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람 같아서 사람 건강 돌보듯 집도 수리해 가면서 살아야 한다.
새집으로 들어와서 30년도 넘게 살았으니 어디가 고장 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겨울이면 비가 내려치는 벽은 나무가 다 썩었다.
썩은 나무를 갈아 치우는 공사가 벌써 열흘째 계속되고 있다.
노가다판 일꾼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우락부락하게 생긴데다가 배가 나와 있다.
미국에서도 막노동하는 멕시칸 일꾼들은 배가 남산만큼 불룩하다.
그만큼 먹지 않으면 험한 노동을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더워서 땀 흘리는 게 측은해서 차가운 생수병이라도 갖다 주면 따서 한 모금에 다
마셔버린다.
시원한 수박이라도 주면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먹는 만큼 힘쓴다고 쓰던 냉장고를 가져가려면 가져가도 좋다고 했더니
혼자서 번쩍 들고 나간다. 힘이 장사다.
나는 그들의 먹성이 부럽다.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당기는 그 먹성이 그립다.
스무 살 때 논산 훈련소에서다. 정말 먹어도 금세 배가 고파지는데 미칠 것 같았다.
숨어서 몰래 시루떡도 사 먹고 그저 먹는 것만 눈에 띈다.
그러나 먹고 돌아서면 금세 배가 고파지는데 문제가 있었다.
어떤 친구는 생명 같은 새 군복을 주고 떡으로 바꿔먹는 사례도 발생했다.
나는 그래도 좀 낳은 편이었다.
5.16 후가 돼서 식사 때 밥과 국은 충분히 줬다.
밥은 많이 줘서 나는 다 먹지 못했다.
바로 내 옆에서 붙어 자는 친구는 농사짓다 온 녀석이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겠는가.
내가 남기기만 바라보고 있다가 조금 남았다 하면 금세 먹어치운다.
논산 훈련소에 가 본 후에야 알았다, 대한민국이 가난에 찌든 나라라는 것을.
거지도 입지 않을 헌 군복, 낡아서 찢어지고, 바래고, 해져서 넝마 같은 옷을 배급
받았다. 그러면서 기어 입으란다.
오늘 내 집수리를 하는 멕시칸들이야말로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픈 모양이다.
아내가 코스코에서 피자 한 판을 사다 주면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피자 판에 달라붙어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잘도 먹어치우는 극성이 부럽다.
나도 저렇게 좀 먹어봤으면 좋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세 끼를 먹었다.
이제 은퇴해서 집에 머물다 보니 세끼도 버겁다. 온종일 더부룩한 게 영 거북하다.
하루에 아침저녁 두 끼로 줄여놓으니 몸에 맞는 것 같다.
별 재주 없이 몸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먹성은 건강을 컨트롤하고, 돈은 정신을 컨트롤한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건강이 유지되듯이 돈도 많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상태가 이상적이다.
돈이 많으면 정신을 혼란스럽게 해서 평정을 잃게 되고 부족하면 매사 자신감을 잃어
해야 할 것을 못하게 된다.
너무 많이 먹어도, 너무 적게 먹어도 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