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면 해방 직후에도 사회혼란 속에서 태극기가 등장했었다.
국민은 태극기를 들고 나와 신탁통치를 반대하면서 거리를 누볐다.
승리했을 때도 태극기를 흔들었고, 저항할 때도 태극기를 흔들었다.
해방을 맞아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이 어느 날 태극기를 내려놓았다.
태극기를 내려놓은 사람들은 북으로 넘어갔다.
안중근 의사의 단지가 애국의 심정을 보여주듯이, 윤봉길 의사가 태극기 앞에서
찍은 사진은 설명이 필요 없는 애국의 굳건한 맹세가 드러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하게 한다.
지난 수개월 동안 극명하게 갈라선 두 진영에서 거대한 집회를 열곤 했다.
한 편에서는 촛불을 들고, 한 편에서는 태극기를 들었다.
촛불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겠다는 의미였고, 태극기는 나라를 염려한다는 의미였다.
두 편이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맞다.
촛불이 원하는 대로 세상은 밝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태극기는 여전히 흔들어 댄다.
태극기는 애국을 의미한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났던 911테러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빌딩 중간에서 불꽃이 솟아나는 걸 보고 있던 미국인들은 모두 아연해 했다.
그리고 곧 성조기가 거리를 누볐다. 성조기는 온 미국을 물들였다.
미국인들이 위기에 얼마나 나라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태극기가 무슨 상관이냐?
삼성동 사저를 나와 법원으로 구속심사를 받으러 가는 초라한 전 대통령을 향해
태극기를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을 환호하면 했지 태극기를 흔들어야만 하는가.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인가?
나는 해방 직후 태극기를 내려놓고 월북하던 문인들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