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를 틀면 캘리포니아는 산불 뉴스로 시작해서 산불 뉴스로 끝난다.
매일 똑같다.
한국 뉴스는 덥다는 거로 시작해서 덥다는 거로 끝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덥다는 뉴스를 빼놓는 날이 없다.
캘리포니아 17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고 있다. 벌써 몇 주째 끝일 줄 모른다.
화마는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고, 가옥이 전소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산불은 소용돌이치면서 괴물로 변한다. 주민은 보따리 싸 들고 피난 가느라고 야단법석이고,
총동원된 소방관은 화마와 싸우랴,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와 싸우랴 죽을 지경이다.
하루 16시간씩 진화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은 탈진 상태다.
12%다, 30%다 하는 더딘 진화율이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 더위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몇 주째 끝일 줄 모른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39도까지 치솟는 수은계의 정점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
찜통더위는 삶의 풍속도를 바꿔놓기 마련이다.
이통에 휴가를 떠난다거나, 집안에 틀어박혀 꼼짝 안 하는 방콕족이 속출한다.
지구가 끓고 있다. 남극에 빙산이 줄어들고, 지구 오존층이 파괴되어 자외선이 지표에
도달한다. 직접적인 자외선은 인체의 피부암 발병률을 증가하고 생명체의 유전적 결함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백 년 만에 오는 더위라는 말을 작년에 들었는데 금년에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매년 반복되는 말은 결국 일상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구가 일상적으로 오늘처럼 덥다는 이야기다.
캐나다 친구에게서 전하가 왔다. 더워서 죽겠다며? 화씨 100도씩 올라가 노인들이
죽어간다는데?
나는 모르는 소리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열흘에 하루 이틀 덥기는 해도 그것도
잠시일 뿐 그냥 지나가 버린다. 오히려 추워서 이불 덮지 않으면 잠잘 수 없다.
남쪽 LA에 사는 동생이 문자로 알려왔다. 정말 더워요. 밖엘 못 나가겠어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더워 죽겠어요.
샌프란시스코는 덥지 않다. 낮에도 긴 소매 입고 다닌다. 밤에는 추워서 이불을 덮고 잔다.
더운 날이 있기는 해도 며칠 더웠다간 곧 선선해진다.
채널 5 뉴스를 보니 한국 여학생이 화면에 나와 인터뷰에 응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막 내리는 중이다. 한국은 더워서 가벼운 옷을 입고 왔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춥다면서 잠바가 없다고 웃는다.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자리 잡은 도시들은 늘 서늘하다.
알라스카 젯트류가 태평양에서 반월을 그리면서 캘리포니아로 꺾어 들어온다.
차가운 기류가 태평양 바닷물을 스쳐 지나오면서 찬기를 그대로 몰고 연안으로 다가온다.
바람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일 년 내내 봄, 가을 날씨다.
산불 때문에 난리를 치는 사람, 불 끄느라고 지쳐 떨어진 사람, 더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더위를 못 이겨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날씨로 호강하는 내가 송구스럽다.
별게 다 호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