라떼를

시켜놓고  우리는  수다삼매경으로  들어갔다.

 

털레기9

 

오늘은  많이 먹었으니  돌아가서  운동을  더 많이 하자.

집에 가면  양치만 하고  나와야지  누웠다하면  못 일어나니까

바로  헬스장으로  가자.

어릴적  그렇게도  질리던  수제비가  왜 이리 맛있니?….. 등등

우리들의  수다는  주로  어릴적의  음식과   운동에  관한것이다.

왜냐하면  헬스를  같이 하는  이웃들이니까.   ㅎㅎ

6 Comments

  1. 말그미

    2020년 1월 15일 at 9:07 오후

    털레기 수제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보나마나 맛있을 듯합니다.
    저녁 식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침이 고입니다.
    친구분들과 맛있는 식당으로, 찻집으로…
    세상 부러운 것 없는 풍경이라 편안합니다.

    • 데레사

      2020년 1월 16일 at 5:08 오전

      동네에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다보니
      이래저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마워요.

  2. 나의 정원

    2020년 1월 15일 at 10:03 오후

    정겨운 오랜 이웃과 엄마 생각이 나게한 음식으로 인한 추억에 젖으셨군요.
    털레기 수제비는 오늘같이 약간 쌀쌀한 날씨에 먹으면 더 맛나겠죠?

    잘 다녀오셨습니다.

    • 데레사

      2020년 1월 16일 at 5:08 오전

      네, 추운날 딱이었어요.

  3. 김 수남

    2020년 1월 17일 at 3:38 오전

    언니! 글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어요.저도 엄마 생각이 많이 밀려와서요.저는 마루 사이에 버릴 정도로 싫어하진 않았고 질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수제비를 많이 먹긴했어요.

    언니가 맛있게 수제비 드셨다니 저도 먹고 싶어집니다.이민와서 한번도 안해본 수제비 한 번 도전해봐야겠어요.

    언니의 옛 이야기 속에 저의 이야기도 함께 연결되어서 고향과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집니다.위에 말그미 언니 계시네요.언니랑 개인적으로 연락 되시면 안부 전해 주셔요

    언니들 모두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 데레사

      2020년 1월 17일 at 12:56 오후

      우리 어릴때는 밀가루가 아닌 보리겨나
      밀가루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밀기울로 수제비를
      해서 더 맛이 없었어요.
      그런 세얼을 살아내신 우리 부모님들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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