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느라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햇볕을 맞으면 따스하고 그늘에 서면 춥다.
밖으로 나다니면 춥고 전철을 타면 덥다.
겨울옷을 입기에는 너무 늦고 봄옷은 아직 이르다.
겨울옷도 꺼내 놓고 봄옷도 꺼내 놓고, 아침이나 저녁에 나갈 때는 겨울옷을 입고
낮에 외출할 때는 봄옷을 입는다.
노숙자들은 장롱이 없어서 어디에다가 옷을 넣어두어야 하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어디에서 구해 입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역 지하도를 걷다가 중년 노숙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빨래해 입지 못한 바지는 기름때가 자르르 흐르는 것 같았다.
내게서 남아도는 청바지를 저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번에 나갈 때 들고 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설혹, 만났다고 해도 그가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도 없다.
사실 나는 청바지가 많다. 청바지가 가격이 싼 것도 이유이겠으나
그보다는 휘뚜루마뚜루 입기에 안성맞춤이어서 그렇다.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는 날은 늘 청바지만 입어 싸서, 청바지가 열 벌은 되리라.
젊어서는 꼭 끼는 바지를 입었다. 헐렁한 옷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늙어가면서 바지가 꼭 끼면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데 불편이 따른다.
어느 날 헐렁해도 좋으니 허리 34짜리로 다 바꿨다.
그랬더니 32짜리는 장롱 속에서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도 한세월 지났을 것이다.
지난겨울 TV를 보다가 ‘요셉의원’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노숙자에게 밥을 제공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더냐.
그리고 허름한 분에게는 옷도 나눠 준다고 했다.
한국인의 체구라는 게 그게 그거여서 웬만한 옷이면 다 맞게 되어있다.
청바지로 겨울을 보내기에는 너무 춥고, 봄이 오면 입어도 되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저희 요셉의원에서는 의류를 기증받아 나눔 해 드리고 있습니다.
1. 성인 남성의류 및 운동화(양복 및 구두 제외)
2. 특성상 속옷 및 양말은 새 물건을 나눔 해 드리고 있습니다.
3.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물품을 보내주세요.>
요구사항을 읽어보았다. 납득할 만한 말만 적어놓았다.
그렇다. 노숙자는 모두 성인 남자들이다.
성인 남자들이 입을 옷은 성인 남자들만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다.
여자들은 나처럼 도와줄 수 없을 것이다.
나만이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입던 바지나마 주는 것이다.
노숙자가 양복이나 구두를 무엇에다 쓰겠는가?
노숙자라고 해서 남이 입던 속옷을 어떻게 입을 수 있겠는가?
정말 옳으신 말씀만 적어놓았다. 그들이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주는 건데 제대로 된, 쓸 만한 옷이어야 하지 않겠나?
박스에 담아 편의점을 통해 택배로 보내면서 걱정이 앞섰다.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한동안 초조한 심정으로 몇 날을 보냈다.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영등포 요셉의원입니다.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성과 사랑의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며 보내주신 물품들은
기부자님들의 마음을 담아 병원을 찾는 많은 분들께 전달하겠습니다.
요셉의원의 직원들 모두의 마음을 모아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사랑합니다.>
김현모
2017년 5월 1일 at 7:35 오후
저도 영등포 노숙자 였어요 지금은 대구시 무슨 병원에서 정신제활 치료를 받고 있죠 술은 아니고 조울증입니다 군대 전역하고 집안에 불만이 있어 집을 나와서 사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와서 노숙을 하였죠 서울역 지하도에서 자고 영등포역에서 자고 광야교회와 토마스의 집에서 밥을 먹었죠 정말로 따뜻하게 되해주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모든 은혜 주님에 이 영광 돌리며 살고 있답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을 도우며 봉사하고 있죠 대구에서 반월당에서 노인분들 목욕도 시켜주고 식사도 미겨주면서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살고 있답니다 저의 이름은 김현모 고향은 충남 천안시 병천면 북일고 졸업하고 공군 550기입니다 전역하였죠 그냥 군대에서 말뚝받을걸 하고 후회도 합니다 현재 정신병자입니다 노숙자와 어울리면 정신병도 생기죠 다 알콜이 대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