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새해가 시작되면 신문마다 ‘신인 문학상’ 당선자를 발표한다.
문인 지망생들에게 문인이라는 도장을 찍어주는 행사이다.
대부분의 신문사에서는 나이 제한이 없다.
하지만 몇몇 신문사에서는 나이를 제한한다.
대놓고 나이제한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생년월일을 적어놓으라든가 주민등록 번호
앞자리를 적어달라는 것은 나이를 알아보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7월에 ‘심훈 신인 문학상‘이 마감됐고, 8월에 ’김유정 신인 문학상’과 ‘중앙일보 신인
문학상‘이 마감을 앞두고 있다.
모두 생년월일을 기재하라고 요구 한다.
문학상 주최기관에서는 왜 나이를 알고 싶어 할까?
주최 측에서는 본인 확인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럼 나이를 묻지 않는 신문사들은
본인 확인에 소홀하단 말인가?
답은 문학 논리로 풀기보다는 경제 논리로 해야 답이 나온다.
젊은이에게 투자해야 주최 측 홍보에 오래도록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언뜻 듣기에 그럴듯한 논리 같지만, 문학을 경제 논리로 풀면 안 된다고 본다.
미국에서 살다 보니 나이에 구속받는 일은 없다.
존댓말이라는 게 없기도 하지만, 젊은이나 늙은이나 다 같은 친구다.
나이를 묻는 것처럼 실례되는 일은 없다.
심지어 이력서에 나이를 적는 난도 없지만, 인터뷰에서 나이를 물었다가는
연령차별(age Discrimination)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연령차별은 인종차별만큼 엄격히 다룬다.
“You Are In Your Time Zone”이란 유튜브 동영상에 보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55세에 은퇴했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70세에
그 후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누구는 앞서가고, 누구는 한참 뒤처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길에서
자기 나름의 속도로 자신의 경주를 펼치는 것이다.
한국은 캘리포니아보다 16시간 일찍 해가 뜬다. 16시간 앞서가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은 빠르고 캘리포니아는 굼뜨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각각의 시간대에 맞춰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구는 아기를 갖기 위해 10년을 기다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아기를 낳는 여자도 있다.
누구는 22세에 졸업해 5년 후에야 겨우 취업했는데, 누구는 27세에 졸업해 곧바로
좋은 직장을 얻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최고 경영자가 됐다가 50세에 죽고,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돼 90세까지 산다.
동료, 친구, 후배가 나를 앞서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누군가는 나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서로의 시간대가 다를 뿐, 앞서거나 뒤처진 것이 아니다.
말로는 백세시대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여전히 환갑시대에 머물러 있는 신인 문학상
관계자들이 깨어나기를 바란다.
재빠른 디지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시대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상당히 많이 존재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