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한 달 반 동안 한국에 나갔다 와서 하는 말이다.
형제들이 여럿이니 그중에 어느 집을 골라 묵었을 것이다. 목동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 많이 변했어. 언제부터 부자가 됐다고, 아니꼽게 구는 거 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애 방학 동안에 미국에 보낼 테니 형네 집에서 좀 잘 봐줘,
영어 학원에도 보내고” 하며 부탁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단다.
아무 때나 가는 미국 그까짓 거 안 가도 그만이란다.
“그러면서도 돈은 안 쓰는 거 있지? 죽어도 내 주머니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미국에 와서도 그래, 돈 쓰는 걸 못 봤어. 지 지갑은 꼭 닫아두고 날더러만 쓰라는 거 있지?“
그렇다, 한국 사람들 많이 변했다.
여름 방학만 되면 한국에서 친척들이 미국 방문이랍시고 와서, 죽치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일도 못가 게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돈 좀 번다고 이젠 그런 문화가
다 사라졌다.
미국에 오면 뭐를 사가지고 한국에 가나 별별 리스트를 적어 와서 쇼핑만 다니더니
이젠 그런 거 다 사라졌다.
한국에서 미국에 대고 전화하면 돈 많이 나온다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걸어달라던 부탁
다 사라졌다. 카톡인지 뭔지 공짜라면서 마냥 전화질이다.
한국인들 많이 변했다.
아예 미국에 와도 관광 투어 따라와서 관광만 하고 간다.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다녀갔다.
한국에서 만나면 미국에 갔다 왔단다. 제 딴에는 우쭐대면서 하는 소리지만 듣는 쪽에서는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왔으면 전화라도 하고 갈 것이지……
내 경우도 그렇다.
캐나다에서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창이 미국 관광 중이라면서 전화가 왔더란다.
내게는 그런 소리도 없이 관광인지 뭔지 처 다니는 모양이다.
내가 카톡으로 미국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나이아가라를 위시해서 동부 관광 중이란다.
그런 거 내게 알려주면 어디 덧나나? 내가 뭐 달라고 할까봐 겁나나?
한국에서 친구를 만났다.
냉커피를 마시면서 외동딸 영주 시집은 언제 갈 거냐고 물었다.
시집은커녕 여행만 다닌단다. 벌써 미국 캘리포니아 두 번이나 다녀왔단다.
캘리포니아까지 왔다가면서 내게 전화라도 하면 입이 부르트나?
샌프란시스코를 빼놓고 어찌 캘리포니아를 보았다 하겠는가?
모르긴 해도 내 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전화도 하지 않았으리라.
허! 이거 언제부터 자기들이 잘살게 됐다고 미국에서 사는 친지들 개떡같이 취급하나?
참 세상은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
앞으로 십 년만 더 지나면 그땐 미국 거러지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아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