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해가일찍떨어집니다.
엊그제,저녁을먹고운동길에나갔다가해가금세지는바람에어둠을헤집고돌아오느라고낭패를
본일이있습니다.
여름같았으면해가서산으로넘어간다음에도한동안훤해서얼마든지시간을끌어도별탈없이
돌아오는데가을이돼서그런지해가넘어갔다하면금방어두워집니다.
나만시간대중을못잡나했더니다른사람들도허둥지둥대는꼴이매한가지였습니다.
두뇌가일몰때에익숙해지려면몇번의시행착오가있어야겠지요.
오늘은좀일찍나섰습니다.
호수를따라걷는코스로는개를데리고갈수없습니다.
미안하지만‘루시’는집에놔두고혼자서떠났습니다.
지난4년연속으로가뭄이몰아치더니호수의물이반으로줄었습니다.낚시를하라고만들어놓은
‘우든데크’가물에떠있어야정상인데데크는호수변에덩그러니나자빠져있고수면은저만치
밑에내려가있습니다.낚시꾼들도반으로줄었습니다.
오늘저녁운동길은호숫가에서가장운치있는길을걸어갑니다.
요세미티공원에서캠핑을즐기던한인학생두명이가뭄으로나무가뿌리채말라넘어지는바람에
나무에깔려죽었다는애달픈뉴스가있었습니다.
다행이이쪽비탈길은오전해만들고오후에는그늘이지는위치여서아직은나무들이시들지않고
제대로의생명을유지하고있습니다.
가뭄으로캘리포니아농산물피해는이루말할수없을지경에이르렀습니다.
어두워지기시작하니까가오리들이안전한자리를차지하고밤을지새울준비를하고있습니다.
그뿐만아니라다른무리가오리들이떼지어호숫가로날아듭니다.
스컹크가오줌을지렸는지고약한냄새가코를찌릅니다.
냄새는사방공기를오염시켜고개를이리저리돌려보고모자를벗어부채질을해보지만
지독한냄새는사라질줄모릅니다.한국에서는스컹크를뭐라고하나요?
사전에찾아봐도Skunk는그냥스컹크라고번역되어있네요.
미국에는스컹크를흔히볼수있습니다.오소리처럼생겼는데검은털에흰줄문의가있어서보기에는
귀엽게생겼습니다.
그러나이놈이자기방어를위해서문어가먹물을쏘아내듯이오줌을싸고도망가면그냄새가가히
머리를지끈하게할정도로고약합니다.
온종일열심히밝혀주던태양이막넘어가고,아직은짜투리빛이남아빨리들돌아가라고재촉하는
늦은저녁입니다.
낚시터가있는호숫가로내려가보았습니다.
반달이호수에떠있습니다.
하늘에도달이,호수에도달이서로마주보며웃고있는적막한호숫가입니다.
이것보세요.원래는물위에떠있어야하는‘우든데크’가육지에나뒹굴고있지않아요?
물은저아래에있으니호수물이1/3만남아있는것같습니다.
어둑어둑해가는물가에서젊은이혼자서낚시를즐깁니다.
멀리서보았는데커다란송어를막잡아올리더군요.
송어구경도할겸다가가보았습니다.
그런데잡은고기를넣어두는망태가없는겁니다.
잡은고기없느냐고물었습니다.없다는겁니다.
조금전에잡는걸내가봤는데없다니,이상하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그러는사이에또한마리건저올리는겁니다.아주팔뚝만한송어였습니다.
잡자마자곧바로풀어놓아주는겁니다.
그러더니금세또걸려들었습니다.낚시줄을팽팽하게잡아당기더니다끌려와서놓쳐버렸습니다.
아주큰고기인데놓쳤다고아쉬워하더군요.
그리고금세또잡았다가놓아주기를반복합니다.자그마치팔뚝만한송어를말입니다.
그냥놔주는거냐고물었더니그렇다더군요.
몇마리나놔줬느냐고물었습니다.30마리는더될것이라는겁니다.
젊은이는낚시기술이대단해보였습니다.남들은하루종일낚시줄을담그고있어도한두마리
잡을까말까한것을이친구는한자리에서4-50마리를잡아치우니과연낚시에도가텄구나
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그러니이많은송어를가져다가다무엇하겠어요.
이친구말로는어둑어둑해질무렵에잘문다는겁니다.
물고기들도저녁을든든히먹고잠자리에들려는모양입니다.
보고있자니아깝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팔뚝만한송어를후라이판에기름치고튀겨먹으면얼마나맛있는데하는생각이머리를스칩니다.
옆에서보고있는나는그저먹을궁리밖에모르는속물에불과하구나하는생각도들었습니다.
청년은말없이그저잡았다가놔주는진정한낚시꾼이었습니다.
낚시를스포츠로즐기기만할뿐고귀한생명의존엄성과자연을훼손하지않는젊은이를옆에서보면서
남들과조금은다르다고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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