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일산 공원길 군데군데 곱게 물든 나무가 아름답다.
노랗게 옷 갈아입고 한 것 멋 부리고 서 있는 나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가.
어느새 낙엽이 수북이 쌓여간다. 금세 낙엽이 다 지고 말 것 같다.
아깝다는 생각에 빨간 잎 하나 집어 들었다.
어제 읽던 동화가 생각난다.
동화는 환상성이 특징이다. 동화 속에서는 사물도 말할 수 있다.
빨간 잎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벌써 떨어졌니?”
“거짓말을 했다가 들키는 바람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거든요.
그랬더니 나무가 내 옷은 녹색이어야 하는데 너는 왜 빨가냐면서 떨어뜨렸습니다.”
“흠, 안 됐구나, 거짓말하다 들켰구나.”
그리고 노란 잎이 예뻐서 두 잎을 집어 들었습니다.
“너는 왜 떨어졌니?”
“콩고물을 훔쳐 먹다가 얼굴에 범벅을 했지 뭐예요.
나무가 나를 보고 자기 옷이 아니라면서 발길로 차는 바람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흠, 너도 나뿐 짓을 했구나. 옆에 있는 너는 왜 떨어졌니?”
“오빠가 떨어지길 레 같이 떨어졌어요.
타의에 의해서 떨어지는 자, 자의로 떨어지는 자
낙엽은 각자 나름대로 사연을 안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가듯이 …….
나무가 페인트 옷을 두 겹씩 끼어 입고 있습니다.
“너는 왜 꼴불견처럼 색깔도 보기 흉한 페인트 옷을 입고 있니?”
나무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에요. 관리 아저씨가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병충해 막아주겠다면서 칠했다니까요.
나는 껍질 사이사이 갈라진 틈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꽉 막혀서 죽겠어요.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기에 창피하기도 하고요.”
“흠, 그거 참 안 됐구나,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 줄 수 있지요. 민원실에 email 한 통만 날려 주세요.
우리는 숨도 못 쉬고 죽겠다고요.”
“그래, 그게 다냐?”
“또 있어요. 도토리 좀 못 집어가게 해 달라고 하세요.
배너만 걸어놓으면 다 되는 줄 아는데
할머니들은 ‘도토리 채취금지’라는 배너 앞에서 주워가고 있으니 이번에는
교육을 시켜주라고 해 주세요. 서서 보고만 있자니 속이 터지겠더라구요.“
“알겠다. 너는 너대로 사정이 많구나.”
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 나름대로 행복해 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