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좋아하는호박과내가좋아하는가지를심었다.
옛날에는농사는경험을통해서배워나갔다.
요즈음은그렇지않다.어떤씨를심었느냐에따라천차만별이다.
매년개발되어새품종의씨가나오기때문이다.
씨는새씨를심어야제대로싹이난다.묵은씨는나다말다한다.
금년에심은호박은정말나를웃긴다.
아침에나가보면암팡진암꽃이다섯개나피어있다.그러나수꽃은하나도없다.
다음날은암꽃이일곱개나피었는데수꽃은하나도없다.
하루하루가매일그렇다.
참기가막힐노릇이다.누가개발한호박인지는모르겠으나균형을잃은씨개발이었다.
어쩌다가수꽃이하나피기는피는데이건못봐줄정도로비리비리한수꽃이다.
귀하디귀한수꽃을찾아헤매야하는아침이괴롭다.
가지는모종을사다가심는다.
아내는일본가지를좋아한다.가지를붙들고있는꼭지가녹색인것은중국가지이고꼭지가
같은가지색인것은일본가지라고아내에게서교육받았다.
가지사진이모종에꽂혀있어서믿거라하고사다심으면엉뚱한게달렸던경험이있다.
이번에는신경꽤나써가면서모종을골랐더니짙은보라색꼭지여서마음이놓였다.
가지꽃도짙은보라색이다.
옛날시골처녀처럼다소곳이고개를숙이고피어있는꽃이가지꽃이다.
가지꽃의아름다움을보려면가지꽃처럼나의고개를땅끝까지숙이고나서야볼수있다.
가지꽃은가운데길쭉한노란술이있고,짙은보라색꽃잎이쪼글쪼글하다.
주름살많은꽃잎을인두로싸악펴주고싶은마음이들정도다.
가지꽃을보면서작가신경숙같다는생각이든다.
항상편이돼주고싶은심정이드는작가가신경숙이다.
그녀는시골티를그대로간직하고있는작가다.
서울에서태어난작가들처럼예리한칼끝을휘두르는필력은아니다.
긴가민가하면서도결국에는맞다는생각이나게끔하는은근한힘이있다.
무엇하난똑부러지게주장하는것은없지만은은히내비치는서정적언어와필치가
작가나름대로의성찰과의미를내포하고있다.
작가에게는아직도우리의전통적정서가살아있어서모르는사람도도와주며같이지내는
아름다움이남아있다.
마치작가의마음속깊은우물에서두레박으로퍼올린물이혹자에게는목을축여주고,
혹자에게는등목을시켜주는것처럼,화려하지는않지만나름대로간직하고있는사랑이한국인
특유의끈끈한정으로표출되면서독자의마음을움직이게하는힘이된다.
나는신경숙작가를좋아한다.그의글솜씨를닮고싶은생각을많이했다.
불행하게도표절시비에얽혀있어서심적고통이심할것이다.
한국문단이그러했으니그녀도그렇게했으리라는생각도든다.
신춘문예출품작들을심사위원이표절한다는말도들린다.
문단이지금처럼시끌벅적했던때가있었을까할정도로관심들이많다.
표절이라고하는말은작가에게는치명적이다.사형선고와맞먹을정도이다.
남의글을몰래베껴,진화시킨흔적이역력해보인다.
참으로애석한일이다.
어떤이들은그많은작품중에일부분을가지고너무크게벌리지말자는글도있고,
어떤이들은작가의생명은다됐으니절필하라는글도있다.
어떤사람은법의잣대를들이대는사람도있다.
신경숙씨는똑부러지게“했다”라고말하지않았다.
늘그러하듯이긴것도같고아닌것도같은식으로넘기려한다.
그러면서“나에게문학은목숨과도같은것이어서작품활동은계속하겠다”고말했다.
너나없이모두들맞는말이다.민주주의답다.
그러나그의활동을제지할권한은누구에게도없다.
앞으로남은것은시간과독자들의반응이다.
독자는작가를살릴수도있고죽일수도있다.
반면에작가는독자를사로잡을수도있고버릴수도있다.
아무쪼록살아남아서한단계딛고올라서는성숙한모습을보여줘야할것이다.
그래도저지른짓은어쩔수없다.
이광수,서정주같은분들이친일이라는멍에를지고갔듯이
작가도표절이라는멍에를지고가야하는운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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