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 오일 교체하러 갔다.
지난 30년도 더 넘게 드나든 단골이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정비소다.
오일 첸지만 담당한 중국인 제임스가 있고, 자동차 수리를 담당한 중국인이 따로 있다.
일부러 손님 없는 주중 한가한 시간을 택해서 갔다.
기다리는 차가 하나도 없기에 파킹랏에 댈까 말까 망설이다가 조금 더 빨리 아니면
도와준다는 셈 치고 오일 첸지하는 섹션 앞에 차를 그냥 대고 말았다.
중국인 정비사가 나오더니 내게 불친절한 어투로 제임스 조금 있어야 올 것이니
차를 파킹랏에 대란다. 하지만 이 친구 하는 말투가 하도 거칠어서 기분이 상했다.
적어도 나는 손님인데 그것도 일이 없어서 온종일 놀고 있는 주제에 어쩌다 나타난
손님에게 무뚝뚝한 중국인 태도를 그대로 보이다니.
조금 상냥하게 말하면 어디 덧나나?
할 수 없이 차를 파킹랏에 대놓고 제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예전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디스카운트 쿠폰을 보내오는 바람에 손님이 많았다.
가면 늘 내 앞에 서너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카 딜러부터 너나없이 오일 첸지를 해 주니까 오일 첸지만 가지고는
손님을 끌어 모을 수가 없으리라.
어려운 처지에서 단골을 삼으려면 어딘가 좋은 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것보다도 어느 비즈니스나 친절해서 욕먹는 비즈니스는 없다.
제임스가 오더니 내게 한다는 소리가 “Hey Boss” 이리와 보란다.
버르장머리 없게 들린다.
하기야 중국인들이 무뚝뚝하고 정나미 떨어지게 군다고 해서 속마음이 그런 건 아니다.
마치 일본인들이 간을 빼 줄 것처럼 친절하게 아양을 떤다고 해서 그의 속마음이
그런 것이 아니듯이.
나중에 알고 봤더니 제임스도 늙어서 은퇴하게 생겼다.
손님이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것이다.
그렇지! 나만 늙은 게 아니다. 제임스도 같이 늙었다.
더는 의욕, 열정, 욕망이 없는 늙은이에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돌아오면서 생각해 본다.
늙었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늙을수록 더욱 친절하고, 배려하고, 다정해야 환영받는 늙은이가 된다는 것을
제임스가 온몸으로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