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그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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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 5년 만에 최악의 폭우로 인한 피해 상황이 비가 그친 후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산호세 지역 코요테 크릭은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침수피해로
주민 1,4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대피 명령이 늦게 발동되는 바람에 주차된 차들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오는 소동을 벌리기도 했다.
뉴스에 지붕까지 물에 잠겼던 집 주인들이 청소하느라고 구슬땀을 흘리는 것을 보고
속이 얼마나 상할까 생각해 본다.

월요일에 폭우가 온종일 내리고 다음날 끝였다.
그리고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4일이 지난 셈이다.
지금쯤은 길이 말랐을 것이려니 하고 나섰다.
햇볕은 따스하고 바람이 약간 불었으나 겨울바람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장갑도 벗어놓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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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물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흘 동안 방류했으니 사람 키 한 길은 낮아있었다.
반시간을 걸었으니 운동길 반쯤은 갔을 것이다.
더는 가지 말라고 노란 테이프로 길을 가로질러 놓았다.
길이 막혔으니 밑에 있는 낚시터로 내려갔다.
물이 한 길은 빠졌는데도 낚시터는 저만치 둥둥 떠 있고 벤치는 겨우 목을 내밀고 있다.
물이 한창때는 벤치가 꼴깍 잠겼었을 것이다.

왔던 길로 돌아가자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노란 금지선을 처 놓았어도 어떻게 가 볼 수는 없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금지선 안에서 젊은 여자가 조깅을 하면서 달려오고 있다.
괜찮더냐고 물었더니 뭐 갈만하다고 한다.
나도 얼른 금지선을 넘어 남이 볼세라 부지런히 달려갔다.

괜히 금지선을 처 놓은 게 아니었다.
아름드리나무 서너 구루가 떼 지어 넘어져 길을 막고 있었다.
위험한 길이어서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퉁이마다 토사가 내려와 길을 덥고 있고, 바위가 굴러 떨어져 있다.
모르기는 해도 물먹은 흙은 믿을 수가 없어서 낮에도 바위가 굴러 떨어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에 경고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물이 넘쳐서 나무가 물에 잠기고 쓰러져 있다.
즐겨 다니던 외길 다리도 물에 잠길 듯 아슬아슬해서 통행을 금지시켜놓았다.
폭우에 훼손 되지 않은 곳이 없다.

아스팔트 도보를 벗어나 흙길로 접어들면서 산사태는 더욱 심하다.
거목이 쓰러져 길을 가로 막아서 더는 갈 수 없게 됐다.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너진 산책로와 쓰러진 거목들을 보면서
자연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느낀다.
도(道)에서 길은 자연(自然)이라고 했다.
자연은 ‘自 스스로 자’ ‘然 그러할 연‘으로 자연은 스스로 그렇다는 뜻이다.
결국 이상할 것도 없다. 자연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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