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불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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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면 첫 번째 태어나는 아이를 방송으로 보여준다.
새해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
그러나 새해에 첫 번째로 죽는 사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첫 번째로 죽든 두 번째로 죽든 죽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사가 못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당사자에게는 이것보다 더 중대한 일은 없다.
사람이 태어나는 일과 죽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준비가 있어야 하듯이 죽어가는
사람에게도 준비할 일이 많이 있다.
스스로 처리한다고는 해도 개중에는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죽는 예도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블로그를 쓰다가 불로거가 죽으면 그 글은 어떻게 되나?
죽은 사람이 돌아와서 삭제하고 갈 수도 없고.

조선일보가 블로그를 셧다운 한 다음부터 내게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난 수년 동안 사람들이 나의 글을 퍼다가 여기저기 올렸는데 조불이 폐쇄된
다음에는 사진만 쏙 빼서 사라지고 글은 그대로 남아 떠돈다.
사진 없는 글만 떠도는 걸 볼 때마다 마치 시체가 떠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보기 싫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쓰나미 쓰레기처럼 정처 없이 흘러 다니는 쓰레기 더미가 곧
나의 블로그라는 생각이 들 때면 왠지 기분이 석연치 못하다.
조불이 폐쇄하면서 사진만 없애버릴 게 아니라 글까지 다 함께 없애 버렸다면
깨끗해졌을 것을 사진만 사라지게 하는 바람에 흉물스러운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쓴 블로그가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에 실려 있으면서 사진만 사라지고 없다.
내가 남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지울 수도 없고.
적어도 7-8년에 걸쳐 올렸던 블로그를 퍼다 날랐으니 얼마나 많이 널려 있겠는가.
어떤 이는 친절하게도 출처를 적어놓았다.
그러면서 ‘신재동 님의 블로그 더 보기’를 설정해 놓았지만 클릭해 보면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이 뜨고 만다.
일반인들이야 사정을 알 리가 없다. 조불이 망쳐놨는지, 내가 유린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실망하고 돌아서리라.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더 많은 설명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진 열 장을 빼버리고 토막글만 남아 무슨 말인지 되지도 않는 글을
써대고 다니는 것 같아 보기에 흉측하다.
조불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사진만이 아니라 글까지 지워버릴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무책임하게 내 팽개쳐 버리고 떠난 조불에게 도의적 책임은 물론이려니와
법적 책임도 있을 것이다. 보상을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뒤처리를 깨끗이 하지 못한
책임 말이다.
유한책임이 아니라 무한책임이 있어야할 것이다.
최소한도 불로거로부터 신고를 받으면 책임을 지고 끝까지 추적해서 문제의 블로그를
삭제해 주는 서비스 정도는 해줘야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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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2월 21일 at 12:42 오전

    동감입니다.
    제 글 역시 그렇게 많이 떠돌고 있어요.
    정말 흉물 스럽더라구요.
    글 까지 없애주면 좋겠습니다.

  2. manager

    2016년 12월 21일 at 5:50 오후

    조선블로그가 사라진 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조선닷컴을 믿고 조선블로그를 이용하셨던 블로거들의 울분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10년 가까이 정을 쏟았던 서비스였기에 운영진들도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
    조선블로그를 지키지 못하였음에 다시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포스트에 말씀하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블로그에 포스트를 작성할 경우 글과 사진이 내부 서버에 저장되게 됩니다.
    만일 외부에서 복사해서 글을 올린다면 사진은 외부 서버에서 불러오게 되지만 글은 내부 서버에 남게 되지요.
    조선블로그가 폐쇄되면서 글과 사진이 모두 파기된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조선닷컴 내부에서는 조선블로그의 글과 사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불펌이든 아니든 외부에 복사해서 올린 경우 사진만 보이지 않는 것은 조선닷컴에 사진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사진 없이 글만 보이는 것은 복사해서 올린 글의 경우 조선닷컴이 아닌 해당 서비스 측 서버에 글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블로그 포스트는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아무나 퍼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크랩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가져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진과 글의 저장 서버가 달라지게 됩니다.
    사진은 퍼온 서버에 있고 글만 올린 서버에 남게 되는 식이지요.
    즉 사진과 글의 저장 서버가 다르게 됩니다.
    이는 조선블로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서비스가 동일한 원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일로 속상하시겠지만, 부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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