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유나이티드 항공은 북경으로 가고 있었다.
북경을 거쳐 서울로 가면 가격이 싸서 타게 되었다.
747 거대한 비행기에는 거의 다가 중국인들이었다.
점심을 제공해 주는 중국 여자 스튜어디스도 내가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중국말을
걸어왔을 정도니 말이다.
나는 늘 UA로 서울 직행을 타고 다녔다.
같은 UA 인데도 서울과 북경 가는 비행기의 서비스는 완연히 달랐다.
서울 가는 UA는 일급수를 마시는 것 같지만, 북경 가는 UA는 3급수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서비스도 허술했다.
마치 승객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해서 대우도 후진적으로 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서울 가는 UA는 식사 후에 창문을 닫아달라는 방송 한 마디에 모두 창 덮개를
내려 실내가 깜깜하다.
북경 가는 UA는 창문 덮개를 내려 달라고 방송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그대로
열려 있다. 당연히 실내는 훤해서 안대를 착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
점심 서브도 어딘가 부족하고 맛도 없게 나왔다.
간식으로 간단한 햄 샌드위치를 주는데
서울 직행은 납작한 식빵에서 가장자리는 도려내고 가운데 하얀 빵 살로 햄 두 편
놓고 치즈를 얹어서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 반으로 잘라 먹기 좋게 해 준다.
미국식 샌드위치다.
북경 가는 UA는 핫도그 빵같이 생겼지만, 그 반만 한 사이즈에 질감이 질긴 빵에다가
종잇장처럼 얇은 치즈와 얇은 햄 한 피스를 넣었는데 맛이 없었다.
좀 오래된 비행기여서 화장실 문도 잘 닫히지 않았고, 화장실 안에 소모품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맨 뒤편 화장실이 있는 공간에서는 소녀처럼 작은 체구의 젊은 중국 여자가
엇비슷한 남자와 끼어 안고 서서 떨어질 줄 모른다.
행동이 너무 과감해서 저러다가 일내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진하게 키스를 하고
서 있다. 키스 시간이 길다 싶더니 드디어 몸을 꼬아댄다.
예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994년 처음 북경공항에 갔을 때는 우리나라 김포공항만 했었다.
그래도 사람은 와글와글 했었다.
지금은 규모는 거대해 졌지만, 질적 향상은 별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경에서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아시아나로 갈아타고 서울로 가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 공항에서 갈아타기를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북경 공항은 달랐다.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다 보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두 곱, 세 곱은 길다.
줄이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도 아니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만만디다.
한 사람 세워놓고 맥없이 시간을 질질 끈다.
그런가 하면 휴대용 가방 검사를 하는데 물건을 다 꺼내놓으라고 한다.
결국 빈 가방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심지어 카메라에서 렌즈까지 분해해 놓으라고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풀어놓은 물건들이 엑스레이를 통과하는데 기어들어간 짐이
한참을 머물다가 겨우 나온다.
너무 오래 질질 끌면서 시간만 낭비하다가 결국 서울 가는 아시아나 출발시간이
지나가고 말았다.
난감했지만, 그래도 요행을 바라고 탑승구까지 가 보았다. 다음 비행기라도 얻어
타 보려고 갔던 것이다.
다행히도 아시아나가 1시간 반이나 연발하는 바람에 겨우 살아났다.
북경 공항이 이래가지고 어떻게 허브 공항 노릇을 하겠다는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경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지 북경에서 갈아타는 스케줄은 잡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