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핀 가지꽃
방울토마토 꽃
창가에 아침 햇빛이 비친다.
햇빛이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졸린 머리 깨우세요.” 말을 걸어온다.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뒷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나뭇잎 하나 없이 깨끗한 게 어제 가드너가 정리해 놓고 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낀다.
길쭉한 네모 화분 네 개가 나란히 있고, 붉은 상추가 손가락 크기만큼 자라고 있다.
커다란 화분 열 개에는 가지 모종이 자라고 있다.
그보다 더 큰 화분에는 방울토마토에 노란 꽃이 피어 있고,
방울토마토는 손주가 좋아해서 심은 거다.
한 발짝 뒤 밭에는 호박이 싹 트더니 제법 한 뼘 크기로 자란다.
두 가닥씩 다섯 군데서 자라는 호박이 지금은 넓적한 잎이 세 개나 자랐다.
보고 잠시 뒤돌아서면 금세 또 자랐다.
씨를 뿌리고 싹이 터서 커가는 작물을 볼 때 마나 예뻐 죽겠다.
커가는 작물을 지켜보고 있으면 아기 손주가 자라는 것처럼 그렇게 귀엽다.
아침이면 가든에 나가 자라나는 상춧잎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
두 뼘 정도 자라난 짙은 보라색의 가지 잎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만 한 호박잎이 두세 개씩 씩씩하게 뻗어 나오는 것이 자랑스럽다.
매일 아침, 나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쪼그리고 앉아서 어린 상추들 틈바구니에 끼어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를 뽑아준다.
잠깐이었는데 아침 볕살이 너무 따가워 견딜 수가 없다.
무교동 현대증권에서 얻어온 흰색 우산을 집어 들었다.
우산을 양산으로 써볼 요량이다.
막상 펴들고 보니 이건 우산이라기보다는 양산이라야 맞다.
잘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산을 받쳐 들고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는다.
행복하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호스를 끌어다가 물을 분사식으로 틀어 한바탕 물세례를 주었다.
호박잎에 물방울이 대그르르 맺혀 있는 게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다.
똑 같이 심었건만, 똑 같이 물을 주었건만, 어느 녀석은 실하게 크고 어느 녀석은
얻어먹지 못한 거렁뱅이처럼 비실비실 비틀거린다.
어쩌면 사람 크는 것과 그리도 같으냐?
가지 잎은 줄기부터 현란한 보라색을 발한다. 세상에 모든 식물은 푸른색을 띠건만
너는 어찌하여 진 보라색으로 물들었느냐? 보라색 열매를 맺기 위해 준비 중이더냐.
진심은 늘 통하는 법이어서 네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생각만 해도 나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