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새벽에 잠 깨우는 걸 제일 싫어하고, 나는 새벽 5시에 우유 한 컵 마시는 습관이 있다.
습관이나 버릇이라는 것은 요상해서 해야 할 것을 거르면 마치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께름칙하다.
식당이 6시부터 연다고 해서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호라이존 뷔페식당에 갔다.
나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준비도 채 못다 한 식당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
우유 한 컵 들고 창가에 앉았다. 웨이터가 커피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일전에 보온병에 커피를 담으려고 헤매고 다니던 할머니에게 뷔페식당을 가르쳐 준 일이
있는데 오늘 꼭두새벽에 커피를 담으려 보온병을 들고 식당으로 걸어 들어온다,
할머니도 커피 마시는 버릇에서 못 벗어나는 모양이다.
셰프 세 사람이 나와 채소로 조각품 만드는 경연을 보여준다.
빨리 만들어야 하고, 잘 만들어야 하고, 보기에 좋아야 한다.
한 사람이 작품 3점씩 만들었다. 솜씨 발휘가 대단하다.
순식간에 작품 하나씩 만들어 내는 꼴이 연습 꽤나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걸 다 재주로 치는 세상이 돼서 아무거나 잘만 하면 먹고사는 시대다.
패션쇼도 진행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지만 그런대로 차려입고 멋을 부린다.
패션쇼라는 게 옷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여자 구경하는 재미다.
잘 생겼다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에 나서보고 싶어 한다.
우쭐하는 기분이 요동 처서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발동하는 모양이다.
한바탕 폼 잡고 걸어갔다 오면 걷는 사람 기분 좋아 좋고, 기분 좋아하는 사람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 좋아 좋다.
활력소가 뿜어나는 짓들이니 한번쯤 가져볼만하다.
오후에는 수채화 그리기 대회가 열렸다.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그린다.
첫 번째 사람이 2분간 그리다가 자리를 옮겨 옆 사람이 그리던 그림을 진전시킨다.
2분 후에 다음 그림으로 자리를 옮겨 좀 더 발전시키기를 하면서 돌아간다.
자신이 처음 시작한 위치에 오면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시작과는 달리 엉뚱한 그림이 탄생한다.
먼저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그렸는지 짐작이라도 해야 진전된다.
웃기자고 하는 짓이니 안 웃을 수가 없다.
경마를 즐기는 모습. 빙고처럼 탁구공을 돌려 나오는 번호에 몇 번 말이 얼마를 달린다고 써 있다.
상품들이 오전 세일이 어젯밤 세일과 다르고, 오후 세일이 오전 세일과 다르다.
세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뀐다. 오후로 들어서면서 2시간마다 세일 상품이 바뀐다.
벼락세일인 모양이다. 아침 같이 먹었던 제니퍼 할머니 손주 시계나 선물하겠다면서
나더러 하나 골라달란다. 손목시계가 왕만 해서 어찌 차고 다니겠느냐만 그것도 유행이어서
청소년들에게는 그럴듯해 보일 테니 선물해도 되겠다. 케이스에 잘 포장해서 10달러이니
벼룩시장보다 싸다는 느낌이다.
저녁에는 프린세스 극장과 유니버셜 극장에서 각각 쇼 공연이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쇼다.
태생이 다른 사람에게는 코미디 쇼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쇼도 없다.
코미디는 그냥 만드는 게 아니다.
역사와 관습, 시대적 배경, 상황을 다 알고 있어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분야다.
코미디 중에서 흉내 내는 쇼는 그런대로 볼만하다.
흘러간 가수들의 흉내를 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탐죤스, 윌리 넬슨, 토니 베넷, 딘 마틴,
나킹콜과 그의 딸 리리 그리고 마이클 잭슨까지 흉내 낸다.
어쩌면 그리도 똑같이 불러대는지 웃지 않을 수 없다.
유명인사 흉내 내는 쇼도 그렇다.
자니 칼슨, 클린턴 전 대통령, 죠지 번, 흉내는 누구나 들으면 안다.
방송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한번 써먹으면 다시는 못 써먹는데 비해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코미디언은 그런대로 쉬울 것이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우려먹을 수 있으니까.
우려먹는 인생은 쉬운 인생이란 생각을 해 보니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