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 본들 반겨아니 맞으리
이 호우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생각 해 본다.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는 꿈도 꿀수 없게
되어 버린 세상, 낯선 집을 들어섰다가는 반겨맞아주기는 커녕
맞아죽게 생겨버린 세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인심을 이렇게 바꿔버렸다.
우리 아파트 마당에 몇 그루 있는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는데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마스크 쓰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들어가기
바쁘니 사람들의 마음에도 행동에도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걷기운동 하는 사람들로 붐비던 나의산책로도 텅 비었다.
개나리도 피고, 개나리를 따서 입에 물어볼꺼나?
수선화도 살짝 보인다.
며칠사이에 목련은 활짝 피어 버렸다.
진달래도 피었다. 아파트 마당이긴 하지만.
며칠전 산책때 보다 동백도 더 붉어 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물론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말 할 일도 없어진다. 전화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을까봐 겁나는지 전화를 걸지도 않고 걸려오지도 않는 적막강산이다.
친구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수다떨고 아프면 마음놓고 병원에 가고
여행도 가고 이런 일상이 이제는 꿈결같이 아득하다.
살구꽃이 피었다.
18세 순이도 돌아오고 우리의 일상도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