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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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Redding에서 산불에 숲속 가옥이 불길에 싸여 있다.

 

지난 해 연초, 캘리포니아주는 5년 만에 최악의 폭우로 인한 피해 상황이
비가 그친 후에도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산호세 지역 코요테 크리크는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침수피해로
주민 14,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대피 명령이 늦게 발동되는 바람에 주차된 차들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오는 소동을 벌리기도 했다.
지붕까지 물에 잠겼던 집 주인들이 청소하느라고 구슬땀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다.

월요일, 폭우가 온종일 내리고 다음 날 끝이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난 금요일이다.
지금쯤은 길이 말랐을 것이려니 하고 나섰다.
햇볕은 따스하고 바람이 약간 불었으나 겨울바람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호수의 물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흘 동안 방류했으니 사람 키 한 길은 낮아졌다.
반 시간을 걸었으니 운동길 반쯤은 갔을 것이다.
더는 가지 말라고 노란 테이프로 길을 가로질러 놓았다. 괜히 금지선을 쳐 놓은 게 아니다.
아름드리나무 서너 구루가 떼 지어 넘어져 길을 막고 있었다.
모퉁이마다 토사가 내려와 길을 덮고 있고, 바위가 굴러 떨어져 있다.
물먹은 흙은 믿을 수가 없어서 낮에도 바위가 굴러 떨어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호수물이 넘쳐서 나무가 물에 잠기고 쓰러져 있다.
즐겨 다니던 외길 다리도 물에 잠길 뜻 말뜻 해서 아슬아슬하다. 통행을 금지시켜놓았다.
폭우에 훼손되지 않은 곳이 없다.
벌써 다 잊혀진 지난겨울 일이다.

캘리포니아 산불이 겁나리만치 대단하다.
캘리포니아를 몽땅 태워버릴 기세로 번져간다.
산불은 한 군데에만 난 게 아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타오르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캘리포니아에서만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기후 탓이다.
겨울에는 겨우 내내 비만 오고, 여름에는 여름 내내 건조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겨우 내내 나리는 비로 산과 들에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어른 허리만큼 자란 풀은 여름 내내 비 한 방울 없이 건조하다 보니 말라비틀어진다.
산과 들이 온통 검부러기 불쏘시개로 덮여 있는 것 같다.
성냥불만 거대면 단박에 불길이 일어날 태세다.
버려진 담배꽁초도 그렇고 자동차 스파크에서 일어나는 불꽃도 방화 원인이 된다.
산불이 금년만 기승을 부리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늘 산불로 여름을 맞는다.
그러나 올해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비가 올 때까지 산불은 멎지 않는다.
가옥도 전소되고 인명피해도 일어났다.
그렇다고 산불을 내가 직접 겪는 건 아니어서 남의 일 보듯 보고만 있다.
지난해 비가 많이 와서 겪던 고초와 올해 산불이 나서 난리를 치는 게 모두 자연재해로
당하는 피해다. 산불이 내게 직접 피부로 와 닿지 않으니 남의 말 하듯 하고만 있을 뿐이지
실은 불이 물보다 무섭다.
점점 심해지는 기상이변으로 대규모 자연재해의 빈도가 높아진다.
엘리뇨도 지구온난화도 기상이변도 자연이다.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렇다는 뜻이다.
결국 이상할 것도 없다. 자연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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