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위해 미공군1호기에서 내려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붉은 융단을 깔아 주지 않았다는 문제가 정상회의 중에
발생한 몇 가지 에피소드 중에 하나로 기록 되었다.
미국 뉴스에서는 중국의 계산된 행위라고 비난했는가 하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 부리핑에서 작은 사건을 미국의 전문성이 부족한 언론에서 크게 떠벌리고
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다 보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건이라면서
부풀리지 말 것을 당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는 “중국식 고품격”이라면서
비난의 글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이 기회에 잘 됐다는 식으로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비행기
문을 닫고 돌아왔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쳐 댔다.
이를 맞받아서 힐러리 클린턴이 애들 같은 소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중국 측에 최소 1시간의 정상회담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은
그 절반만 내 주면서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는 당사자가 아닌 일본은 남중국해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어느 나라 누가 환대를 받느냐 홀대를 받느냐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거울이 돼서 흥미롭기도 할 뿐 아니라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를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4년 가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왕따 시키기에 열을 오렸던 서방국들의 행위가 화제에 올랐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강제 합병시켰기 때문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 왕따’로 푸대접받는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G-20 지도자들의 공식 사진에서 푸틴은 제일 끝 가장자리에 배치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주 총독과 법무장관의 환대를
받은 반면 푸틴 대통령은 국방부 차관보의 영접을 받기도 했다.
결국 푸대접과 왕따를 견디지 못한 푸틴 대통령은 전 일정을 소화하지도 못하고
호주를 떠나야만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군사적 안보와 중국의 경제적 파트너의 중간에 끼어서
가장 어려운 외교 활동을 벌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나마 대통령이 여자여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목하고 있다.
어떤 얼빠진 남자가 여자한데 싫은 소리를 마구 쏟아낼 수 있겠는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박 대통령이 슬기롭게 잘 넘기는 걸로 보인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욕지거리를 한 것 역시
그 진의가 정치적인 제스처인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두테르테로서는 당장 오바마를 만나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몇 달만 있으면 물러날 사람을 만나봤자 마약사범 인권 운운하는 쓸데없는
소리나 들을 바에는 만남 자체를 보이코트하는 편이 더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가 능멸 당하고
돌아온 예가 있다.
공항에서 국가 원수를 영접하는 인사가 최소한 국무장관이나 아세아 담당 차관보
정도는 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름 없는 공군기지 대령이 영접했다.
의도적인 엿먹이기 영접이었다.
정상회담 때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서 방문하는 귀빈을 영접하거나
최소한 회담 장소에 먼저 나타나 회담장 입구 복도에서 영접하는 것이
의전 상 관례인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 회담 탁자 앞 걸상에
앉고, 수행원들은 줄을 서서 선채로 오바마 대통령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수모를
겪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옆에 세워두고도 이란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의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무뢰를 범했다.
일국의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동거지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발언은 미국 정부 안에서 한국에 대한
분석을 그대로 나타낸 처사였다.
이번 베이징에서 발생한 붉은 융단 사건 역시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라고 우겨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