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 허스키 ‘루시’ 이야기

딸이집에와있는바람에같이온개루씨는나와함께운동길의동반자가되었습니다.

루씨는알라스카머스키로눈동자가푸른색입니다.

흘켜보는눈이어서나는그의눈을좋아하지않습니다.

그러난길에서만난사람들은루씨의눈을보고눈이예쁘다고들합니다.

개기푸른색눈을가졌기때문입니다.

일곱살반이니까사람으로치면50줄이된셈입니다.

개는영특해서내가운동을나가는건지출근을하는건지다알고있습니다.

운동을가려고모자를쓰고일어서면지가먼저문앞에서서같이가겠다고야단이났습니다.

줄을목에걸어도도망도안가고순순하게목을내밀어줍니다.

처음문밖으로나서면개는고개를들고신선한공기를들이키는시늉을합니다.

정말신선한표정도짓습니다.

앞에서너무힘차게끌어당겨대서억지로끌려가는격입니다.

개는10분이멀다하고오줌을눕니다.

남의잔디밭에서오줌을질깁니다.

루씨는암캐입니다,숫개는한쪽다리를들고오줌을누니까누가봐도오줌눈다는걸압니다.

그러나암캐는앉아서오줌을눋기때문에까딱하다가는남들에게오해를사기쉽습니다.

마치대변을보는줄아는겁니다.

남의집잔디밭에대변을보면비닐봉지로수거해가야합니다.

그러나소변은그렇게할수가없잖아요.암캐는소변도대변보는모양새를취하다보니

마치개변을치우지않고그냥가버리는얌체족처럼보일것같아서신경이쓰입니다.

목에줄을매고주인이붙어다녀야하는게개입니다.

개는아무데서나변을봅니다.말릴수가없습니다.

창피한걸모릅니다.이미나는개니까하는식입니다.

기쁘나슬프나낼수있는소리는한마디로제한되어있습니다.

멍멍지져댑니다.기뻐도,반가워도,겁이나도지져댑니다.

개는비밀을발설하지않습니다.꼭지켜줍니다.

보고도못본척눈을감아줍니다.

나는한번도개가주인에게화를내는걸못봤습니다.

내맘대로이길로가다가돌아서저길로가도개는군소리없이따라줍니다.

나도개를좋아하는사람에속합니다.그러나덩치큰개가집안에서이리뛰고저리뛰는꼴을

좋게봐줄수는없습니다.

소리를질러제지시키고싶은데도개주인인딸이보고있으니나로서도어쩔도리가없는겁니다.

사실나는혼자서운동길에나서고싶습니다.

혼자서걸어가면여러가지생각도정리되고문제점도풀리는수가있습니다.

그러나개와함께나서면개에게다신경을써줘야하기때문에딴생각할여유가없습니다.

그러나내가운동길에나서려고하면개와같이가라고들합니다.

개가하루종일집안에만있어서운동이필요하다고같이가라는겁니다.싫어도싫다는내색을할수

없습니다.개주인이딸이니까.

어쩔수없이끌고나서면만나는사람마다허스키지예쁘네요.“하며인사를해대니그럴때는

우쭐한기분이들기도합니다.

개목에맨줄이길어봤자1.5m안팎입니다.개가공원에나가자유를누린다고해봤자

1.5m짜리자유밖에없습니다.

1.5m이내에서누리는자유이지만그렇게도갈망하고있습니다.

개줄을잡고걸으면서생각해봅니다.개는나에의해서통제당하고있습니다.

1.5m의자유밖에누리지못합니다.그렇다면나는누구로부터통제를받고있는가?

보이지는않지만어떤사슬이나를통제하고있습니다.

나역시제한된거리안에서활동해야만합니다.

목을매고있는줄이눈에보이느냐안보이느냐가중요한것이아닙니다.

통제받고,억압받고있다는사실이중요합니다.

내가루시목을매고있는줄을잡고있듯이휴대폰이나의목을동여매고당기고있습니다.

벨이울리면가야합니다.결국문명은나의자유를빼앗아가고말았습니다.

마치루시의목의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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