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캠핑도 하면서 여행을 즐기면 좋을 것
같아서 폭스바겐 배네곤을 구입했다.
배네곤은 차 뚜껑을 제치면 캠퍼가 돼서 차 안에 모든 설비가 되어 있다.
폭스바겐 딜러에서 새 차를 사면서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고장에 대비해서
새 차 딜러에서 오일 교환도 또박또박 받았다.
새 차를 사면서 왜 고장을 염두에 둬야 했는가 하면 주변에서 폭스바겐
사지 말라고 지인들이 말렸기 때문이다.
친구의 누님이 폭스바겐을 사서 타다가 고장이 자주 나서 감당하지 못하고
2년 만에 손해만 보고 손들었다는 경험담을 직접 듣기도 했고,
지인으로부터 중고 폭스바겐을 샀다가 속만 썩이고 결국 바꿔치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폭스바겐은 물로 엔진을 식히는 시스템이 아니라 공기로 식히기 때문에
열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독일 기술을 맹신했었다.
기술 하면 독일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들의 경험담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기술적 문제이기 보다는 사용자들이 잘못 사용하다가 일어난 고장일
것이라고 나 스스로 해석했다.
그리고 폭스바겐 배네곤을 사기는 했지만,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나는 폭스바겐 회사에서 제시하는 새 차 정비 스케줄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정비와 검사를 받았다. 심지어 오일 교환도 폭스바겐 딜러에서만 했다.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폭스바겐 딜러를 고집했다.
내가 신나게 운전하고 다니다가 처음 차를 의심하게 되었는데
한번은 시에라 산맥을 넘어가게 되었다.
고개라고 해도 고속도로가 놓여있다는 것은 미국 차들은 쉬지 않고
넘나드는 고개에 불과하다.
내가 운전하는 폭스바겐 배내곤은 언덕과 고개를 만나자 힘에 벅차
걜걜대더니 드디어 엔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엔진이 열을 받아 뜨겁다는 의미이다.
폭스바겐은 수냉식이 아니고 공냉식이어서 열에 약하다.
나는 차를 세워놓고 엔진이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싣고 다니던 식수를 다 뽑아버렸다. 차의 무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가량 쉬었다가 다시 출발해서 천천히 고개를 기다시피 겨우 넘었다.
고개를 넘어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밟으면 쑥 들어가면서 차가 서지를 않는 바람에 엔진을 저단으로 넣고
서행하는 엔진 브레이크를 써야만 했다.
고개를 다 내려와 평지를 달리는 데도 브레이크를 한번 밟아서는 안 되고
두 번, 세 번 밟아야 그제서 작동하는 것이었다.
더블 브레이크를 써야만 했다.
겁이 나서 더 이상 운전을 못하고 세워두고 잠을 자야만 했다.
다음날 일찍 정비소에 갖다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운전을 했더니 차가 멀쩡한 게 아닌가.
브레이크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참으로 도깨비에 홀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에 와서 늘 다니던 폭스바겐 딜러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고개만 갸우뚱
댈 뿐 뭔 소리를 하느냐는 투였다. 나만 바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미국 차 딜러에 가서 물어 보았다.
그곳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는 매케닉이 자세히 알려 주었다.
폭스바겐은 브레이크 드럼의 쇠를 얇게 제조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으면 열을 받아 드럼이 팽창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폭스바겐 브레이크 드럼이 얇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평상시에는 아무 이상 없지만 비탈길을 내려갈 때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으면 드럼이 열을 받아 팽창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렇게도 염려했던 엔진이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2년밖에 안 된 새 차가 엔진에서 연기를 뿜어대는데 딜러에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정비는 스케줄대로 다 했고 엔진 오일 교환까지 정기적으로 딜러에서 했기
때문에 기록이 다 있으면서도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거다.
나는 폭스바겐 아메리카에 편지를 쓰고 다방면으로 항의 했지만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들 차로 시빅 혼다 새 차를 사 줬다가 5년 만에 트랜스미션이
고장 나서 딜러에 가서 항의 했더니 새것으로 교환해 주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결국 폭스바겐 회사에 손을 들고 그 다음부터는 독일차라고 하면 처다 보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누가 독일자동차 사겠다고 하면 나는 말리고 싶다.
내 막내 사위가 독일 BMW 중고차가 좋다면서 사서 타더니 일 년 만에
주저앉아 고치는데
9천 달러(1천만 원)가 든다고 해서 갖다 버리고 렉서스로 바꿨다.
나는 다시는 독일 차는 사지 않을 것이지만 누구도 독일 차 살 생각이
있다면 두 번 생각해 보고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