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 지났다.
몇몇 아는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인이라야 나이가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책을 출간했으니 사서 읽어보시라고 했다.
문자를 읽기나 했는지, 읽지도 않고 지워버렸는지 이런 삐딱한 생각도 해본다.
어떠면 읽고도 못 본 척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모멸스러운 생각과
괜히 보냈다는 후회가 뒤엉켜 머리를 어지럽혔다.
온갖 주접을 다 떨다가 도서관에나 가보겠다고 나섰다.
사실 나는 돈을 안 쓰면 기쁘다. 왠지 모르게 기쁨이 온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안 쓰면 안 쓸수록 기쁨이 있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
이러한 기쁨은 어디서 오는가?
사고 싶은 유혹을 이겨냈기 때문일까?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쳤다는 쾌감에서 오는 걸까.
어떤 성취감 같은 것에 도취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늙음이 가져다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늙으면 탐욕이 잦아들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나면 수전노로 변해간다.
매사에 꾸물대다 보니 돈 쓸 찬스를 놓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낮이 뻔뻔해 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늙으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
문자를 보낸 사람 중에 두 분은 문자를 과분하게 이해하신 것 같다.
한 분은 나의 누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책 첫 번째 글 ‘용감한 노인’의
주인공이 되는 친구다.
열권이나 사서 가까운 분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문자를 보내 왔다.
어쩌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한 권이면 모르되 열권씩이나 팔아 주겠다니!
작은 보답으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최근에 읽고 깊은 느낌과 성숙한 감동을 지녔다고 여겨진 책이 있어서 그 책으로 결정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 단편집을 찾아보았다.
베스트셀러 평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고, 책은 사서 선물로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