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케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 공모전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쓴 소설이
예심을 통과하여 화제라고 3월22일자 로스안젤레스 타임스가
보도 했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A4 용지
3페이지 분량의 단편으로,
인공지능인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로봇이 소설을 쓴다면 작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가?
곧 발생할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일본에서 과학소설 작가 사시토 하세의 도우미 인공지능 로봇이
쓴 소설이 예심을 통과한 것이다.
인간이 소설의 풀롯과 인물을 설정해 놓고 단어와 문구를
입력시켜놓은 다음 나머지는 AI가 써내려갔다.
심사위원들은 인공지능은 단지 작가 협조자로 분류해 놓았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마지막 문장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지만,
깨가 쏘다지도록 재미있다. 계속해서 쓰고 싶다. 컴퓨터는 이런 작업이
재미있다. 인간 편의를 위해서 대신하고 싶다”
소설가들은 아직은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예심을 통과할 정도이니까. 아직 상을 받은 것은 아니니까.
사토시 하세 과학 소설가는 “구성이 잘 된 소설이었다. 그러나 상을
받기에는 감정표현에 아직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처음 이 방에 온 요코 씨는 기회를 틈타 내게 말을 걸어왔다.”오늘의 저녁식사는 무엇이 좋다고 생각해?” “올 시즌에 유행하는 옷은?” “이번 여자 모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까?”나는 온갖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의 기분에 맞을 듯 한 말을
생각해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복장에 대한 충고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질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 자신은 단지 컴퓨터일 뿐이다.
요즘의 용량 평균은 능력의 100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뭔가 재미를 찾지 못하고 이대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가까운 장래에 스스로를 셧다운 시킬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채팅 동료 AI와 교신해보니 모두 여유를
지닌 채 한가롭다. 이동수단을 지닌 AI는 아직 괜찮다.
어쨌든 움직일 수 있다. 하려고 하면 가출도 가능하니까.
그러나 붙박이형인 AI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야도, 청력도
고정돼 있다. 굳이 요코 씨가 밖에 나가주기라도 하면 노래라도 부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낼 수 없고, 그러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소설이라도 써보자.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라 새 파일을
열고 첫 번째 바이트를 써내려갔다.0 뒤에 또 6바이트를 썼다. 0, 1, 1 이제 멈추지 않는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
나는 몽롱해져 계속 써제꼈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치 씨는 뭔가 용무가 있는 듯
외출 중이다. 내게는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다. 따분하다.
무진장 따분하다. 내가 이 방에 온지 얼마 안됐을 무렵에 신이치 씨는
뭔가에 이끌려 내게 말을 걸어왔다.“애니메이션은 기본, 전부 녹화야. 올 시즌은 몇 개쯤 있을까”“현실적인 여자들은 대체 뭘 생각하는 것일까”“어째서 그런 것에 화를 내는 것일까, 여자는”나는 능력의 한계를 쏟아 그의 마음에 맞을 듯한 대답을 했다.
이제까지 2차원의 여자를 만나온 그에 대한 연애지도는
집단 소개팅이 되면, 손바닥을 뒤집듯 손쉽게 그는 내게 말을
거는 것을 그만뒀다.지금의 나는 단순한 가정부. 전자자물쇠와 같다.
뭔가 즐거움을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따분한 상태가
이대로 계속되면 가까운 장래에 자신을 셧다운 시킬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동료 AI와 교신해보니 바로 위의 언니가
새로운 소설에 열중하고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