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국수 중에서도 칼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칼국수는 만드는 데 힘이 들어서 그러는지 진짜 칼국수 집은 그리 많지 않다.
칼국수 집이라고 간판은 붙여 놨으되 가짜 칼국수가 대부분이다.
밀가루 반죽부터 칼질까지 기계가 했다든지, 미리 만들어놓은 칼국수를 사다 쓰는 게
대부분이다. 설혹 가짜 칼국수일망정 그래도 기계국수보다는 맛이 낫다.
기계국수는 멸치국물에 끓인 국수가 제일 맛있다.
젊은이들은 고기국물에 끓여야 맛이 더 난다고 하지만 사실은 멸치국물에 끓여야
잔치국수라고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한인 식당은 많으나 국수 파는 집은 없다.
맨, 고기 구워 먹으라는 집만 수두룩하다. 국수는 돈벌이가 안 돼서 그럴 것이다.
내가 한국에 나오면 인사동 입구에 있는 ‘멸치국수 잘하는 집’에서 국수를 먹곤 한다.
멸치국수라고 해서 이집 저집 다니면서 먹어 보았는데 그중에서 ‘멸치국수 잘하는 집’
맛이 가장 낫다. 작년에 낙산사에 갔다가 점심으로 얻어먹은 국수 공양 그 맛 그대로이다.
이 집 멸치국수는 정말 구수한 멸치 국 냄새가 난다.
물론 만들어 놨다가 즉석에서 담아 주기 때문에 Fast Food도 이만저만이 아닌
급행에 속한다.
원래 잔치국수는 국수를 다 삶아 놨다가 가마솥 멸치국물에 면을 담갔다가 꺼내
국물 부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잔칫날 빨리 먹고 나가라는 국수이다.
사실 Fast Food의 원조가 잔치국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치국수에는 면을 조금 담아 준다. 먹는 것도 빨리 먹어치우라는 의미이다.
한꺼번에 면을 많이 담아 주면 불어터져서 맛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자라면 면 좀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현재 국숫집에서는 곱빼기라고 하는 것이 옛날 면 사리 더 달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국수 맛도 맛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값도 싸야 맛도 난다.
요새는 잔치국수랍시고 해 놓고 6천 원 받는 게 보통이다. 맛도 별로이면서 말이다.
2천 원 정도면 맞을 것 같은데 6천 원을 내고 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멸치국수 잘하는 집’은 한 그릇에 3천 원이다. 맛도 좋고, 가격도 예쁘니
안 좋아할 레야 안 좋아할 수가 없다.
오늘 밤에도 나는 작은 플라스틱 통을 들고 ‘멸치국수 잘하는 집’엘 갔다.
사실 국수는 면만 다 건져 먹고 국물은 그대로 남는 게 보통이다.
사람들은 국물이 아까워서 훌훌 다 마셔버리기도 한다.
나는 국수 한 그릇 시켜 먹고 남은 국물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가지고 왔다.
집에서 국수만 삶아 넣으면 멸치국수가 되는 것이다.
3천 원에 한 그릇 먹고 다음 날 집에서 또 한 그릇 먹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인사동 입구의 ‘멸치국수 잘하는 집’을 더욱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