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여성 세 명이 27일(현지시간) 런던 총리 공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가 그려진 종이로 얼굴을 가린 채 브렉시트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대다수 젊은층은 브렉시트에 반대했다. [사진 가디언]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따른 세대 갈등이 가족 간 불화로 비화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탈퇴에 투표한
부모와 잔류를 찍은 자녀 간에 다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놓고 부모· 자녀 다툼 급증 “지하철 자리 양보 않겠다” 트윗글도 나돌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이번에 투표한 영국인 중 18~24세의 75%,
25~49세의 56%가 EU 잔류에 투표했다.
하지만 50~64세의 경우 44%, 65세 이상에선 39%만 잔류에 투표했다.
가디언은 “1946~65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와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인 ‘밀레니얼 세대’ 간에 상반된 투표 성향이 두드러졌다”며
“이는 영국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모·자녀 간의 투표 양상”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전부터 탈퇴냐, 잔류냐를 놓고 부모· 자녀가 극심한 의견충돌을
빚다가 탈퇴로 결론이 나자 부모 세대를 향한 자녀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는 게 가디언의 진단이다.
스테파니(21·가명)는 가디언에 “브렉시트가 나를 연령차별자로 만들 줄
몰랐다”며 “길거리에서 나이 든 노인을 보면 갑자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내 자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트윗글도
나돌고 있다.
특히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 ‘내 미래를 망쳤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며 가족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앨릭스(가명)도 “어머니에게 내 미래를 생각해 잔류에 투표해 달라고
일주일간 설득했는데 탈퇴에 투표했다”며 “내 생애 가장 끔찍한
토론이었으며, 가족에게 무시당한 기분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밀레니얼 세대는 재투표 청원 서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무상교육, 풍족한 연금 등 모든 것을 향유했던 부모 세대가
젊은 세대의 미래를 빼앗아 버리는 결정을 내렸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런던 총리 공관과 의사당 등 시내 곳곳에선 브렉시트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젊은 층은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다’ ‘나는 어른들이 부끄럽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투표가 부모와 나를 갈라놓았다.
당분간 관계가 회복되기 힘들 것 같다’고 답한 젊은이가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