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길에가로수는은행나무뿐입니다.
갑자기쌀쌀하게변해가는날씨에가을이다가오고있음을느낍니다.
어젯밤노란비를뿌렸는지은행잎이물들었습니다.
거리에은행이나뒹굽니다.노란은행열매는나무밑에서모두들자폭을했나?
자폭한것처럼윽껴진은행이너무많아지저분하게보입니다.냄새를풍깁니다.
누가추천했나요,은행나무를가로수로심자고.
서울에는은행나무가너무많습니다.
은행나무의수명을알기나하는지.
백년후에서울의은행나무가로수밑을짐작이나해봤는지
천년후에는서울은없고은행나무만있으리라
종로에는사과나무를심자던가수는환갑이넘었습니다.
그의말을들었다면,지금쯤서울시민들은사과를실컷먹을것을.
누가거절했나요,사과나무는안된다고.
누가추천했나요,은행나무를심자고.
이제겨우어린은행나무에서은행이수없이떨어질진대
백년후에서울의은행나무가로수밑을짐작이나해봤는지
천년후에는서울은없고은행나무만있으리라
바람한점없는가을날아침,호수가더없이잔잔해거울같습니다.
두개의똑같은세상을보여줍니다.
어제안보이던것이오늘은보입니다.
새아침이어서새롭게시작되기때문일것입니다.
길가에서샘물이흘러나오고있습니다.
새로생겨난샘물이아닌데왜이제서내눈에띠는거지?
어제는급해서그냥지나치던것이오늘은여유가있어서눈에들어온모양입니다.
아주여유만가지고천천히살아간다면많은것이눈에보일것이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여유가있는것과여유가없는것과이것이문제로다.
고양시정수장까지가는길에는많은나무들이빼곡할정도로서있습니다.
굵은나무들이겹겹이들어서있는길을걸으면왠지기분이좋습니다.
마치굵직한나무들이내친구들같아서마음든든함을느낍니다.
까치가울어대는소리,새가지저기는소리,도토리떨어지는소리.
때로는소리가우리를행복하게해주기도합니다.
개울물흐르는소리에뒤돌아봅니다.
흐르는개울물이연주하는개울물앙상블을듣기위해잠시발길을멈춥니다.
해맑은물소리가아침기분을상쾌하게해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그랬다던가요?“우리의삶의목적은궁극적으로는행복의추구에있다”고
오늘도행복한하루가될것같습니다.
정수장까지가는동안에세사람이스쳐지나갔습니다.
파다발이삐쳐나온비닐봉투에채소가들어있었습니다.
채소를구해들고가는여인이있었고,
두번째는할아버지가잠바를어깨에걸치고가는모습이멀리서걸어온것같이보였습니다.
그리고다음사람들은핸드빽을든두여인의출근하는모습이었습니다.
공원은단풍이아니더라도이미가을색으로물들어가고있습니다.
공기가그렇고,날씨가그렇고분위기마저완연한가을입니다.
덥지도않고,춥지도않고딱맞는가을의초입에서있습니다.
기분이더없이상쾌합니다.
가을은책을읽는계절이라고했는데아닌게아니라책읽기에는딱좋은날씨입니다.
피천득의수필을떠올려봅니다.
<나는작은놀라움,작은웃음,작은기쁨을위하여글을읽는다.
문학은낯익은사물에새로운매력을부여하여나를풍유하게하여준다.
구름과별을더아름답게보이게하고눈,비,바람,가지가지의자연현상을허술하게놓쳐버리지않고즐길수있게하여준다.
도연명을읽은뒤에국화를더좋아하게되고워즈워스의시를왼뒤에수선화를더아끼게되었다.운곡의‘눈맞아휘어진대’를알기에대나무를다시보게되고,백화나무를눈여겨
보게된것은시인프로스트를안후부터이다.>
“아주머니뭐하는거예요?”도토리를줍는다고했습니다.
“이게다도토리나무예요?”
“저기공원에있는나무들도다도토리나무예요.
공원에서주우면안된다고했는데할아버지할머니들이줍더라구요.
그래서우리도줍는거예요“여기서도할아버지할머니들이문제로다.
다알고있다왜주우면안되는지.
줍는사람들에게는심심풀이일지몰라도다람쥐에게는겨울을날식량인것입니다.
죽고사는문제입니다.
다람쥐에게공원은평생일터입니다.다른곳으로이주해갈수도없는사면이아파트로막힌일터나
마찬가지입니다.여기서식량을압수해간다면죽으라는것이나다름없습니다.
줍는사람들은검정비닐봉투에조금씩주어가서뭐하겠어요.
도토리묵을만들려면적어도반자루는있어야하는데.
비닐봉투정도거둬간다는것은집에서나뒹굴다가버릴게아니겠어요?
사람은아니지만남의생사가걸린문제를가지고대수롭지않게여기다니.
마치어느재벌의딸이부리던횡포와무엇이다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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