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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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일산 백석동 사거리의 노폭은 엄청 넓다. 사방이 다 6차선 도로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대형 스타박스 커피숍이 세 군데나 있다.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가 하면, 교차로 건너 터미널 쪽에
또 한군데 생겼다.
사거리 코너에 있는 던킨도너츠에서도 커피를 판다.
길 건너 코너에 있는 버거킹에서도 커피를 판다.
이쪽 코너 빠리버켓트 빵집에서도 커피는 인기 종목에 속한다.
빵집 옆에 전용 커피숍, 두 집 건너 커피숍, 조금 걷다 보면 또 커피숍.
길 건너 걸어가다 보면 빵집, 커피숍, 일산로 떡집 옆에 커피숍,
아! 커피숍이 너무 많다. 누가 다 마시는가?

커피숍이 많다고 해서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나의 기준으로는 매우 비싸다.
나는 일 년에 커피 한두 잔 마시는 게 고작이다.
어쩌다가 손님을 만나게 되면 할 수 없이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젊어서부터 안 마셨나 하면 그렇지는 않다.
미국에서 살다 보니 술 담배를 끊게 되었고 커피마저 마시지 않게 되었다.
술 담배를 끊는 건 이해가 되지만 커피를 끊었다는 건 좀 과한 게 아닌가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젊어서 한국에 있을 때는 1960년대이다.
양 술이 귀해서 친구 내 집에 양 술이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열일을 젖혀두고 달려가서
밤새도록 마시기도 했다. 양담배는 맛이 좋아서 연거푸 피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는 귀해서 다방에나 가야 돈 주고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리필이라는 단어도 없던 시절이다.
미국에 와서 보니 흔하디흔한 게 양 술이고 양담배일 뿐만 아니라 커피도 넘쳐난다.
가격도 너무 싸고 많아서 술 종류대로 맛만 보다가도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담배 값도 싸고 커피는 거저 주다시피 해 대는 바람에 욕심을 부렸다가는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았다.
술 담배는 그래서 끊었다고 치더라도 커피야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겠지만,
담배 끊고 났더니 커피 맛도 사라지고 말았다.

커피 안 마시는지 30년이나 지나고 났더니 이제는 거저 주겠다고 해도 관심이 없다.
내게는 맛도 없고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호품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커피도 유행을 타서 종이컵에 담아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종이컵에 담아 마시면 맛이 더 좋다고도 한다.
그 커피가 그 커피겠지만 종이컵을 들고 가는 여자는 멋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침 뉴스에 하루에 커피 3-5잔 마시면 수명이 5-7년 길어진다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커피 소비량이 치솟고 있는데 불에 기름을 붓는 소리로 들렸다.

조선일보에 ‘250억 잔의 행복’이란 기사가 있기에 읽어 봤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5000만 명 기준) 1인당 500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 업계가 원두 수입량을 기준으로 커피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250억5000만 잔에 이른다.
2006년 조사 때 소비량이 200억 잔이었던 것과 비교해 10년 사이 25% 증가한 수치다.
놀라운 것은 커피 안 마시는 인구, 어린이와 노약자를 빼고 나면 1인당 500잔이 아니라
600잔, 700잔이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커피숍이 늘어만 가는지 알 것 같다.
사실 커피숍의 원조는 다방이 맞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원조인 다방은 다 망해갔고,
그 자리에 스타박스가 치고 들어와 좌리를 틀고 앉아 있다.
사업이라는 게 살아있는 생물체가 돼서 어떻게 변해갈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함께라면 커피도 배달해 주지만,
조금 더 있으면 커피만 시켜도 배달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짜장면 4천 원, 커피 4천 원 무엇이 달라서 배달을 마다하겠는가?
그렇게 되면 옛날 다방 커피가 되는 게 아닌가?
다방 커피는 아가씨가 배달로 나섰었지만, 오늘날 커피는 오토바이 타고 헬멧을 쓴
남자가 배달해 주는 게 다를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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