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일과 달걀은 떼 내어놓을 수 없는 연관이 있다.
교회에 안 다니는 아이들도 달걀 찾는 게임은 즐긴다.
우리 손주도 달걀 찾으러 간다고 마음이 들떠 있다.
달걀을 깨고 등장하면 무엇인가 신비하고 새로우면서 부활해 나온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예로부터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알리는 전설이 많이 있다.
신과 같은 등급으로 등장하려면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평범하게 인간에게서 태어났다면 신비로울 게 아무것도 없다.
박혁거세가 알을 깨고 나온 것도 그렇고, 예수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것도
그렇다.
심지어 붓다는 옆구리에서 태어났다.
믿거나 말거나 비과학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왕비 마야는 붓다를 옆구리로
낳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시 제왕절개를 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왕자가 옆구리로 태어났을 리는 없다. 그럼 이건 하나의 상징이자 은유이다.
거기에는 어떤 의미와 상징이 숨어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치 예수님이 처녀에게서 태어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허무맹랑한 탄생의 비밀은 역시 중국에 있다 하겠다.
중국 반고신화(盘古神话) 전설에서 천지(天地)가 생성되기 이전 우주는 마치
커다란 달걀과 같은 모양으로 혼돈상태였으며 반고는 이렇게 커다란 달걀 속에서
줄곧 깊은 잠에 빠져 약 18,000년 후에 깨어나 달걀을 깨뜨리고 태어났다.
반고의 키는 하루에 3m씩 자라나서 두 발로는 땅을 딛고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밀어냈다.
이러한 상태가 1만 팔천 년간 계속되었고 하늘은 점차 높아졌으며
땅은 점차 두터워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반고의 키는 90,000리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반고의 사후 신체의 기관들은 천지 사이에 있는 만물로 변하여 음성은 벼락으로
바뀌었고 왼쪽 눈은 태양, 오른쪽 눈은 달이 되었고 머리털과 수염은 하늘의 별들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신체는 동서남북 4개의 극지와 웅장한 삼산오악(三山五岳)이
되었고 피는 강과 하천으로 변하였으며 근육들은 도로가 되고 살은 논밭이 되었으며
피부는 대지상의 초목이 되었다고 한다.
창세기를 믿고 있는 기독교인이 반고신화를 듣기에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비기독교인이 듣기에 창세기 이야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