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그 다음

IMG_1367

아침에 뒷마당에 나가 자라나는 상추를 본다.
빼곡히 자라나는 게 씨를 너무 많이 뿌려서 콩나물시루처럼 빈틈없이 촘촘하다.
쪼그리고 앉아 크게 자란 잎만 먼저 골라서 솎아냈다.
상춧잎을 솎아내면서도 머리를 쓴다.
가능하면 넓적하고 크게 자란 잎부터 골라 딴다.
많은 이파리 중에서 혼자 욕심을 부려 많이 마시고 쑥쑥 자란 녀석을 골라
꺾으면서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찌뿌드드한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슬그머니 이슬비가 내린다.
축축해지는 것이 금세 끝일 것 같지 않다.
6월이 시작됐는데 캘리포니아에서 비가 오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겨울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고만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고 또 왔다.
넘쳐나는 물이 처치 곤란이어서 강이며 호수에서 방류하지 않는 곳이 없다.

한국은 가물어서 물 한 방울이 귀하다고 야단인데
앞으로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게 다 ‘엘니뇨’인지 ‘라니냐’인지 하는 것 때문이란다.
지구상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자동차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데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로 치자면 미국이 일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다고 하면서
자동차산업 망칠까 봐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트럼프의 배짱을
잘한다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던데…..

상추를 너무 빼꼭히 심은 것은 많이 먹겠다는 욕심에 무작정 씨를 뿌려서 그렇다.
다닥다닥 붙어서 콩나물처럼 키만 컸지 상춧잎다운 잎이 없다.
나방이도 숨을 자리를 보고 알을 낳는다.
상춧잎 빼곡한 숲속이 얼마나 좋은 아지트였겠는가.
상춧잎이 수소폭탄을 맞은 듯 구멍이 뻥뻥 뚫린 것을 보고 그제야 알아차렸다.
애벌레 군단이 상륙했다는 사실을.
상추가 드문드문 자란다면 나방이도 여기다가 알을 깠다가는 금방 들킬 것을 알고
피해갔을 것이다.
애벌레 습격으로 초토화된 상추밭을 보면서
욕심은 늘 손해를 입히고, 손해는 허탕으로 끝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에 알만도 하겠건만,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니.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