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호수공원을 걸었다. 집에서 호수까지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전에도 호수공원은 잘 정리해 놨었다. 지금은 더 잘 꾸며 놨다. 너무 많이 꾸미면 오히려 아니 꾸밈만 못할 수도 있다. 마치 여자가 화장도 적당히 해야지 더덕더덕 바르면 아니 바른 것만 못한 것과 같다.
예전에 고베에서 살고 있는 아내 친구네 집을 방문했던 일이 있다.
친구 남편이 일본인인데 우리 부부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고베에 있는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마치 서울의 남산공원과 같은 공원이다.
친구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원인 산을 올라가는데 이건 구석구석 온통 인위적으로 손을 봐 논 것을 보았다.
자연미는 하나도 없고 꾸밈만 있는 공원이었다.
하다못해 자연적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까지 물줄기를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치장을 해 놓았는데 잘해 놨다기 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사진에서 본 기모노 입은 일본 기생들이 얼굴을 하얗게 분칠해 놓은 것과 같아보였다.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안다고 자연의 조화로움을 다 걷어내고 인간의 머리로 다시 옷을 입히려 한단 말인가?
산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얼마나 괴롭겠는가.
일산 호수공원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꾸밀 만큼 꾸몄으면 이제 그만 붓을 놀 줄도 알아야 한다. 수년전에 갔을 때보다 이번에는 더 많이 덧칠을 해 놓았다.
보수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놓았고 더 많이 포장해 놓았다.
사실 공원엔 흙을 밟기 위해서 가는 곳이어야 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밟으려면 길을 걷지 뭐하러 공원까지 갈 필요가 있겠는가.
흙 없는 공원은 공원이라고 할 수 없다. 흙을 다 덮어버려서 실망했다.
낙엽을 다 긁어모아 커다란 자루에 담아 갔다 버리고 있었다. 나무 아래는 깨끗이 치워서 낙엽이 없다. 밟을 낙엽이 없어서 실망했다.
호수에 물은 여전히 많았다. 맑고 푸른 물이 신선해 보였다.
그러나 물속에는 바람에 날려 들어간 쓰레기들만 있을 뿐 물고기는 없었다. 이 정도 크기의 호수라면 물고기가 넘쳐나야 할 것이다. 들여다보면서 물고기가 노는 모습을 즐길 수 있어야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호수에 물고기가 없어서 크게 실망했다.
만들어놓은 길로만 걸어야 한다면, 잔디밭이나 나무 아래로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다면, 나무 아래 낙엽을 밟고 걷거나 낙엽위에서 뒹굴 수 없다면 이걸 어찌 공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본을 본 따서 인위적인 공원을 만들기 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자연미가 살아있는 공원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은 조금만 한 민얼굴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 수니
2016년 2월 23일 at 3:30 오후
안녕하세요.
호수공원 이야기 반가워서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일산엔 호수공원이 있어서 일산시민의 큰 위로가 됩니다.
그곳에 나가 호수를 한바퀴 돌고나면 마음이 아주 상쾌해 지거든요.
봄에는 꽃박람회도 열리고 공원이 계절따라 표정이 바뀌는 모습에서
그나마 자연을 접하게 됩니다.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산책을 자주 나갑니다.
인공적으로 가꾸지 않아도 안될 것 같아요.
호수공원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ilhuette
2016년 2월 24일 at 12:30 오전
뷰가 있는 아파트처럼 호수가 있는 공원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겠지요.
순이님의 글은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