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는 볼거리가 많다. 짧은 시간에 다 돌아볼 수는 없고 우리는 두 곳만 선택했다.
하나는 물론 정선 장날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힐스’였다.
병방산 전먕대에 투명한 U자형 조망대인 스카이워크로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가 보았다. 과연 유리 밑바닥은 천길 낭떨어지였다. 아찔했다.
이 유리가 내 몸무계를 제탱해 낼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걷기가 조심스러웠다.
물론 사람이 떨어져 죽게야 만들었겠느냐 만은 그래도 사람이 살고자하는 본능이 어디 그런가 걸어서 앞쪽까지 가는데 조마조마 했다.
엉거주츰 겁나해 하는 연기를 보여주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장관이었다.
세계 어디에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저 기분 상쾌하게 해 주는 곳이 있단 말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09년 4월에 동강할미꽃을 보러 저 밑에 마을 귤암리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강물은 오른쪽 정선에서 흘러내려와 한반도 지도처럼 한 바퀴 돌아 왼쪽
영월방향으로 흐른다.
가면서 왼쪽 끝자락에 자그마한 농토가 보이는 귤암리까지는 조양강이라고 부른다.
조양강을 지나 영월까지가 동강이다.
여름 장마 때는 강물이 불어 강 옆의 도로를 넘쳐흘러 뼝대의 동강할미꽃까지
쓸려나간다고 한다.
동강할미꽃이 정선군화(꽃)이다.
그만큼 정선군민들은 동강할미꽃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동강할미꽃으로 해서 뚜렸한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귤암리에 민박인들이 들리기는 하지만 도시인들이 자고가면 호미도
없어지고, 없어지는 게 더 많아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그래도 귤암리 사람들은 동강할미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동강할미꽃의 씨를 받아다가 비닐하우스에서 싹을 틔어 절벽에다가 모종을
하기도 한다.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나팔봉(공식적으로는 수리봉 693m)이다.
조선시대 봉우리에서 적의 동향을 살피다가 나팔을 불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물을 따라 강파른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는데 이 절벽을 이곳 사람들은
뼝대라고 부른다.
강 건너 뼝대에도 동강할미꽃이 분포되어 있다. 뼝대에 접근하기는 매우 위험하다.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워 할미꽃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옛날에는 이 험준한 산에 야생동물이 많았다. 여우, 곰, 호랑이, 사슴 그리고
산돼지 등이 많았다. 가끔씩 높은 산에서 산돼지가 굴러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면 주어다가 동내 잔치를 벌렸다나.
동강할미꽃
4억 5천만 년 전부터 형성되어온 석회암 지질층이 2억 년쯤에 지각변동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고 물살에 깎여 수직으로 변형되었다.
절벽 밑으로 조양강이 흐르고 절벽을 끼고 도로를 냈는데 바로 이 절벽이
동강할미꽃 관찰지역이다.
강물이 돌아나가는 왼쪽 1000m가 동강할미꽃 관찰지역이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유역 석회암 틈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유일종이다.
연분홍, 청보라, 붉은자주색, 흰색 등이 있으며 꽃잎은 6장으로 흰털이
많이 나 있다.
추운 겨울 1월 중순부터 흰솜털 뭉치가 고엽사이로 고개를 내밀면서 꽃의 운명은
시작 된다.
모진 강바람을 맞으며 꽃대가 자라 3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여
5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동강할미꽃은 1998년 식물사진가 김정명씨가 우리 꽃 사진 제4집
“한국의 야생화”에 실려 세상에 선보였다.
후일 이영로 박사(2008년 작고)에 의해 2000년 세계식물학회에 보고돼 뒤늦게
학명을 부여받은 우리 고유의 토종 꽃이다.
이영로 박사는 살아생전 우리의 토종 꽃 150종을 발굴하여 120종에 새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실 한국식물의 학명들은 식민지시절 일본학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이
대부분이다.
예: 할미꽃학명 – Pulsatilla Koreana Nakai 이런 식이다.
이래서 우리 고유의 이름을 부여받은 동강할미꽃의 의미가 더욱 소중한 것이다.
동강할미꽃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매우 소박하다는 인상이었다.
신선하기도 하고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현란한 색채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은근히 수수한 아름다움이 풍겼다.
동강할미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은 깎아지른 뼝대(절벽)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다음 피어난 가냘프고 여린 꽃의 강인한 생명력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기상과도 같아 더욱 애착이 간다.
동강할미꽃은 고개를 꼿꼿이 처 들고 있다.
젊은 할미꽃이어서 그런 건지, 씩씩한 할미꽃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콧대가
센 할미꽃이어서 그런 건지 아무튼 고개를 처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꽃의 자태가 특이해 보였다.
병방치 벼랑에서 출발하는 ‘짚와이어’이다. ‘짚와이어’는 정선군의 허락을 받아 개인회사가 운영하는 관광시설이다. 한번 타는데 4만원이다. 불과 1분이 걸릴까 말까한 순간에 4만원이라니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철에는 사람이 많아 탈 수 없단다. 아무나 탈 수 있는 것도 아닌다. 조건이 까다롭다. 몸무계가 35-120kg 사이어야 한다. 너무 뚱뚱해도 안 된다. 키가 135cm 이상이어야 하고, 질환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탑승자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마치 목숨을 걸고 타는 것같은 느낌이다.
‘짚와이어’를 타고 내려간 사람을 실으러 가는 버스기사다. 한 사람당 2천원씩 받고 실어 온다고 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강도처럼 복면을 하고들 있다. 보기에 섬뜩해서 물어보았다. 산위는 항상 바람이 세게 불고 햇볕이 따가워서 자외선이 많다고 한다. 얼굴이 금방 타고 터지는 바람에 얼굴을 가려야 한단다.
‘짚와이어’가 겨울철 12월에서 3월까지는 손님이 없어서 논다고 한다. 그 때는 봉급도 없단다. 그러나 6월부터는 만원이란다. 직장동료들이 한꺼번에 예약을 해 온다고 한다. 한 팀에 50명짜리 3팀만 예약 받으면 그날은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비수기 빼고, 성수기라고 해도 비오는날 빼고, 바람 쎄게 부는 날 빼고, 안개 낀 날 빼고, 이래서 빼고 저래서 빼고 나면 남는게 얼마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