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며칠은 바닥재 상점에 드나들고 있다.
처음에는 책상에 앉아 맞아주는 젊은 여자가 중국여자인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월남 출신이란다.
월남여자들은 중국여자와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 이 여자는 월남 여자치고는
미인에 속한다.
견적이 얼마 나왔다고 해서 내가 그냥 받아드릴 사람이 아니지.
나는 주인 맥스하고 가격흥정에 들어갔다.
맥스는 중동계로 사십은 넘어 보였으나 영어는 유창하다.
현찰로 줄 테니 세금 깎고 얼마를 더 내려주겠는가 물었다.
나는 안다. 바닥재 상점들은 푼돈 거래가 아니고, 큰돈이 오고가는 관계로 손님들은
거의 다 카드로 결재한다. 현금 거래란 있을 수 없다.
이 귀한 현금을 주겠다는 유혹에 안 넘어갈 주인이 없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면서
해 본 말이다.
딜이 끝난 다음 다시 여종업원에게로 와서 현금으로 지불해 주었다.
종업원은 내용도 모르고 돈이 적다고 내게 대든다.
맥스가 그냥 받아두라고 지시 했다.
여종업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돈을 받아 자신의 백팩에 넣는다.
‘어라, 이거 봐라 목숨보다 더 귀한 게 돈인데 지 가방에 넣어도 된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주인 맥스와 여종업원의 사이가 그냥 주인과 종업원이 아니라는 것을.
젊었을 때 크루즈 여행에서 늘 만났던 ‘이스라엘’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름만 이스라엘이지 실질적으로 국적은 에집트 인이다.
매년 크루즈 여행을 올 때마다 파트너가 바뀌었다.
한번은 중국계 어린 여자, 다음에는 월남계 어린 여자, 그때그때 새로운 파트너였다.
내가 오늘 맥스를 보면서 이스라엘 생각이 난다.
종업원 월남 여자더러 인스톨러(바닥설치 일꾼)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명함 하나를 건네준다. 다음 날 집에 나타난 인스톨러는 월남인이다.
견적이 비싸다. 다음으로 백인 인스톨러를 불렀다. 일감을 백인 인스톨러에게 맡겼다.
왜 월남인은 비싸게 불렀을까?
소개 시켜준 월남 여종업원에게 컴미션을 떼어 줘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높게
부를 수박에 없었던 것이다.
참, 세상사 묘해서 먹이사슬이 얼기설기 엮여 있다는 것이 마치 동물의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처럼 직접 잡아 먹어치우지를 않아서 그렇지 돈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것이다.
먹이사슬에서 벗어나는 세상, 그게 낙원일 텐데,
이 몸 늙도록 찾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