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사는 누님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팔십이 넘었는데 마침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놀러 다니기에 바쁘다.
매달 미국 노인들을 태우고 떠나는 단체 관광 여행 상품이 있다.
지난번에는 오레곤주 폴트랜드에 가서 일단 호텔에 투숙해 있으면서 매일 10시쯤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지 한 곳을 둘러보고 일찌감치 돌아와 저녁 먹고 쉰단다.
다음날도 같은 방식으로 한 차례씩 관광하는 스케줄이다.
일주일 묶으면서 도시와 주변을 다 돌아보고 오는 노인 관광이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1백 달러 정도로 계산하면 된다.
어쩌다가 이번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관광 버스를 타게 됐다.
유타 브라이스캐뇬과 자이언트 국립공원을 돌아오는 관광 상품이었는데
관광도 좋지만 이건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끌고 다니면서
누님의 표현에 의하면 달달 볶아대는 데 노인은 힘들어서 못 따라다니겠더란다.
감기까지 걸린 데다 몸살이 나서 다 죽어서 돌아왔다.
다시는 게스관광인가 뭔가 따라가지 않겠다고 고개를 흔든다.
그게 한국에서 미국 관광 온 사람들을 위주로 개발한 상품이다 보니 빨리빨리
여러 군데 들려 증명사진 찍는 것 위주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즐기는 관광이라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많이 돌아야 하는 관광 상품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이 다니는 리 할머니는 나이가 86세인데 전혀 지칠 줄 모른다.
1년에 적으면 서너 번, 많으면 네다섯 번 관광을 다녀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몸살이 난단다.
이번에는 멕시코 리비에라 가는 크루즈를 예약했다.
이웃 할머니가 같이 가겠다고 끼는 바람에 세 사람이 됐다.
두 할머니는 성이 같은 이 씨여서 이 할머니가 둘이다.
10일간 크루즈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 다녀오는 스케줄이다.
한 사람당 1100달러씩 지불하고 간다. 원래는 좀 비싼 건데 단골로 다니는
고객에게는 할인이 있어서 싸게 산 가격이다.
크루즈를 타고 멕시코 가는 데만도 3일 걸린다.
그다음 4개 도시에 들러 관광한다.
물론 젊은이들은 스노클링, 해적선에서 해적으로 변신하기, 돌고래와 같이 놀기,
고래 구경 나가기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노인들이 따라갈 수 있는 게 못 된다.
다만 시내 관광이나 하는 편이고 음식이 좋다고는 해도 노인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나?
그래도 나다닌다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집에 있어 봐야 온종일 앉아서 TV나 보는 것이 전부이니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많다.
늙으면 주어진 일이 없다 보니 요일도 상관없고, 시간도 지켜야 할 게 없다.
눈뜨면 아침이고 어두우면 자는 게 전부다. 맨 날 휴가다.
나도 늙어봐서 아는 거지만 출퇴근할 것도 아니고 딱히 가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속절없이 늙고 만다.
어딘가 나다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돈이 많아서 놀러 다니는 것만도 아니다, 이제 다니면 얼마나 더 다니겠는가?
가진 것 다 쓰고 가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늙으면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살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어봤자 얼마 못 먹는다.
그렇다고 조금 남아 있는 돈 자식 줬다고 고마워 할리도 없다.
오히려 왜 쓰지 않았느냐고 면박만 받을 게 뻔하다.
차라리 쓸 만큼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관광 다니는 것도 한때이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 짓도 못한다.
한세상 살다 가는 거 좋으면 해 보는 거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