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일요일, 평양에서 외국인이 포함된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외국인이 참가한 것은 이번에 세 번째 이벤트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참가시키기 위해 3년 전부터 마라톤을 카니발 형태로
변형시킨 것이다.
그러나 금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로부터 지난해처럼 정식으로
국제마라톤 인정을 받지 못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동메달급 경기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금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요구하는 국제 엘리트 선수를 초청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경기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연맹 대변인 크리스 터너의
설명이다.
그래도 16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그 중에 700여명이
마라톤 프로 선수들이었고,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이 북한 선수들이었다.
몇 명 안 되는 외국 선수들로는 아프리카(에디오피아, 케냐,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짐바뷰에, 르완다, 잠비아) 그리고 중국과 대만 선수였다.
아무튼 운영위원의 말로는 외국인 아마추어 선수가 1000여명으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놀라게 한 것은 비디오 캐메라를 들고 달리도록 허락한 것이며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 스스로 자신을 찍으면서 달리는 형국이었다.
마라톤을 빙자한 하나의 관광이었으나 사회주의 국가를 구경한다는 신비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관광은 안내자가 인솔해 다니면서 지정된 곳만 보여주는 것인데
비해서 마라톤은 달리는 동안 자기 마음대로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년에 달라진 것 중에 하나는 전에는 김일선 스타디움에서 출발하고
골인했는데, 금년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릉나도 5.1 경기장”에서 이뤄졌다.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하고 골인할 때까지 의 공백시간동안 6만여 관중이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우승은 북한 선수 박철원이 2시간 14분 10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선수는 김지양으로 2시간 28분 5초로 골인했다.
아마추어 선수 전코스는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 토마스 도버가 2시간 49분 59초로
들어왔다.
이 대회는 김일성을 추모하는 행사 중에 하나여서 정식 명칭 자체가
“만경대 마라톤 대회”이다. 만경대는 김일성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생일이 4월 15일이어서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4월 15일이
들어 있는 일요일을 경기일로 선택하는 것이다.
김일성은 1994년 사망했으나 북한에서는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남아 있다.
평양마라톤대회 참석 LA한인의 블로그에 실린 이색체험담
최근 평양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 LA한인이 출전해 평양에서 겪은
체험담을 영어 블로그에 시리즈로 연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인 에드워드 리(이)씨는 “최근 평양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서 흥미로운 경험들이 너무나 많아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평양거리에 벚꽃이
활짝 폈다”면서 천리마동상 주변의 벚꽃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처음엔 우리 일행도 벚꽃인줄 알고 아름답다며 감탄했지만
알고보니 80%는 살구꽃이고, 나머지는 복숭아, 배꽃이었다. 러시아대사관이
잘못된 정보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가이드가 김일성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엘리트였는데 벚꽃을
전혀 모르더라”며 “북한에서 벚꽃이라는 단어가 사전에도 없다는 것은
솔직히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벚꽃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그는 한때 한국에서도 일본꽃이라며
베어버린 것처럼 반일감정이 특히 심한 북한에서도 그렇게 사라진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정했다.
-평양마라톤엔 어떻게 가게 됐나.
“중국의 고려여행사를 통해 가게 되었고 동행한 20명은 모두 유럽출신이었다.
올해가 29회인 평양마라톤대회의 정식명칭은 ‘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로
3회대회부터 외국인과 아마추어 선수들이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하프마라톤과 10km 달리기가 함께 열렸다. 출전선수는 49개국 1800명으로
외국 참가자들이 1100명으로 북한 참가자보다 훨씬 많았다.”
-대회 분위기는 어땠나.
“올해는 처음으로 관중 15만명을 수용하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레이스가
시작됐다. 관중들도 엄청나게 많아 올림픽에라도 출전한듯한 기분이었다.
운동장안에 스폰서로 보이는 입간판들이 많이 보였는데 ‘조선송이무역총회사’
‘삼천리광학합작회사’ ‘진명합영은행’ 등 한글간판과 영어간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재미있는 경험을 소개한다면.
“만원 지하철을 탔을 때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그렇고 아무도 빨리 걷는
사람이 없어서 신기했다.”
-북한에 입국할 때 특별히 문제는 없었나.
“금지품목이 있는데 남북관계를 다룬 책과 성조기, 태극기, 정치문구가
담긴 셔츠, 한국어 책과 잡지, 신문, 라디오, 성경책 등이었다.
휴대폰도 검사를 하는데 북한을 비난하는 영상물이 있으면 지우는 정도였다.
이번에 한국어로 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자서전을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평양 공항에서 압류됐다가, 출국할 때 받아 왔다.
근데 참 놀랍게도 그사람들이 압수하는 것을 미안해 했다.
웃으면서 ‘이거 원래 금지된 것으로 저희가 몰수하는 것인데, 일단, 저희가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드릴테니 떠나실 때 잊지말고 꼭 말씀하셔서
받아가십시오’ 그러더라. 상당히 의외였다. 무슨 산골 촌사람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