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살든한국에서살든노인들의가장무서운적은외로움이다.
물론만성질환이나암,치매같은질병에걸리지않고건강하게오래사는
노인들의이야기이다.
그런대로80이전까지는근력이남아있어서운동도하고,하고싶은일도하고,
가고싶은데도다니면서소일하다보면외로움의반은덜어낼수있다.
그러나80이후의삶은행동반경도제한되어있고,근력이딸려하고싶은일조차
마음대로할수없는처지에이른다.
그래도생각은멀정해서마음만은뭐든지할수있을것같은기분이다.
친구의어머님이금년에93세이시다.아버님은작년에돌아가셨는데94세이셨다.
어머님몸이쇠약하셔서널싱홈(NursingHome)에서전문간호인의도움을받고사신다.
친구가매일아침들려이런저런이야기도들려드리고보살피고있다.
주일이면교회에나가는게유일한낙이시다.
친구가연로하신어머니를모시고교회에출석하면
많은교인들이그렇게부러워할수가없단다.
일직떠나보낸자신의어머니를떠올리면서부러워하는것같다고했다.
우리장모님이살아게셨다면같은나이이신93세가되신다.
살아생전한동안우리집에서사셨던때가있었다.
지금도잊을수없는건우리집에곧잘놀러오던이웃집여자아이의눈이
파란색이었다.
장모님이처음파란눈을가진사람을본것이다.한참보시더니
“저눈으로도뭐가보일까?”하시던게생각난다.
80이넘으신이후장모님도외로워하셨다.
외로움은인간의본능이다.
20대에는외로움이철학으로승화되어홀로있고싶기도하고외로움을즐기기도한다.
하지만외로움과고독은다르다.
스스로외로움을선택하면고독이된다.
외로움은같이있고싶어도같이할수없는게외로움이다.
파트너를잃어버리면그때부터파트너대신외로움을끼고살아야한다.
20대에는우주만큼큰욕심이있었는데,늙은다음에는욕심은사라지고대신상상도
못했던과거로의여행이란욕망이살아난다.
어려서살았던집은그대로있는지가보고싶어지고.
옛날에맛있게먹었던삶은고구마의맛은그대로인지먹어보고싶다.
고구마는한입만먹어도목이멘다.
잊어버렸던할머니의목소리가그립다“물부터마시고고구마먹어라.체할라”
인터넷에도없는지혜이다.
맛의그리움,과거로의회상,돌아가신분들이그리워지면외롭다는증거다.
미국노인들은한국노인들보다외로움을덜탄다.
어려서부터각자자기방을쓰고자랐고부모에게서받는사랑도독립을전제로하는
객관적사랑이어서일직부터홀로서기를연습하고실천하다보니늙어서도외로워하지
않는다.
외롭기는하되덜외로워한다.
그러나한국노인들은다르다.
가족간에도끈끈한정이있고일가친척,친구,이웃들과도정을나누고살다가어느날
홀로지내려하니외로워도무척외로운거다.
한국노인들은남아도는게시간이라고말한다.
방에있을때는늘TV를틀어놓고산다.보거나말거나틀어놓고있다.
적어도하루8시간은우두커니앉아있다.
관심사가없다보니더외로운거다.
남이외로움을덜어주길바라지말고스스로떨처버리는지혜가필요하다.
텃밭이있으면좋고없으면작은화분에상추씨라도뿌려놓고매일물을주면서자라나는새싹을보면그것도작은희망인것이다.
자기만의비밀서랍을만든다.
남에게보여주지않는나만의비밀공간을혼자서즐기는것이다.
나혼자만알고있는비밀은스스로자신이소중한존재임을암시한다.
돈안드는작은소품들을수집하는취미로관심을돌리면쏠쏠한재미가있기마련이다.
아무리늙었어도관심과사랑,인정을갈구하는마음은젊은이못지않다.
인간의욕구중에가장질긴욕구는남들에게인정받는욕구이다.
인정의욕구가충족되면외롭지않다.
악기나춤아니면다른취미활동을열심히해서남들에게발표하는것도인정받는길이다.
뿐만아니라내가나를인정하고스스로사랑하면남도나를인정하고사랑한다.
모두들아는이야기이지만한번더되새겨보면
<돈을쫓아다니면돈은멀리도망가버린다.
돈은잊어먹고열심히일만하다보면돈은저절로따라와준다.>
늙어서재미를찾아재미를쫓아다니면재미는점점멀어지고외롭기만하다.
한가지취미에열심히빠지면재미는저절로따라붙는다.
늙어갈수록얼고닦고치장을하고립스틱이라도한번더바르는부지런함이필요하다.
보잘것없는초라한나를내가사랑해주지않으면누가사랑해주겠는가?
나보다낮은곳을보며늘자신감과희망을찾는습관이몸에베이도록노력하라.
그러다보면어느날나도모르게외롭지않은인생이되고남들에게희망을주는노인이될수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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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