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해가는 결혼식, 변해가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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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나이가 서른 두 살이다.
그러니까 32년 전에 우리 집에 잠시 머물렀을 때 낳은 아이가 오늘 장가가는 피터다.
LA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공장 창고 건물을 약간 리모델링해서 예식장으로 활용했지만
매우 신선하고 색달랐다.
트럭 뒤를 대놓고 짐을 실었다, 내렸다 하던 창고 문을 대형 창문으로 고쳐놓고 메인 무대로 사용했다.
장소는 넓었으나 하객이 많아서 오히려 좁아 보였다.

조카 결혼식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신부의 가슴에 문신이다. 18세기 로코코 문양 같은 문신이 가슴에 새겨진 것을
보고 놀랐다. 나만 놀랐을 뿐 아이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친척이 많은 데 놀랐다.
옛날 샌프란시스코 감리교회 송정율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분 한 분이 미국에 오시면서
친척 100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고 해서 놀았던 일이 있다.

아내가 나와 결혼한 지 40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사이에 아내 쪽 친척으로 고인이 되신
세분을 빼고도 52명이나 되기에 놀랐다.
처가 집은 형제가 일곱이다. 일곱이 다 결혼했으니 열넷이 되었다.
오빠가 자식이 셋이고 손자가 둘이다. 그다음 언니가 자식이 둘에다가 손자가 둘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식이 셋에다가 손자가 다섯이다.
이런 식으로 쭉 내려가다 보니 처갓집 친척이 52명이나 된다.

우리 아이들 세 명을 위시해서 조카들이 14명이다.
합쳐서 2세가 17명에다가 3세가 15명이다.
2세들은 거의 다 결혼했고 아직 다섯 명이 미혼으로 남아 있다.
2세들 결혼 분포를 보면 배우자가 일본인 2명, 스웨덴 1명, 미국인 4명, 한국인 2명,
스리랑카 1명, 미국계 중국인 1명
그리고 오늘 결혼하는 대만계 미국인 1명이다.

결혼식장에 하객이 250명이나 모였는데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인 거나 다름없다.
각자 나름대로 문화가 있을 게고 풍습이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언어는 영어가 공용어이고 음식은 한식으로 통일했다.
아내 한 사람에 의해서 불어난 친척이 많은 데 놀랐고, 한국말은 사라지고
영어로 소통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찬이 끝나고 유흥에 들어갔는데 웃기자는 프로그램이어서 신나게 놀고 웃는 한마당이다.
오만가지 웃기는 짓들을 하다가 신랑이 신부 속옷을 벗겨 뒤로 던지면 친구들이 쌈 싸우듯
덤벼들어 속옷을 낚아채는 놀이가 벌어지는 데 그런 놀이가 한국에도 있던가?
가장 나이 많은 사람에게 상품으로 스타벅스 카드를 주기로 했는데 내가 뽑혔으니
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나보다 젊은 사람들뿐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제 겨우 칠십을 넘겼는데 이 많은 사람 중에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니!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세월은 총알처럼 흘러가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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