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Del Tropico’
Sergio Velasquez의 작품. 니카라과 국립 박물관 소장
새벽 6시에 뷔페식당 문을 연다. 6시가 되려면 30분이나 남았는데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뭍으로 나가려고 일찍 서두는 모양이다. 나도 휩쓸렸다.
구름이 약간 끼고 새벽인데도 선선한 것으로 보아 낮에는 더울 것 같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니카라과의 아침이다.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배는 정박해 있다. 뭍에까지 텐더보트로 실어 나를 모양이다.
니카라과는 가난한 나라다. 가난한 나라가 다 그러하듯이 땅도 황망하고 메말라 있다.
인구가 6백 50만에 센트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자랑한다.
코카인의 90%가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데 생산된 코카인은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
운반로 중앙에 바로 니카라과가 자리 잡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에서 경찰력을 동원해서 운반로를 차단하고 있단다.
전기 공급이 2007년에 7%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90%에 달한다고 어깨에 힘을 준다.
주 생산품으로 커피, 설탕, 소고기, 쌀 정도다.
수입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관광산업이다.
1990년에 처음 크루즈선이 정박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79척이 들어왔다.
관광인구가 2백만 명에 달했다.
두 번째로 큰 수입원은 미국에 가 있는 가족들이 송금해 주는 돈이다.
송금해 오는 돈이 국가 수입의 근간이라니 60년대 한국을 연상케 한다.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는 야구, 권투, 축구다.
야구는 니카라과 투수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기록을 세웠던 것이 지금도 자랑거리이고,
권투는 지금은 사망한 선수로 세계 챔피온에 올랐던 영웅을 지금도 그리고 있다.
축구는 센트럴 아메리카에서 꼴찌라고 한다.
바이시클 택시와 모터 택시가 있다. 바이시클 택시는 월남의 시크로와 같다.
니카라과에는 자체 생산하는 와인이 없다. 칠리산 와인을 마신다.
이유인즉슨 스페인 왕이 니카라과에서 와인 생산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1998년에 와서야 와인 재료인 포도를 경작하기 시작했다.
중남미 국가들이 그러하듯이 니카라과도 예외는 아니다.
반미 깃발을 든 ‘체 게바라(Che Guevara)’를 진정한 영웅으로 모신다.
그의 사진이 로터리에 모셔져 있는 것이 니카라과 시민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니카라과뿐만 아니라 센트럴 아메리카 여러 나라는 미국의 경제적 속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과 유통업까지 미국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멕시코 카보스에 들렸을 때도 미국 유통업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맥도널드, 버거킹, 스타벅스, 월마트, 코스코, 월그린 이름만 대면 다 있다.
니카라과 역시 매한가지다. 미국에 있는 월마트처럼 거대한 매장으로까지는
경제적 규모가 못 미치니까 작은 마트 식으로 ‘Poli’라는 마트가 600개가 있는데
이것이 월마트가 운영하는 니카라과 식 월마트란다.
자동차는 미국산과 일제 도요다가 장악했고 현대가 쑤시고 들어가는 중이다.
관광버스는 벤츠를 브라질에서 조립한 대형 버스다.
센트럴 아메리카에서 체 게바라(Che Guevara)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까닭은 경제 식민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염원 때문이다. 규바의 카스트로가 그렇고, 2013년에 사망한 베네쥬엘라
독재자 휴고 차베스 역시 석유를 미국에 수탈당하면서 국민은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한다는 데서 독재자가 등장한다.
나는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정부의 혜택을 받는 입장이지만, 백인들, 그것도 영어권
국가가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기는커녕 수탈해 가는 ‘미국 우선주의’에 반대하고 싶다.
니카라과 대통령은 ‘다니엘 오르테가’이다. 11년째 대통령 권자에 앉아있다.
대통령은 늙었고 그의 부인이 통치한다. 부인이 프랑스 유학을 했단다.
그녀의 작품으로 ‘무쇠나무(iron tree)’가 탄생했고, 도시 가로수를 무쇠나무로 심었다.
비칫가에 심었는지, 장치해 놓았는지 아무튼 무쇠나무가 많다.
니카라과 카타리나 호수는 2500년 전에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천지다.
천지를 보러 갔다가 가난한 니카라과 할머니를 만났다. ‘마리아’란다.
왜소한 몸집에 찌들고 까마잡잡한 피부와 얼굴에 파인 주름살이 인생의 고달픔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모델료 1달러를 드리고 촬영 허락을 받았다.
교통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잽싸게 달려들어 윈도를 닦아준다.
몇 초 안 걸리는 사이에 닦고는 돈 달라고 한다.
사거리에는 장사꾼들이 많이 붐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오징어 장사꾼이 떠올랐다.
최 수니
2018년 4월 18일 at 10:38 오전
첫번째 사진 재미있네요.
좀 슬프기도 하구요.
생생한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