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폭우가 남쪽은 빼놓고 북 캘리포니아에만 쏘다졌다.
메마른 남쪽 LA는 아직 봄이 서성이는데 북쪽 샌프란시스코는
산과 들이 온통 그린이다.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짓 푸르다.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치장을 하고 누워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지금이 그 절정이다.
아침 운동을 나서면 왠지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야생화도 피었다. 캘리포니아 퍼피가 현란한 주황색을 내 뿜는다.
어디에 숨겨 놓았던 색채이던가, 비단같이 고운 잎 새에 짙은 주황색을 담고
바람에 나부낀다. 퍼피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피는 캘리포니아 주 꽃이다.
얇고 매끄러우면서도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꽃잎이 부드러운 아기 살결 같다.
가늘고 긴 목줄 끝에 꽃받침도 없이 네 개의 주황색 꽃잎을 말아 올려
소주잔만한 사이즈로 딱 소주잔처럼 생겼다. 퍼피꽃 속은 씨방이나 꽃술도 없이
소주잔처럼 텅 비어있다.
누가 술은 다 마셔버리고 빈 주황색 꽃 잔들만 들판에 꽂아놨느냐.
술 없는 빈 잔이 바람에 흔들린다.
Silver Lupine – 실버 루핀 – 은빛 층층이부채꽃
야산에 흔하게 피어있는 들꽃이다.
층층이 피어 있어서 층층이부채꽃이라고 했나보다.
Blue-Eyed Grass 붓꽃
보라색 꽃잎에 짙은 보라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다. 무더기로 피어 있다.
풀밭에는 늘 붓꽃이 있기 마련이다.
Mule’s Ears – 노새 귀꽃
노란 꽃잎이 노새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바라기 같기도 하지만 노새 귀꽃은 사이즈가 작고, 키도 발목에서 그친다.
봄철 캘리포니아 산과 들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낫살께나 먹은 도토리나무 그늘에 앉아 싱싱한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한 쌍의 아름다운 젊은 커플이 데이트 코스로 야산을 선택했나보다.
봄날 싱그러운 들녘만한 데이트 코스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딱 좋은 날씨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야산이
어찌 에덴의 동산만 못하리오.
사랑스러운 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축복은 충만하리니
녹색 자연 풀밭과 야생화도 다 때가 있으매
지금이 그 정점이다.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면 그 자리에 있지 아니하리니
젊은이여 잊지 말게나
지내놓고 보니 인생도 그러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